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시각효과 업체, 내달 코스닥 상장
다음 달 코스닥 상장 예정인 시각특수효과(VFX)업체 덱스터의 김용화(44) 대표는 여전히 '대표'보다 '감독'이란 호칭이 더 편하다고 했다.
그는 곧 영화감독 출신 첫 상장사 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지만, 그 이전에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등의 히트작을 만든 충무로의 대표 스타감독이다.
김 대표는 지난 28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덱스터의 기술력은 아시아에서는이미 최고로 평가받고 있고, 할리우드 수준에도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도 매머드급 VFX 스튜디오가 필요하다"고 상장 이유를 설명했다.
2011년 설립된 덱스터는 상상과 가상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영상에 구현해냄으로써 현대 영화 흥행의 큰 축을 담당하는 VFX를 전문으로 제작하고 있다.
천만개가 넘는 동물의 털, 실제 사람과 같은 디지털 휴먼, 바다 시뮬레이션 등 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월 영화 관련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영화감독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김 대표가 VFX 회사를 설립하게 된 건 영화 '미스터고'(2013)를 찍으면서다. 극사실적인 고릴라가 상영 시간 내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해외 업체에 기술을 의뢰할 경우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800억원까지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며 "우리가 안 해서 못하는 것인지, 못해서 안 하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쇼박스'로부터 받은 투자금에 사재를 탈탈 털어 덱스터의 초기 설립 비용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3차원(3D) VFX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김 감독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도전"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스승이나 선배가 전무한 상황이라 공정마다 어느 수준의 완성도가 나와야 '오케이'를 할 수 있는 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한장면을 찍기 전까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미스터고'를 시장에 선보였지만, 흥행 성적표는 참패였다. 고릴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다 보니 어린이 영화로 시장에 인식된 탓이었다.
그러나 120억원에 완성한 고릴라 캐릭터는 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고릴라 '링링'이 야구 경기에서 홈런을 치는 모습, 비를 쫄딱 맞고 풀죽은 모습,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 등이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구현됐다는 평이었다.
김 감독은 "영화의 흥행 실패에 제작자와 투자자 모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사실"이라며 "그러나 고릴라의 완성도를 보고 국내 굴지의 투자사들의 투자가 이어지며 회사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으니 위기가 곧 기회가 된 셈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 영화계에서의 '러브콜'이 이어지며 덱스터는 몸집을 빠르게 키울수 있었다.
'적인걸2', '몽키킹:손오공의 탄생' 등 중국 대형 영화의 VFX를 담당하게 됐고,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완다그룹과 레노버 계열사인 레전드캐피탈로부터 각각 1천만달러(한화 약 115억원)씩을 투자받기도 했다.
그는 "기술력은 할리우드 수준이지만, 가격은 할리우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보니 안정적인 수주와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급격히 팽창 중인 중국 시장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도 유효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상장을 통해 조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230억~300억원의 자금을 덱스터 중국법인의 외형 확장과 연구개발(R&D) 등에 사용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아시아의 워너브러더스(WB), 디즈니와 같은 종합 영화 제작사로 키워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감독과 기업 대표를 겸하는 것에 대해 초반 우려의 시각도 있었지만, 그는"감독도 연애를 하고 밥을 먹듯 시간을 아껴 회사를 키워온 것"이라며 "직함은 다양해도 결국 목표는 하나,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위로를 해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그는 "기술이 그 과정을 시각적·정서적으로 더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코스닥 상장과 함께 차기작인 '신과 함께' 준비로 눈코 뜰 새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과 함께'는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로, 동명의 유명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저승과 현실을 오가는 작품인 만큼 덱스터의 축적된 기술력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그는 "지옥을 포함한 저승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낼 것"이라며 "'반지의 제왕'수준의 판타지를 구현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덱스터는 다음 달 14~15일 일반 청약을 거쳐 코스닥에 입성한다. 공모 희망가는 1만1천~1만4천원이며, NH투자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매출액은 187억원, 영업이익은 50억원이다.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다음 달 코스닥 상장 예정인 시각특수효과(VFX)업체 덱스터의 김용화(44) 대표는 여전히 '대표'보다 '감독'이란 호칭이 더 편하다고 했다.
