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비싸지는 원화 '몸값'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 줄까(종합)

입력 2016-08-10 15:55  

<<원/달러 환율 종가와 종목별 마감가 등을 기사에 반영합니다.>>"수출株 타격으로 시장에 부담" Vs "배경 고려하면 긍정적일 수도"

원/달러 환율이 10일 장중 달러당 1천100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원화 강세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요인이기 때문에 수출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감 등으로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수출주에 크게 불리하지 않은 환경일 수도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7원 내린 1,09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5월 22일의 1,090.1원 이후 1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 강세 흐름을 타는 것은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지연 기대감이 커진 데다가 주요 선진국의 잇단 유동성 공급 확대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5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미국 달러화가 풍부해진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 8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것이 원화 강세에 힘을 더했다.

수출 비중이 큰 주요 제조기업들은 일단 최근의 원화 강세 추세로 막대한 환차손을 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의 경우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분기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날아갈 정도로 타격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영향을 받아 삼성전자가 전날보다 1.66% 하락한 것을 포함해 현대차[005380](-1.83%), 기아차[000270](-1.20%), SK하이닉스[000660](-3.57%), LG전자[066570](-0.74%), LG디스플레이[034220](-3.51%) 등 대형 수출주들은 줄줄이 하락했다.

코스피는 극심한 혼조세를 보인 끝에 0.86포인트(0.04%) 오른 2,044.64에 장을마쳤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 배경을 고려하면 원화 강세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강세로 간 배경이 글로벌 불안 요인의 진정,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향 안정이고 이것이 외국인주식 순매수로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증시에 불리하지만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수출주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 모멘텀이 점차 회복되는 것은 한국 수출에 뚜렷한 호재"라며 "과거에도 원화 강세가 수출주의 수익률 훼손으로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원화 강세 피해주로 꼽히는 자동차 업종의 경우엔 엔/달러 환율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재 팀장은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합관계인 일본 엔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100엔대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일본 업체와 비교할 때 우리수출 기업에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이 원화 강세에도 수출주 순매수를 지속하는 현 수급 환경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외국인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화장품, 반도체, 상사·자본재 등의 순으로수출 종목에 대한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김대준 연구원은 "만약 원화 강세가 수출주의 펀더멘털을 훼손한다면 외국인은해당 주식을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외국인은 환율에 무감각한 모습으로수출주 투자에서의 핵심이 환율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수출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유지할 것을 조언했다.

다만 원화 강세가 한층 심화할 경우 환차손을 따진 외국인 매도 물량이 나올 수있는 점과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수요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은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관건은 수요 환경"이라며 "수요 환경이 개선되면서 환율 효과를 완충해 주지 않으면 기업 매출이나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풀리는 상황인 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원화 약세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9월이나 10월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커진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hanajja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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