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입력 2015-02-09 04:10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투자문화'를 강조했다. 저위험-고수익 상품은 없다며, 단기에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긴 그림을 보는투자를 권했다.

그는 '비장의 무기'라고 할 만한 금융상품은 없으며, 고객이 자신에 맞는 상품을 제대로 고르도록 돕는 게 금융투자업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독보적 수준의 PB하우스'를 지향하며 PB(프라이빗뱅커) 키우기에 나선 이유다.

그는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1986년부터 '대우증권맨' 외길을 걸어온 공채 출신 첫 사장이어서 그렇다. 요즘 직원들에게 경영방침을 설명하고 술자리갖는 날이 잦아졌다. 어떤 날은 150대 1로 술잔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사장에 선임되고서 받은 1천여개의 문자 중 절반이 직원들의 축하였다고 자랑했다. 공채 출신사장으로서의 부담감도 느껴졌다.

조금 나아졌다지만 증권업은 여전히 어렵다. 업계의 생존 경쟁과 몸부림, 투자자들의 이탈, 글로벌 경제위기의 상시화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구조적 저성장우려가 커진 한국경제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리서치센터에서 잔뼈가 굵은 그로부터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에 투자문화 외에도 '열정', '소통', '창조' 같은 단어를 자주 썼다. 요즘 그의 머리 속에 꽂힌 화두인 듯했다.

다음은 홍 사장과의 문답.

-- 증시 침체 배경은.

▲ 우선 산업구조상 문제다. 저성장·저투자·저금리·저물가 등 '신사저(新四低)'가 고착화되며 한국 주력산업이 한계에 부딪혔다. 산업 포트폴리오가 중후장대형이고 소재·산업재 의존도가 너무 강하다. 화학 철강 조선 기계 건설 등의 업종이다. 이들 산업이 매출 부진에 시달린다. 지난해 매출이 처음 마이너스가 나올 수 있다. 매출 마이너스는 큰일이다. 창조경제, 서비스산업, 소프트웨어가 이어받아야 하는데 질적인 문제라서 압축성장이 불가능하다.

둘째,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을 높이려고 하는 모순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품은 없다. 리스크와 리턴은 정방향이라는 점을 알아가야 한다. 강남투자자들이 주식상품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자산가는 리스크를 감내하지만 대부분투자자는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것도 구조적 증시 침체의 요인이다.

-- 투자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나.

▲ 80년대나 지금이나 주식시장을 보는 투자자 시각은 비슷하다. 건전한 자산증식의 장이 돼야 되는데, 여전히 단기에 돈 벌겠다는 생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긴그림으로 성과나는 것을 봐야 한다. 싸고 우량한 종목 사서 오래 놔두면 수익이 난다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금융위기가 왔는데도 수익이 나더라는 점을 느낀 투자자는 돈 벌고, 테마주 같이 과거 잣대로 투자하는 분들은 여전히 문제가 생긴다.

이런 투자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 저와 대우증권의 과제다.

-- 투자문화를 뒷받침할 직원 전문성 강화 복안은.

▲ 대우증권은 콘텐츠를 파는 회사다. 고객 자산관리 모든 분야에 대해 우리가콘텐츠를 제대로 팔면 영업은 자동으로 된다. 부동산, 펀드, 종목 등에서 각각 잘하는 사람이 있다. 분업화로 가야 하고 조직력이 필요하다. 본사조직도 법무팀, 세무팀, 부동산팀 등 이 지점과 연결해 지원해야 한다.

--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비장의 무기(상품)가 있나.

▲ 비장의 무기라고 할 만한 금융상품은 없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선 전세계 모든 상품을 살 수 있다. 투자자의 자산이나 투자성향에 맞춰 잘 고르도록 도와주는 게 금융투자회사의 역할이다.

-- 대우증권 매각이 화두가 될 것 같다.

▲ 내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 10년쯤 근무한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할것이다. 대우증권은 국민의 증권회사다. 공익성이나 회사가치 높이는 게 중요하다.

-- 공익성과 회사가치는 다소 상충되지 않나.

▲ 공익성은 정도영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투자문화를 높인다. 지배구조변화와 무관하게 할 거다. 우리 경영진은 모두 대우 출신 순혈이다. 지배구조보다이 회사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

-- 직원들과 소통은.

▲ 이미 14차례가량 직원들에게 우리가 뭘해야 할지 강의했다. 부문이나 지역별로 돌며 100대 1, 150대 1로 술 마신다. 메신저로 직원과 직접 소통한다. 임원들이솔선수범하며 열정적 기업문화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 대우증권의 기업문화는.

▲ 열정, 몰입이라고 본다. 열정은 주인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상황을 인지하고 과거보다 두세 배 열심히 해야 한다. 경영진의 헌신이있을 때 가능하다. 리더가 가정교사처럼, 부모처럼, 스포츠감독처럼 가르쳐야 한다.

-- 업계에서 규제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 규제완화에서 강화로 전환한 것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 트렌드다. 그러나 그 출발점의 규제수위를 보면 선진국은 낮았고 우리는 높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도 규제가 늘다 보니 선진국과 우리 사이의 규제 갭은 같은 상황이다. 선진국은규제강화가 맞고 이머징, 특히 한국은 완화가 맞는 방향이다.

-- 어떤 규제가 걸림돌인가.

▲ 파생상품 과세 문제가 중요하다. 그간 파생상품시장에 문제도 있었다. 옵션·선물 세계 1위라는 건 분명히 잘못됐다. 하지만 선물은 헤지 성격이 강하므로 정상적인 시장을 위해 필요하다. 세율 을 낮춰 거래 활성화하는 게 낫다. 위기상황이라면 몰라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유통시장을 막으면 증시 발전에 장애요인이 된다.

방문판매 계약취소권도 문제다. 금융투자상품을 14일 내에 취소한다면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금융쪽 세제혜택 상품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노후준비해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기간을 늘려야 하는데, 세제가 왔다갔다 하면 안 된다. 장기노후상품은 세제를 확실히 해줘야 거기에 맞춰 장기투자할 수 있다. 세액공제 더 해달라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만이라도 안 바뀌도록 안정성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과거에 높은 부채비율이나 북한 문제 같은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들이 사라졌는데 혹시 이런 규제가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 저금리가 계속된다고 보는가.

▲ 한국에서는 금리 0.25%포인트 내린다고 경기가 좋아지고, 올린다고 나빠지지않는다. 절대적인 금리 레벨과 장기 성장동력이 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한국은행이 한 번 정도 더 내릴 것으로 본다. 제가 15년 전에 '평생 저금리'라는 말을 썼다.

금리는 안 올라간다는 게 제 철학이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물가가 올라간다는것인데, 과도한 양적완화로 화폐 신뢰도가 떨어질 때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당분간 금리에 신경 안 쓴다.

-- 한국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 인식의 문제다. 고령화된다는 것은 전국민이 다 안다. 한국은 고성장한 국가다. 우리와 일본이 그랬다. 하지만 앞으론 우리가 성장했던 경험의 환경이 아니다.

1960년대 개발부터 2008년 리먼 사태 전까지는 양적 팽창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더 많이 더 싸게 만드는 나라가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이 모두 고령화되며 수요가 늘기 어렵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한 다음에 대책이나와야 한다. 일본은 과거 정책의 강도를 높여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한 상황에 맞는 대책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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