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투자전략> '추경의 추억'

입력 2015-06-19 08:10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결과가 제 아무리 비둘기적(통화완화 성향)일지라도 오는 9월 금리 인상을 기대하는 환경에선 그 영향은 단발성 안도감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도 만만치가 않다. 그리스 정부와 유로존 채권단 간 대타협이 진행되는 것이 최적의 결과이지만, 현재의 지리멸렬한 교착상태를 고려할 경우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지극히 작다. 현재진행형인 메르스 파장 역시어느 시점에 가서야 누그러질지 그 누구도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의 지뢰밭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탈출구는 하나다. 바로정책 모멘텀이 구체화하는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정부의 올해 하반기 경기활성화 대책 발표가 관건이다. 지난주 기준금리 인하 효과도 정부의 경기대책과 결합할 때 긍정적 영향이 오롯이 발현될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추경은 거시 환경이나 증시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 정부의 추가 예산 집행은 잠재적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고, 경제 주체의 자신감 회복과 내수 경기 방향 선회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 이래 12차례에 걸쳐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1998년 위기라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2008년까지의 추경은 규모 자체도 작았고 재난 구제와 취약계층 생활안정과 특수 목적 사업지출 성격이 강했다.

반면 2009년과 2013년 단행된 두 차례의 추경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를 웃도는 메가톤급 규모로, 본격적인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이전의 추경과 완연히차별화됐다.

연도별 편성 목적과 규모는 달랐지만, 추경의 영향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증시에서도 추경의 긍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2000년(정부 추경 편성 이후 국회 의결까지 대략 4개월 소요)과 2002년(재해 구난 성격의 소규모 추경), 2008년(세계 금융위기) 등 세 번의 경우를 제외하고, 추경은 대부분 주가 상승의 중요한 기폭제로 작용해왔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컸는데, 추경 편성은 매크로펀더멘털(기초체력) 환경을 주시해오던 외국인 투자자에게 환경의 방향 선회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모두 경제 현안의 심각성과 추경의 당위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이달 말 추경 편성의 현실화 가능성은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추경 규모와 성격이다. 이번 추경이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국가채무 증가를 이유로, 학계와정치권 일각의 주장대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긴급대책 성격의 4천억원대 규모로 제한된다면 내수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꾀하기에 역부족일 공산이 크다. 이러면증시 투자심리 회복도 미지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글로벌 최상위 수준인 35.7% 수준에 불과하고,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추경 편성이 정부 재정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2009년과 2013년에 버금가는 대규모 추경 편성이 가능할 수 있다. 현세수 결손분 7조원과 메르스 및 가뭄 긴급대책 지원분, 청년 실업문제 해결과 중소수출기업 지원 등 하반기 정책 역점사항 등을 고려하면 2013년 당시와 유사한 규모의 추경 편성을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 시장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을 밑돌고 있고 양적완화 축소 발언을 통해 미국 통화정책 위험이 증폭되던 2013년 버냉키 쇼크 당시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펀더멘털 측면에서 시장의 추가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다.

앞으로 시장의 파장은 다분히 심리적 영향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전략적으로 올해 하반기 강세장을 염두에 둔 코스피 2,000선 초입 구간에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업종 전략으로는 과거 대규모 추경 이후 업종별성과와 2분기 이후 실적 모멘텀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 내 우주항공, 금융, 미디어·콘텐츠, 화장품 등의 업종이 추려진다.

추경이라는 마중물을 주시하며 시장의 단기적 부침을 하반기를 위한 포트폴리오재정비 기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작성자: 김용구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책임연구위원 ygno.1.kim@samsung.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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