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는 기초연구…집중투자보다 꾸준한 지원 필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은 원천기술인데 항상상업화를 요구한다. 기초연구가 상업화와 연계돼 있다는 것은 난센스다. 집중적인투자보다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꾸준히 지원하다 보면 결실이 나오게 돼 있다." 세계 최고 재난대응 로봇을 뽑는 대회인 미국 국방부 '다르파 로봇 챌린지'(DRC)에서 우승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Ⅱ'를 만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로봇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은 휴보가 세계 최고 로봇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도 미국, 일본 등 로봇 선진국과 겨룰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갖췄다는 뜻"이라며 "로봇 분야에서 원천기술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을 이끄는 어려움과 관련해 "연구원들은 모두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고 천재들이다. 천재들은 고집이 세다. 옳다고 생각한것은 잘 수정하지 않는다"며 제자에게 무릎 꿇은 사연을 소개했다.
오 교수는 "연구 방향을 수정하라고 하면 절대 바로 안 한다. 안되는 이유만 12가지 찾아온다. 한번은 제자이자 수석연구원으로 이번 대회에서 임무수행 부분 책임을 맡은 허정우 박사에게 '속는 셈치고 3일만 내 말대로 해달라. 무릎을 꿇으면 하겠느냐'고 하고 무릎을 꿇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봇 기술 수준은 국력에 비례한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가장 앞섰고일본과 유럽이 비슷한 수준, 그다음이 우리"라면서 "하지만 새로 시작되는 지능형서비스 로봇에서는 우리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오준호 교수와의 일문일답 -- 다르파 로봇 챌린지 우승 의미는 ▲ 이번 우승은 휴보가 세계 최고 로봇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주어진 임무에서좋은 기록을 낸 것 뿐이다. 미국 IHMC가 출전시킨 'IHMC 로보틱스'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15년 연구가 결집된 세계 최고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우승은 우리도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겨룰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갖췄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 대회에서 극복하기 어려웠던 과제는 ▲ 자동차에서 내리는 과제에서 출전팀 모두가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팀들은 발판을 대고 내리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휴보는 세계 최초로 차에서뛰어내리는 기술을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걷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바닥이 3도기울어진 경사로라는 사실이 대회 직전에야 공개돼 많은 팀이 당황했다. 하지만 휴보는 처음부터 3도 기울어지고 울퉁불퉁한 길에서 걷도록 설계돼 있어 이를 극복할수 있었다.
-- 연구비 지원은 어디서 받았나. 10년간 연구에서 어려웠던 점은.
▲ 외국에 한국은 로봇 강국, 특히 휴머노이드 강국으로 알려졌고 국내에서도왜 휴머노이드 연구만 지원하느냐는 지적도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 국내에는휴머노이드 프로젝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2004년부터 7년간 평균 5억원 정도를지원받았고 실험실 창업으로 비용을 충당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이번 대회 참가에는산업통상자원부에서 3개 팀에 35억원을 지원했고 팀 카이스트가 그중 13억5천여만원을 받았다. 다른 연구기관들도 휴머노이드 연구에 뛰어든 적이 있지만 연구 지원 기반이 없어서 유지하기 어렵다.
-- 연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 대회 후 1·2·3위 팀에 주어진 공통질문이 30∼40명의 조직을 어떻게 이끄느냐 하는 것이었다.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은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성공할수 없다. 연구원들 개개인이 모두 최고 전문가이자 천재다. 천재들은 고집이 세다.
옳다고 생각하면 고치지 않는다. 연구 방향을 수정하라고 하면 절대 안한다. 안되는이유만 12가지 가지고 온다. 한번은 허정우 박사에게 '속는 셈치고 3일만 내 말대로해달라. 무릎을 꿇으면 하겠느냐'고 말하고 무릎을 꿇어서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각자 개인은 잘못된 것을 모른다. 전체를 보는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에게 이들을 설득할 논리, 통찰력, 깊이가 없으면 설득이 불가능하다.
-- 휴머노이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나라 로봇산업 육성 정책과 환경은.
▲ 휴머노이드는 수백 가지 로봇 중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휴머노이드는 앞으로 언제까지나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다. 기술적 한계를 시험하는 연구용으로 보면된다. 휴머노이드가 문을 여는 데 5분, 한가지 임무수행에 10분이 걸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지만 임무 수행 장소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곳이거나 화성 또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부 같은 곳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로봇 기술 수준은 국력에 비례한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가장 앞섰고 일본과 유럽이 비슷한 수준, 그다음이 우리다. 하지만 새로 시작되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서는 우리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르파 로봇 챌린지에 참가할 수 있는 나라도 OECD 국가 중 몇 나라 안된다.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정도다. 중국은 이 수준까지 오려면 아직 멀었다.
