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장사꾼들 천안 원도심 활성화 불 지핀다

꽃차·스테이크 점 등 창업…"명동시장 부활 우리 손에"

한때 고속버스터미널과 극장, 예식장 등으로 북적이던 충남 천안 원도심이 쇠락을 거듭해 찬바람이 불자 청년 장사꾼들이 몰려들어상가부활에 불을 지피고 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서울 명동이 부럽지 않을 만큼 인파가 몰렸던 천안시동남구 명동대흥로를 되살리기 위해 손호준(26)씨 등 20대 청년들이 최근 수제 꽃차와 샐러드＆스테이크, 커피, 캔들·비누전문점 등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모두 6개 점포를 창업해 '명동상권 살리기' 시험에 나섰다.

광주 송정시장이 10∼15개 점포로 시작해 짧은 시간에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선례가 있는 만큼 '명동대흥로 상점가'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10월 창업해 한 달째인 손호준(26)·최한솔(26)씨는 고교 동기동창으로 샐러드바를 겸한 스테이크 하우스 '헤르바'를 냈다.

주방을 합쳐 30㎡ 안팎의 작은 공간에 테이블이라고 해야 몇 개 되지 않는다.

직접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허브 샐러드를 만들고 고기를 굽는 일을 공동대표이자 점원인 둘이 척척 하고 있다.

손씨는 "친구를 꼬드겼죠. 제 전공이 체육학인데 식품영양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며 "아침 점심으로 샐러드가 손색이 없을 듯했고 저녁 메뉴로는 스테이크가 좋을것 같아서 (친구가)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마다 창업 제안을 했는데 역시 잘 생각한것 같다"고 말했다.

문을 연 지 한 달인데 테이크아웃 주문도 꾸준히 늘고 있어 하루 20만∼30만원가량 수입을 내고 있다.

직접 덖은 꽃잎으로 수제 꽃차를 내놓아 일찌감치 단골을 확보한 이진여(25)씨는 카페 '꽃처럼'의 주인이다.

대학에서 소비자생활정보학을 공부한 그는 고마리와 박하를 혼합한 차와 함께조팝나무꽃, 아까시, 쑥, 국화, 장미와 맨드라미, 천일홍과 딸기, 당아욱 등 숱한꽃잎을 따 일일이 덖어서 차를 낸다.

점심 후나 저녁이면 찻집에 놓인 20여개의 의자가 꽉 찬다.

이씨는 또 버스킹은 물론 '미니' 오케스트라공연도 기획해 20∼30대 손님은 물론 50대 중년 남성들의 발길도 잦다고 전했다.

'디코너스톤'은 다양한 메뉴를 접시에 담아 즐기는 디저트로 천안에서는 첫 시도이고, '빼꼼' 카페는 숨겨져 있는 국내 여행지를 함께 찾을 수 있는 독특한 커피전문점, '르멜란지'는 예쁜 유기농 향초와 천연비누를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점포를 열수 있었다.

인근 구 동남구청사 재개발 등 도시재생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린 데다 기존 상인들이 '잘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청년 장사꾼들이 뛰어들면서 기존 점포들도 생기를 되찾고 있다.

박상일(60) 천안 명동패션상가상인회 사무국장은 "점포 인테리어비용으로 국비가 60% 지원되고 시비 등 30%에, 자부담은 10% 밖에 들지 않아 청년들로서는 구미가당길 아이템"이라며 "임대료도 1년간 100% 지원되기 때문에 창업 성공확률이 그만큼높다. 내년에도 청년상인 5명이 추가로 빈 점포를 손질해 가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광주 송정시장의 경우 국내 한 카드회사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어 예상밖의 전국 브랜드화에 성공했지만 명동대흥로 역시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다큐 3일' 등 TV 프로그램을 통한 홍보도 강화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어깨가치여 못 다닐 지경이던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yy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