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IB 육성안 발표로 덩치 키우기 경쟁 본격화"(종합)

입력 2016-08-02 17:38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코멘트 등 일부 내용을 추가합니다.>>자기자본 3조원대 한국투자·삼성증권 자본확충 여부 관심일부 대책 "실효성 의심" 지적도

금융투자업계는 2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이 국내 자본시장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계기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대형 증권사들 사이의 몸집 키우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증권사들이 가장 주목했던 IB 규모 기준선이 3조원, 4조원, 8조원으로 다양하게제시되면서 통합 미래에셋증권[037620] 한 곳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특혜시비는 가라앉은 모습이다.

애초 금융당국이 정책적 혜택을 지원할 초대형 IB 기준을 '자기자본 5조원 이상'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통합 미래에셋대우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가 초대형 IB에 제공할 인센티브를 자기자본 3조원 이상∼4조원미만, 4조원 이상∼8조원 미만, 8조원 이상 등 세 구간으로 나눠 제시해 이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가 사라지게 됐다.

4조원 이상∼8조원 구간에 해당하는 증권사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통합 미래에셋대우[006800](6조7천억원)와 NH투자증권[005940](4조5천억원) 등 두 곳이다.

3조원 이상 구간에는 역시 합병 예정인 현대증권[003450]과 KB투자증권(3조8천억원·양사 자기자본 단순 합산) 외에 삼성증권[016360](3조4천억원), 한국투자증권(3조2천억원)이 해당된다.

신한금융투자는 5천억원 규모의 증자를 마치면 자기자본 3조원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번 방안은 특혜시비가 없는 합리적인 안"이라며"4조원대에 해당하는 증권사가 2곳 있는 데다가 다른 곳들도 노력하면 4조원대에 진입할 수 있는 만큼 대형화를 위한 유효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아무래도 기준선을 5조원 이상 한 가지로 정한 것보다 업계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그간 증권업계가 고대하며 기다려온 조치"라며 "그간잠자던 업계의 야성적 충동과 무한 경쟁을 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대형 IB들에 부여하기로 한 인센티브도 실질적인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내년부터 4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는 어음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기업에 대출해줄 수 있다.

증권사의 어음 발행액은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자기자본) 산정에서도 제외된다.

이들 증권사에는 기업을 상대로 한 외국환 업무가 허용된다.

8조원이 넘으면 이뿐만이 아니라 종합투자계좌(IMA) 영업을 통해 일반 고객에게서 자금을 모아 기업 대출에 쓸 수 있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어음 발행 허용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레버리지 규제 완화는 자금 운용 측면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조치"라며 "자금 조달과 운용 양쪽 규제를 풀어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현재는 규제 한도를 다 쓰는 곳이 없지만, 기업금융 업무가 확대되면 이번 인센티브가 실질적인 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4조원대 증권사에 부여된 새로운 건전성 규제, 신용공여 한도 증액, 발행 어음 허용, 레버리지 제외 등의 인센티브는 업계 요구가 대부분 반영된 것"이라며 "대형 투자은행 업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 중심의 '덩치 키우기' 경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확충은 증자, 코코본드 발행 등 다양한 방안으로가능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외형 키우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도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3조원대의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7천억원대의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바로 4조원대 증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확충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올 11월 통합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인 미래에셋증권 측은 "지금 단계에선유상증자나 증권사 추가 인수 계획이 없다"며 "점진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질 높은해외투자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보다 자산 관리에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 왔다"며 "일단 금융위 발표 내용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사장도 "증자 등 덩치를 추가로 키울 방안에 대해선 앞으로 구체적으로검토해 봐야 한다"며 "수익성 측면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이얼마나 개선될지를 다각도로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 법 개정 절차를 거쳐 내년 이후 시행될 이번 방안의 효과가 구체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 안이 즉각 시행된다고 해도 바로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기업금융 측면에서 추가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대책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초대형 IB 육성책의 핵심 중 하나로 허용된 발행 어음이 예금자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아쉽다"며 "증권사가 발행하는 어음의 금리가 저축은행 예금 수준에 못 미친다면 과연 고객이 찾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어음 발행에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지 않은 점, 업계에서 기대했던 법인 지급결제 허용 방안이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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