정책적인 면에서 로봇은 산업부에서 지원하고 산업부는 3년 내 상업화 아이템과연결할 것을 요구하고 평가도 그렇게 한다. 로봇분야에서 원천기술 연구가 많이 됐으면 좋겠다. 휴머노이드는 원천기술인데 기초연구임에도 상업화와 연계돼 있다는것은 난센스다.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미래부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고 있지만 2005년에도 똑같았다. 집중적인 투자보다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꾸준하게지원하다 보면 결실은 나오게 돼 있다.
scite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은 원천기술인데 항상상업화를 요구한다. 기초연구가 상업화와 연계돼 있다는 것은 난센스다. 집중적인투자보다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꾸준히 지원하다 보면 결실이 나오게 돼 있다." 세계 최고 재난대응 로봇을 뽑는 대회인 미국 국방부 '다르파 로봇 챌린지'(DRC)에서 우승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Ⅱ'를 만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로봇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은 휴보가 세계 최고 로봇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도 미국, 일본 등 로봇 선진국과 겨룰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갖췄다는 뜻"이라며 "로봇 분야에서 원천기술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을 이끄는 어려움과 관련해 "연구원들은 모두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고 천재들이다. 천재들은 고집이 세다. 옳다고 생각한것은 잘 수정하지 않는다"며 제자에게 무릎 꿇은 사연을 소개했다.
오 교수는 "연구 방향을 수정하라고 하면 절대 바로 안 한다. 안되는 이유만 12가지 찾아온다. 한번은 제자이자 수석연구원으로 이번 대회에서 임무수행 부분 책임을 맡은 허정우 박사에게 '속는 셈치고 3일만 내 말대로 해달라. 무릎을 꿇으면 하겠느냐'고 하고 무릎을 꿇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봇 기술 수준은 국력에 비례한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가장 앞섰고일본과 유럽이 비슷한 수준, 그다음이 우리"라면서 "하지만 새로 시작되는 지능형서비스 로봇에서는 우리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오준호 교수와의 일문일답 -- 다르파 로봇 챌린지 우승 의미는 ▲ 이번 우승은 휴보가 세계 최고 로봇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주어진 임무에서좋은 기록을 낸 것 뿐이다. 미국 IHMC가 출전시킨 'IHMC 로보틱스'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15년 연구가 결집된 세계 최고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우승은 우리도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겨룰 수 있는 로봇 플랫폼을 갖췄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 대회에서 극복하기 어려웠던 과제는 ▲ 자동차에서 내리는 과제에서 출전팀 모두가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팀들은 발판을 대고 내리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휴보는 세계 최초로 차에서뛰어내리는 기술을 선보여 큰 화제가 됐다. 걷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바닥이 3도기울어진 경사로라는 사실이 대회 직전에야 공개돼 많은 팀이 당황했다. 하지만 휴보는 처음부터 3도 기울어지고 울퉁불퉁한 길에서 걷도록 설계돼 있어 이를 극복할수 있었다.
-- 연구비 지원은 어디서 받았나. 10년간 연구에서 어려웠던 점은.
▲ 외국에 한국은 로봇 강국, 특히 휴머노이드 강국으로 알려졌고 국내에서도왜 휴머노이드 연구만 지원하느냐는 지적도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 국내에는휴머노이드 프로젝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2004년부터 7년간 평균 5억원 정도를지원받았고 실험실 창업으로 비용을 충당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이번 대회 참가에는산업통상자원부에서 3개 팀에 35억원을 지원했고 팀 카이스트가 그중 13억5천여만원을 받았다. 다른 연구기관들도 휴머노이드 연구에 뛰어든 적이 있지만 연구 지원 기반이 없어서 유지하기 어렵다.
-- 연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 대회 후 1·2·3위 팀에 주어진 공통질문이 30∼40명의 조직을 어떻게 이끄느냐 하는 것이었다.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은 강력한 리더십이 없으면 성공할수 없다. 연구원들 개개인이 모두 최고 전문가이자 천재다. 천재들은 고집이 세다.
옳다고 생각하면 고치지 않는다. 연구 방향을 수정하라고 하면 절대 안한다. 안되는이유만 12가지 가지고 온다. 한번은 허정우 박사에게 '속는 셈치고 3일만 내 말대로해달라. 무릎을 꿇으면 하겠느냐'고 말하고 무릎을 꿇어서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각자 개인은 잘못된 것을 모른다. 전체를 보는 리더가 필요하다. 리더에게 이들을 설득할 논리, 통찰력, 깊이가 없으면 설득이 불가능하다.
-- 휴머노이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나라 로봇산업 육성 정책과 환경은.
▲ 휴머노이드는 수백 가지 로봇 중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휴머노이드는 앞으로 언제까지나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다. 기술적 한계를 시험하는 연구용으로 보면된다. 휴머노이드가 문을 여는 데 5분, 한가지 임무수행에 10분이 걸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지만 임무 수행 장소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곳이거나 화성 또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부 같은 곳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로봇 기술 수준은 국력에 비례한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가장 앞섰고 일본과 유럽이 비슷한 수준, 그다음이 우리다. 하지만 새로 시작되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에서는 우리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르파 로봇 챌린지에 참가할 수 있는 나라도 OECD 국가 중 몇 나라 안된다.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정도다. 중국은 이 수준까지 오려면 아직 멀었다.
정책적인 면에서 로봇은 산업부에서 지원하고 산업부는 3년 내 상업화 아이템과연결할 것을 요구하고 평가도 그렇게 한다. 로봇분야에서 원천기술 연구가 많이 됐으면 좋겠다. 휴머노이드는 원천기술인데 기초연구임에도 상업화와 연계돼 있다는것은 난센스다.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미래부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고 있지만 2005년에도 똑같았다. 집중적인 투자보다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꾸준하게지원하다 보면 결실은 나오게 돼 있다.
scite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