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부실기업 절반, 섀도보팅 '막차 타기'

입력 2014-04-14 04:08  

소액주주 배제하고 안건 일사천리 통과 악용부실기업 중 전자투표제 도입한 상장사 '제로'

코스닥 부실기업의 절반이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섀도 보팅(shadow voting·그림자 투표) '막차'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섀도 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아 기업들의 원활한 주총진행을 돕고자 도입됐지만, 상당수 기업의 경영진이 소액주주를 배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으로 악용해 내년부터 폐지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거래소가 취약한 재무건전성 때문에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코스닥 상장사 31개사 가운데 14개사가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섀도 보팅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동양시멘트[038500]와 3월 결산법인인 베리타스[019660] 및 씨엑스씨종합캐피탈 등 3개사는 지난달 정기주총을 개최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달 정기주총을 개최한 코스닥 관리종목 상장사는 총 28개사이며, 이중 50%가 주총을 앞두고 섀도 보팅을 신청한 셈이다.

이는 전체 코스닥 상장사의 섀도 보팅 신청 비율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예탁원에 따르면 2012결산연도에 전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964곳 중 섀도보팅을 요청한 법인은 약 39%인 378개사였다.

주권발행회사가 주총을 개최하기 전에 예탁원에 섀도 보팅을 요청하면, 예탁원이 그 회사 주총에 참석해 실제로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의결권 찬성·반대 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섀도 보팅은 일종의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로,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일을 방지하고 기업들이 원활하게 주총을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지분 보유 비중이 커서 소액투자자들에게 일일이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 어려운 중소형사에 유용한 제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업의 소수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의견은 반영하지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악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 2010∼2012결산연도 코스닥 상장사의 섀도 보팅 요청 의안을 살펴보면 ▲감사(감사위원) 선임 ▲임원보수 한도 승인 ▲이사 선임 안건 등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지난달 코스닥 관리종목 상장사 28개사의 정기주총에서 감사(감사위원)선임 또는 임원보수 한도 승인 안건이 부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사선임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유니드코리아[110500]와 CU전자[056340] 2곳뿐이었다.

섀도 보팅은 지난해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내년부터 폐지된다. 앞으로 기업들은 부족한 의결 정족수를 채우려면 전자투표제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정기주총을 연 코스닥 관리종목 상장사 28개사 중 전자투표제를도입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아무래도 부실기업의 경우 전자투표제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우량기업보다 크고, 부실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큰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영진이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전자투표제 도입이 미비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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