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과학자에 대해 공정한 연구 평가가 가능할까">

입력 2014-04-09 14:36  

기초과학연구원서 국내 연구평가 방식에 대한 토론회

"한국 사회에서는 동료의 연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는데 객관적인 연구평가가 가능할지…" 9일 오전 IBS(기초과학연구원) 본원 대회의실에서 네이처 출판그룹 최고 편집장인 필립 캠벨(Philip Campbell)과 IBS 연구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연구평가방식의 문제점 등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현택환 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은 "국내 연구평가 시스템에서는 연구성과가 얼마나 많은 잡지에 게재됐는지 등 질보다는 논문의 양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제가 몸담은 공학 쪽은 인용지수가 큰 잡지에 논문이 실리는 것과 연구 성과와는관련이 없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어 "논문의 질을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분야가 서로 다르고, 작은 그룹내에서는 다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이 어려운 아시아 문화권의 특성상 객관적인 '피어 리뷰'(동료 평가)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준 IBS 연구지원본부장은 "국내 연구평가 시스템도 점차 양에서 질로 넘어오는 단계다. 단순히 게재된 논문 수를 따지던 것에서 인용지수와 사회적 영향력을중요하게 여기게 됐고, 이제 동료 평가 단계까지 왔다"며 "하지만 서울대조차도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평가하기 쉽지 않은 등 아직 제도가 정착되진 못했다"고 말했다.

신희섭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원장대행)은 "서로 분야가 다르다는 이유로 동료 평가가 쉽지는 않지만 IBS는 26개국에서 온 200명의 해외 과학자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공정하고 중립적인 동료 평가가 가능하다"며 "정부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기초과학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정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예전에 국내에서도 해외 과학자 평가시스템을 도입한 적이 있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며 "논문인용지수와 동료 평가를 적절히 결합하는 방법으로 합리적인 연구평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한 연구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희섭 단장은 "IBS가 기초연구를 하고는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생각한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의 뉴런 메커니즘(신경기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처럼 연구가 어떻게산업화·상업화될 수 있을지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필립 캠벨 네이처 최고 편집장은 "논문 게재만이 평가의 척도가 돼서는 안 된다"며 "과학자 역시 공동체의 구성원인 만큼, 그들의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영향도 연구 평가의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 정부의 경우 모든 대학에 연구 성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연구소기업이나 의료분야 임상결과 등 다른 사회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있다"며 "IBS가 3년뒤 정부의 평가를 받게 될 때도 이 같은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말했다.

필립 캠벨 편집장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연구 평가에 대한 접근'을주제로 신희섭·현택환·스티브 그래닉 IBS 단장과 이정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 조광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등 국내 과학 정책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가운데 3시간 동안 진행됐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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