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불안>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놓고 의견 양분

입력 2014-10-05 07:01  

미국 금리 인상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 '비상'

경제 전문가들은 5일 최근 두드러지는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추세가 앞으로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추가적인 달러 가치 상승, 엔화 가치 하락은 앞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멈출 것이라는 관측이 다소 우세했다.

또한 이들은 국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필요성을 놓고서는 시각이 상당히 엇갈렸다.

찬성론자들은 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론자들은 향후 미국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달러 강세, 엔화 약세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 가느냐가 문제다.

일부 예상처럼 달러·엔 환율이 1∼2년 안에 130∼140엔대까지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내린 엔 환율이 위기 전 평균인 110엔대수준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고 미국 등도 이를 인정하는 듯하다.

그러나 일정 선을 넘어서서 미국이나 유럽의 대일 적자가 확대되면 미국 등이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원·엔 환율도 일견 가파른 하락세로 보이지만 사실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일본 측과 경쟁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난 2007∼2012년이 굉장히좋은 시절이었고 이제 그게 지나갔을 뿐이다.

우리 입장에서 당분간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의 약점이기 때문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오는 2017년 말 기준금리가 3.7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굉장한 수치다. 그러면 우리는 기준금리가 5∼6% 정도될 것인데 가계가 금리 부담을 견딜 수 있겠느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금리 정책과 별도로정부 감독 등을 통해 가계부채를 건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대책이 있다면 한시빨리 시행해야 한다.

엔저 등에 금리 인하로 대응하자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경기 부양과 내수 활성화로 경상흑자가 줄어야 원화 가치가 내릴 것이다. 더 근본적인 시각에서 문제를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 엔화가 약세 기조인 것은 맞지만 추가 약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달러·엔 환율이 급속히 110엔 선을 넘어선 것은 과도한 상승(오버슈팅)인 측면이 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정책 정상화를 공세적으로 펼치기는어렵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일정 정도에서 제한될 것이다.

또한 일본의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반대 여론도있고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 시장이 추가 부양책을 예상해 달러·엔 환율이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실망할 여지가 있다.

원·엔 환율 900원대가 거시경제나 기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지도 의문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의 분석을 보면 원·엔 환율이 1,000원, 900원, 800원일 경우 국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지난해 말보다 각각 0.14%포인트, 0.24%포인트, 0.35%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심각한 정도가 아니다.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르니까 부담이 있는 것은 맞지만 환율 수준만 갖고 과도히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지금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환율을 위해 기준금리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국가경제적으로좋은 점만 있겠는가.

원·엔 환율은 사실 달러·엔 환율의 문제인데 이는 한국의 영향 밖이어서 금리인하로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원·달러 환율도 우리 금리 정책으로 완전히 통제 가능한지도 의문스럽다.

인하했는데도 향후 엔저가 진정되지 않으면 또 인하할 것인가. 인하할 경우 정책 카드를 다 써서 이후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달러 강세, 엔화 약세의 큰 방향은 내년까지 유지되겠지만 정도가 문제다. 우선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천천히 질서 있게 할 것으로 보여 달러 강세가 급격히 심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일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상 매우 높아서 물가를 자극하는 추가 양적완화를 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모두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고본다.

한국은 올해 원화 강세를 많이 걱정했으나 지금부터는 환율 변동성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커질 수 있으므로 여기 대응해야 한다. 정부와 통화 당국은 미국 금리 인상이 신흥국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제 공조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외환 당국은 미세조정을 통해 급격한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환변동보험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중소 수출기업들의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환 헤지 등을 통해 환 변동성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경쟁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경기나 물가를 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데 동감하지만 환율 때문은 아니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서 금리 정책보다는 국제 공조와 미세 조정이더 효과적이다.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 엔저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됨에 따라 달러 강세, 엔화 약세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엔 환율의 전고점이 130엔대이므로 중장기적으로 그 정도까지 갈 수도 있다고 본다.

이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 인하도 필요하지 않을까. 원화가 달러 대비해 약세로돌아선 부분이 있지만 이러한 추세를 좀 더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실물 경기도 뚜렷한 상승 동력이 없는 상황이므로 기준금리 인하가 도움이 될 것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강세가 더 심해져서 증시 등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이탈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현재 달러 강세로 인한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신흥국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금리를 유지한다고 외국인의 이탈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좋아져야 일시적으로 떠났던 외국인도 돌아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물 경기,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되살리는 것이다. 여기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실장 엔저라기보다는 달러 강세가 맞다. 현재 유로화가 많이 풀리는 가운데 유럽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유로화가 약세가 되면서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유럽 경기 회복이 확인될 때까지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

시장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원화 강세가 문제라고 하다가 이제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문제라고 한다. 올라도 내려도 문제라고들 하지만, 이제 원화 강세가누그러져서 관련 부담은 많이 줄었다고 본다.

향후 대외 위험성에 대응하려면 경제 기초체력을 충분히 쌓아놔야 하므로 할 수있는 것은 뭐든지 다 해야 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하로 실물 경기 회복 효과가 작더라도 그런 것을 고민할 단계가 아니다.

일본은 물론 유럽이나 중국도 통화완화 정책을 쓰고 있으므로 우리도 상응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균형이 맞춰진다.

원화 가치가 약해지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더 강해진다는 우려도 있으나원화 강세는 수출기업 실적 약화로 이어진다. 외국인 중에서 환율에 매우 민감한 단기 투자자들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jh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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