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은 두고 경찰만 처벌"…회계업계 '부글부글'

입력 2015-12-03 04:03  

대우조선해양[042660] 분식 의혹을 계기로 금융감독 당국이 외부 감시자인 회계법인 대표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내놓자 회계업계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분식회계 대책의 초점이 정작 분식 회계를 저지른 회사 책임자들이 아닌 회계사들에게 맞춰졌다는 이유에서다.

회계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3일 "이번 대책은 도둑은 내버려두고 도둑을 못잡았다고 경찰에 대한 처벌 수위만 높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작 분식 회계를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분식 의혹 사건을 가리키며 "올해 1분기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흑자가 난다고 하던 회사가 2분기부터 3조원대 적자를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시가총액이 4분의 1 토막이 났다. 투자자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을 봤다"며 "분식회계 책임자에게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공인회계사회도 분식회계 주체인 회사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이 빠진 이번대책을 '반쪽짜리'라고 비판했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논평에서 "금융당국이 회계 투명성 향상을 위해 고민하고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분식 회계의 책임을 외부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의심이 든다"며 "분식 회계를 수행한 사람들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기업의 중대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하면 감사 업무를 맡은 회계법인의 대표에게도 책임 유무에 따라 회계사 등록 취소, 직무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1일 밝혔다.

분식회계를 감시하는 책임자도 문책 대상에 포함해 분식회계를 철저히 근절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조치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분식회계의 '주범' 격인 회사 책임자들에대한 처벌과 제재 수준이 아직은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대우건설이 3천8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내리고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양형 기준을 고려했다는 이유로 전·현직 임직원의 검찰 고발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원, 4천270억원에 달한 대우건설에 20억원 수준의 과징금은 '솜방망이 제재'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상태지만 금감원은 이회사에 대한 회계감리 착수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실사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고있지만 착수 여부를 결정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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