<주총 이대론 안된다> ① 국민연금 의결권 '유명무실'

입력 2014-03-16 04:00  

반대 늘었지만 안건 부결엔 '한계'…"공허한 메아리"전문가 "기관투자자와 연대하고 사전공시 제도화해야" <※편집자 주 = 12월 결산법인들이 줄줄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도 소액주주의 권리는 주총장 밖에서 겉도는 게 현실입니다. 사외이사 자리에도 권력기관 출신들이 상당수 진출하며 견제 역할은 고사하고 회사의 방패막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 자본시장과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지배구조의 선진화, 주주권리의 신장이 절실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에세 차례에 걸쳐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사외이사 독립성, 전자투표제 전면 도입 등3대 핵심과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국내 금융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주주로서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장기 재임과 불성실 사외이사에 대한 반대 지침을 강화하고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적극 펴면서 경제민주화 흐름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의결권 강화를 천명한 국민연금의 반대가 안건 부결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어 영향력 면에서는 여전히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과거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난 점은 다행이지만 기관투자자의 동참, 주주대표 소송 등이 없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노력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의결권 행사 반대 증가세…올해 들어 17%까지 올라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2천423건) 가운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270건으로 전체의 11.77%였다.

상법 개정과 관련해 정관 변경 반대 안건이 높았던 2012년(17.00%)의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반대 비중이 10%를 넘었다.

의결권 반대 비중은 2006년 3.73%에서 2007년 4.98%, 2008년 5.40%, 2009년 6.59%, 2010년 8.08%, 2011년 7.03%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연합뉴스가 올 1∼2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65개 안건가운데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11개로 반대 비율이 16.92%까지 올랐다.

기권(2개·3.07%)까지 합하면 국민연금의 찬성을 받지 못한 안건은 20%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에 특히 몰렸다.

이사 선임 안건 22개 가운데 반대는 5개(22.7%)였고 감사위원의 경우 반대 비중이 28.5%(7개 중 2개)에 달했다.

기업들의 주총이 대거 몰린 3월에 강화된 지침이 적용되기 때문에 반대 비율이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 기준을 60%에서 75%로 올리고 재직연수 제한도 '당해회사 10년'에서 '당해회사 및 계열회사를 포함해 10년'으로 확대해 사외이사가 계열사를 돌아가며 장기 재임하는 것을 봉쇄했다.

◇ '반대를 위한 반대', 안건 부결에는 '한계' 국민연금은 지난 2012년 주식보유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전체의 17%인 436개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주총에서 실제로 부결된 경우는 단 8건에 불과했다.

올해도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현상이 반복됐다. 만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연금은 이달 초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가 장기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한 것이라 보고 만도 주총에서 신사현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신 대표이사의 연임안은 통과됐다. 한라[014790]를 비롯한최대주주 우호지분율이 25%에 달하고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국민연금과 뜻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만도 외에 세방[004360], 세방전지[004490], 영풍정밀[036560], 현대해상 등의이사 선임에도 국민연금은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안건은 무리 없이 주총을 통과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주주 우호지분에 막혀 뜻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87개사의 국민연금 평균 지분은 7.98%인데 반해 이들 기업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 우호지분은 37.01%로 국민연금 평균 지분의 4.6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고군분투'만으로는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시각이다.

기관투자자의 동참이 없이는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그저 사표(死票)에 불과하다는 것이 만도 등의 사례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의결권대리 행사와 주주대표 소송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장)는 "반대 의사를 냈으면 작심하고 이기려고 해야 하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에 그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해 위임장을 받아 지분을 더 확보하거나 이사가 배임, 횡령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주주대표 소송을 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해외 연기금은 대체로 한두 달 전에 안건에 대한찬반을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지만 국민연금은 사후 공시를 원칙으로 한다"며 "사후공시는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중요한 사안에 다른 기관투자자들이 국민연금 의견 결정과 연대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kong79@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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