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백스 "바이오, '사기' 아니다…실적으로 보여줄 것"

입력 2014-11-26 15:26  

내년 1분기 췌장암 치료제 출시…계열사 합병 '배수의 진'

"'바이오는 사기'라는 일부의 인식을 잘 알고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췌장암 치료제를 출시해서 숫자, 실적으로 보여주겠습니다." 생명공학·제약업체 젬백스&카엘(이하 젬백스)[082270]의 김상재 대표·김기웅IR총괄대표는 26일 코스닥협회 주최 투자설명회(IR)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제품시판을 앞두고 각오를 밝혔다.

젬백스는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임상명 GV1001)를 내년 3월에 출시해 국내췌장암 치료제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매출 758억원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이 바이오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나쁜 인식을 거론한 것은 이 회사가 그간 겪어 온 우여곡절과 무관치 않다.

당초 대기업에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필터 등을 납품하던 이 회사는 단가 인하등의 압박에 2000년대 중반 생명공학 시장 진입을 결심했다.

인수·합병(M&A) 등을 모색했지만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금융위기 직후인지난 2008년 10월 노르웨이 젬백스사와 이 회사가 개발하던 GV1001을 1천만 달러(약111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신약 개발은 임상 1·2·3상 시험을 모두 거치려면 통상 10여년 이상의 시간과수억 달러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사업이다.

GV1001이 이미 임상 2상까지 마친 상태여서 인수라는 지름길을 통해 비약적인압축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였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 가장 예후가 나쁜 암인데다가 좋은 치료제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한국 업체가 세계적인 췌장암 신약을 개발한다는 비전은 투자자들을 사로잡았고 이 회사 시가총액은 한때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순항하는 듯하던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유럽에서 진행하던 임상 3상에서 최종실패 판정을 받으면서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속았다'는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쳤다.

GV1001을 투여한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기존 항암제를 투여한 대조군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아야 했지만, 대조군 생존율이 33.7%로 GV1001 투여군 32.3%를 오히려 앞선 것이 실패 이유였다.

김기웅 대표는 "우리가 목표한 생존율이 나왔지만 그간 5∼6차례 같은 실험에서20% 초반이던 대조군 생존율이 느닷없이 훌쩍 뛰어올랐다"며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라고 털어놨다.

회사가 흔들리면서 대기업의 라이선스 제안에 응하기 직전까지도 갔지만, 젬백스는 기사회생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임상 결과를 자세히 분석한 결과 GV1001이 인체 내 생체물질인 '이오탁신'의 수치가 높은 환자군의 생존기간을 두 배 가까이 늘려주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결국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환자들만 우선 사용할수 있도록 리아백스주 신약 허가를 내줬다.

여기에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는 '겹경사'까지 맞으면서 젬백스는 오랜 인고의 세월을 끝내고 제품 출시를 통해 그동안의 약속을 입증하려는 단계에 와 있다.

김기웅 대표는 "췌장암은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다. 하나 있는 기존 치료제도 부작용이 심해 거의 쓰이지 않는다"며 "시장점유율 10%는 한병원에서만 리아백스주를 써도 달성 가능한 보수적인 전망"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내에서 병원 치료를 받는 췌장암 환자는 약 1만3천여명으로 이들 대다수가 5대 대형 병원에 몰려 있어 출시하면 마케팅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젬벡스는 설명했다.

김기웅 대표는 "최근 환자와 의료진의 문의 전화가 하루 200통 이상 쏟아지고있다"라며 "환자들이 '하루빨리 출시해달라'고 호소해 우리도 굉장히 안타깝고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젬백스는 리아백스주의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 승인 신청 절차를 밟고 있으며 세계적 대기업과 관련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고 김기웅 대표는 밝혔다.

GV1001은 또한 폐암, 전립선암, 흑색종 등 다른 암 치료제로도 활용 가능성이있어 젬백스는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물론 이 같은 전망은 아직은 '말'에 가깝고 손에 잡히는 '숫자', 즉 실적은 아니다.

이 회사의 영업손실은 2012년 47억원, 지난해 106억원, 상반기 66억원으로 나날이 커지는 추세다.

이에 따른 시장 일각의 불신에 맞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 회사가 최근취한 행동은 노르웨이 젬백스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자회사 카엘젬백스의 흡수합병 결정이었다.

카엘젬백스가 그간 별도로 존재하면서 유사시 매각 등 '퇴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제는 본사와 한 몸이 돼 그럴 여지가 사라졌다.

이들은 "그동안은 기존 제조업에서 번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구조여서재무제표가 나쁠 수밖에 없었다"며 "카엘젬백스 합병은 '내년부터 이 회사 실적을모기업에 반영하겠다, 계속 이 사업을 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황우석 교수 이후 '바이오 트라우마'가 생기면서 '바이오=사기'라는 공식까지 퍼졌다"며 "그간 오해와 질시를 많이 받았지만 내년이면 시장에출시해서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제 숫자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jh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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