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용대리'보다 무서운 '용대표' 전성시대

입력 2016-05-12 06:29  

몇 년 전 여의도 증권가에선 '용대리들'이 일반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20∼30대 대리·과장급 금융투자업계 직원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기존세대와 달리 중소형주나 새로운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성향이 있어 용감하다는의미가 녹아든 '용대리'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용대리들보다 무서운 이들이 최근 증권가에 등장했다.

바로 '용대표들'이다.

아예 창업의 길로 들어서 스스로 최고경영자(CEO)가 된 용감한 30·40대 증권맨이다.

젊은 창업자이지만 금수저와는 거리가 멀고 투자금을 받아 회사를 설립한 용대표가 대부분이다.

캐주얼 복장의 젊은 용대표 군단은 말끔한 정장 차림의 넥타이 부대가 빠진 자리를 속속 채우고 있다.

이 중 원종준(39)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용대표로 꼽힌다.

1979년생인 원 대표는 2012년 라임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전문사모펀드 운용사로변경해 현재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3년 만에 7천억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라임 모히토'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9.6%로 가장 높다.

원 대표는 12일 "투자 철학이나 뜻이 맞고 유망한 사람들이 같이 모여 일을 해보고 싶어 창업하게 됐다"며 "투자자들이 믿음을 갖고 기다려줘 좋은 성과를 내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인 1999년에 처음 주식 투자에 손을 댔다.

입대 후에도 동생에게 편지를 쓰거나 전화로 어떤 종목을 사라고 얘기할 정도로투자에 몰입했으나, 2001년 9.11 테러 사태 등으로 몇 차례 큰 손실을 보고서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에 매진했다.

졸업 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우리은행[000030] 주식운용부를 거쳐 헤지펀드 1세대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에서 경험을쌓았다.

최근 투자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정호성 더블릭투자자문대표는 33세 새내기 CEO다.

대학 재학 시절 가치투자 동아리에서 꿈을 키워 졸업 후 바로 동기, 후배와 힘을 모아 창업했다.

작년 1월 투자자문사 등록 후 130억원을 모았고 현재까지 45%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임직원 5명의 평균 나이는 31세.

정 대표는 "대학 다닐 때 안정적인 직장과 거리가 멀다고 느꼈고 기존 관습을깨고 올바른 투자를 하려면 취직하는 것보다 창업이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가치가 성장에 있다고 보고 10년 이상 장기적인 메가트렌드 안에서헤게모니를 쥔 성장주에 장기 투자하는 원칙을 세웠다"며 "시장이 흔들리거나 단기적으로 저조한 성과에 대한 불안감은 투자자로서 마땅히 즐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실패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증권가에 용대표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경직적인 조직문화보다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활약하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 때문이다.

또 취업 문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반면에 운용사나 자문사 창업 기회가 많이생긴 것도 한몫한다.

용대표의 원조로 통하는 최준철(40) VIP투자자문 공동대표가 10년 넘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대학 시절 주식동아리에서 활동한 최 대표는 졸업 후 취업하지 않고 동아리 친구와 2003년 회사를 차렸다.

현재 운용자산은 1조8천억원으로 커졌고 누적수익률은 500%를 웃돈다.

작년에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GPFG)이 2억5천만 달러(약 3천억원)를 맡겼다.

원 대표는 "기존 회사에선 개인 성과가 아무리 우수해도 보상이나 승진에서 한계가 있고, 투자 스타일이 다르면 원하는 투자도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며 "일부 젊은 증권맨은 규제가 싫어 취업이나 창업도 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개인투자자 군단으로 활약한다"고 말했다.

indig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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