그는 곧 영화감독 출신 첫 상장사 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지만, 그 이전에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등의 히트작을 만든 충무로의 대표 스타감독이다.
김 대표는 지난 28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덱스터의 기술력은 아시아에서는이미 최고로 평가받고 있고, 할리우드 수준에도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도 매머드급 VFX 스튜디오가 필요하다"고 상장 이유를 설명했다.
2011년 설립된 덱스터는 상상과 가상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영상에 구현해냄으로써 현대 영화 흥행의 큰 축을 담당하는 VFX를 전문으로 제작하고 있다.
천만개가 넘는 동물의 털, 실제 사람과 같은 디지털 휴먼, 바다 시뮬레이션 등 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월 영화 관련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영화감독으로서 탄탄대로를 걷던 김 대표가 VFX 회사를 설립하게 된 건 영화 '미스터고'(2013)를 찍으면서다. 극사실적인 고릴라가 상영 시간 내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해외 업체에 기술을 의뢰할 경우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800억원까지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며 "우리가 안 해서 못하는 것인지, 못해서 안 하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쇼박스'로부터 받은 투자금에 사재를 탈탈 털어 덱스터의 초기 설립 비용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3차원(3D) VFX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김 감독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도전"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스승이나 선배가 전무한 상황이라 공정마다 어느 수준의 완성도가 나와야 '오케이'를 할 수 있는 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한장면을 찍기 전까지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미스터고'를 시장에 선보였지만, 흥행 성적표는 참패였다. 고릴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다 보니 어린이 영화로 시장에 인식된 탓이었다.
그러나 120억원에 완성한 고릴라 캐릭터는 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고릴라 '링링'이 야구 경기에서 홈런을 치는 모습, 비를 쫄딱 맞고 풀죽은 모습,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 등이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구현됐다는 평이었다.
김 감독은 "영화의 흥행 실패에 제작자와 투자자 모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사실"이라며 "그러나 고릴라의 완성도를 보고 국내 굴지의 투자사들의 투자가 이어지며 회사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으니 위기가 곧 기회가 된 셈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 영화계에서의 '러브콜'이 이어지며 덱스터는 몸집을 빠르게 키울수 있었다.
'적인걸2', '몽키킹:손오공의 탄생' 등 중국 대형 영화의 VFX를 담당하게 됐고,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완다그룹과 레노버 계열사인 레전드캐피탈로부터 각각 1천만달러(한화 약 115억원)씩을 투자받기도 했다.
그는 "기술력은 할리우드 수준이지만, 가격은 할리우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보니 안정적인 수주와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급격히 팽창 중인 중국 시장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도 유효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상장을 통해 조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230억~300억원의 자금을 덱스터 중국법인의 외형 확장과 연구개발(R&D) 등에 사용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아시아의 워너브러더스(WB), 디즈니와 같은 종합 영화 제작사로 키워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감독과 기업 대표를 겸하는 것에 대해 초반 우려의 시각도 있었지만, 그는"감독도 연애를 하고 밥을 먹듯 시간을 아껴 회사를 키워온 것"이라며 "직함은 다양해도 결국 목표는 하나,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위로를 해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그는 "기술이 그 과정을 시각적·정서적으로 더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코스닥 상장과 함께 차기작인 '신과 함께' 준비로 눈코 뜰 새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과 함께'는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로, 동명의 유명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저승과 현실을 오가는 작품인 만큼 덱스터의 축적된 기술력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그는 "지옥을 포함한 저승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낼 것"이라며 "'반지의 제왕'수준의 판타지를 구현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덱스터는 다음 달 14~15일 일반 청약을 거쳐 코스닥에 입성한다. 공모 희망가는 1만1천~1만4천원이며, NH투자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았다. 지난해 연결 기준매출액은 187억원, 영업이익은 50억원이다.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