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 증시> ① 박스권에 갇히다

입력 2014-12-14 04:10  

1,886~2,082 등락하며 200포인트 박스권…최저 변동성환율변수·실적부진에 대형주 부진하고 중소형주 약진

올해 주식시장도 박스권 탈출에 실패하는 모습이다. 한여름 시장을 달군 단 한 차례 빼고는 제대로 된 기회를 찾지 못했다.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재로선 산타가 찾아오기도 힘들 것 같다.

올해 국내 증시를 되짚어보면 상실감마저 느낀다는 투자자의 목소리도 있다.

코스피의 성적표는 초라했고 상장사 이익은 저성장도 모자라 역성장했다.

시장 역동성은 사라진 채 바깥바람에 찔끔찔끔 오르내리길 반복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는 지난 12일 1,921.71로 마감하며 지난해 말(2,011.34)보다 4.46% 하락했다.

2014년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말띠 해를 맞아 황소처럼 뿔을 쳐들고돌진하진 못 하더라도 말처럼 잘 달렸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스피의 수난은 새해 벽두부터 시작됐다. 새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2.

20%(44.15포인트)나 급락했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올해 최대 낙폭이다. 연초 증시가 강세를 띤 경험에 기초한 Ƈ월효과'에 대한 기대는 무산됐다.

원·달러 환율이 2008년 8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하며 원화 강세가 두드러진 환율 충격에다가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나타난 급락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두 가지는 줄곧 올해 증시를 애먹인 변수였다.

환율은 상반기에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움직임이었으나 8~9월 무렵부터약세로 방향이 바뀌었다. 엔저는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하반기에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빠진 삼성전자를 비롯해 기업들 실적 부진도 지속됐다.

개별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12월 결산법인) 617곳의 3분기 누적(1~9월) 매출액은 약 824조3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6%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43조5천억원, 34조7천억원으로 각각 12.8%, 11.9% 줄었다.

이런 매출·이익 부진은 연결 재무제표를 낸 상장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이슈였는데,우리는 미국 경기의 수혜를 별로 보지 못했고 국내 기업실적은 둔화했다"며 "재정을확장하고 금리를 두 번 내렸지만 아직 경기에 파급되지 않는 모습"이라고 봤다.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 종료와 맞물릴 금리 인상을 놓고 그 시기 전망이 나올때마다 환율과 주식시장은 흔들렸다. 중국의 경기 부진도 코스피에겐 악재로 작용하기 일쑤였다.

우크라이나 내전에 따른 러시아와 유럽·미국 사이의 갈등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고 지금은 유가 하락이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에선 세월호 사고 이후 지속한 내수 부진,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10조원 베팅 등이 이슈가 됐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배당·가계소득 확대를 위한 세제,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에 주력하면서 7월말 2,080을 웃돌며 박스권 탈출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특히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지수는 올해 들어 각각34차례, 49차례 사상 최대기록을 갈아치웠고, 상하이종합지수는 3년8개월만에 3,000선, 일본 닛케이 주가는 이달 들어 7년 4개월만에 17,5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의 시장지배력은 올해도 여전했다. 외국인 순매수-순매도와 코스피의 등락은 대체로 흐름을 같이한 것이다. 외국인은 3월까지 팔다가 4~8월 사자 행진을 벌이곤 9~10월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많았던 7월에 코스피는연고점을 찍었고 순매도가 두드러진 10월엔 장중에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국내 증시의 특징을 ▲ 주요국 대비한국 증시의 부진 ▲ 사장 최저 변동성 ▲ 중소형주 강세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연평균은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이 그만큼좋았다고 못 느끼는 것은 주가 진폭이 사상 최저로 떨어져 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대형주 부진, 중소형주 강세의 양극화가 나타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종가기준으로 올해 코스피 최고가는 2,082.61(7월30일), 최저가는 1,886.85(2월4일)으로 그 차이는 200포인트도 안 된다. 박스가 더 좁아진 것이다.

코스피 대형주는 환율과 실적부진에 시달리며 작년말보다 6.16% 하락한 반면에중형주와 소형주는 1.25%, 21.15%, 코스닥은 6.74% 각각 올랐다. 코스피 업종별로는비금속(64.96%), 섬유의복(27.74%), 증권(20.12%), 통신(11.44%) 등이 약진하고 운수장비(-24.89%), 기계(-17.53%), 건설(-12.47%), 화학(-11.45%) 등은 부진했다.

그나마 기업공개시장이 활성화되고 배당 분위기가 확산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어닝 쇼크의 반복 속에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서 벗어나질 못했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까지 디스카운트 되는 상황을보면 잠재성장률의 구조적 하락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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