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게임에 빠졌던 재수생 KAIST 박사 되다

입력 2014-02-20 10:32  

<<사진 있음>>

게임에 빠져 대학 입시에 실패했었던 학생이 게임으로 KAIST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인공은 전산학과 박태우(32)씨.

박씨는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 끝에 2002년 KAIST 전산학과에 입학한 뒤2006년 평점 3.0점을 간신히 넘겨 대학원에 진학했다.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탓에 남들은 2년에 마치는 석사과정을 2년반이나 걸려 수료했다.

7살 때부터 시작한 게임이 그의 인생에 걸림돌이었다.

박씨는 "동네 형 집에 놀러갔다가 게임의 세계에 입문한 뒤 부모님께 졸라서 '제닉스'를 샀고, 그때부터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대학에 가서도 게임과 관련된 성적은 좋았지만 전공 이외의 과목은 형편 없었다"고 말했다.

꾸준한 연구가 필수적인 박사과정은 그에게 더욱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돌던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지도를 맡은 송준화 교수였다.

송 교수는 박씨가 게임제작 동아리 '하제' 회장을 맡으면서 모바일 퍼즐 게임을직접 만들고 상용화까지 했던 경험에 주목했다.

게임 개발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주위의 만류에도 박씨에게 게임 플랫폼이나 콘텐츠를 개발해보라고 조언했다.

박씨는 "생각을 깊게 하는 편이 아니어서인지, 스타크래프트처럼 전략과 전술이필요한 게임보다는 순발력과 액션이 필요한 Ƈ인칭 슈팅 게임'이 더 맞았다"며 "과도하게 복잡한 게임보다는 생활형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게임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동료, 선후배 학생들과 함께 헬스장, 수영장, 공원 등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만들어낸 것이 '오리배' 게임.

사람이 달리는 속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러닝머신의 원리를 활용, 두 명이 달리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하는 게임이다.

사람들이 헬스장을 중도에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러닝머신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 지루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착안해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했다.

박씨는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헬스장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나 할 수 있고,'세계 헬스장 달리기 대회'도 가능하다"며 "마라톤 동호회도 한곳에 모일 필요 없이집에서 가까운 헬스장에서 다른 회원들의 순위를 보며 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수영 영법을 이용한 격투기 게임, 대열에서 이탈하는 어린이를 찾아주는 '참새 짹짹' 어플, 훌라후프·자전거·줄넘기를 이용한 운동게임 플랫폼, 사용자의 평소 생활 패턴을 활용한 아바타 게임 등의 개발을 주도하거나 참여해 우수논문, 시연상을 다수 수상했다.

박씨는 21일 열리는 KAIST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오는 6월부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에임스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에서 근무하게 된다.

박씨는 "나사에서도 우주공간에서 쓰이는 지원형 로봇 개발을 위해 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상호작용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게임 개발 경력이 도움이 됐다"며 "인생의 흑역사에는 대부분 게임과 함께 있었는데, 결국 지금의 영광을 준 것도 게임이었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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