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3천억원의 적자폭과 단위를 달리하는 이같은 재정적자 추계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제도의 중추인 건강보험 체제의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최근 ''건강보험 중ㆍ장기 재정전망 연구'' 보고서를 통해 올해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나 보험료 및 수가인상 등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이같은 재정추계가 나왔다고 17일 밝혔다.
건보 재정은 2009년 32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지난해에도 총수입 33조5천605억원에 총지출 34조8천599억원으로 1조2천994억원의 적자를 기록, 누적 수지가 9천592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건보공단의 추계 결과 당장 내년에는 건보 재정이 수입 41조5천590억원, 지출 41조5천871억원으로 281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 정도 적자폭은 그나마 약소한 편이다.
적자규모는 이후 2013년 1조5천122억원으로 크게 불어나고 2014년 3조1천69억원, 2015년 4조7천756억원으로 매년 1조5천억원 정도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 2018년에는 적자규모가 10조7천57억원으로 10조원대를 돌파한 뒤 2020년 15조9천155억원, 2022년 20조4천186억원, 2025년 29조2천537억원, 2030년 47조7천248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추산은 건보재정 지출이 2012년부터 2030년까지 41조6천억원에서 137조원으로 무려 3.3배로 늘어나는데 반해 수입은 41조6천억원에서 89조3천억원으로 2.1배로 증가하면서 수지 불균형이 심화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급증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급여비 지출이 2012년 13조4천억원에서 2020년 32조2천억원, 2030년 70조3천억원으로 18년만에 5.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재정분석은 오는 2030년 직장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75% 수준에 이르고 피부양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보험료 수입의 20%를 지금처럼 정부가 계속 지원해준다는 전제하에 이뤄진 것이다.
박일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지출이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는데다 보험료 인상의 어려움, 낮은 정부지원 등으로 인해 줄곧 적자와 흑자를 반복해오던 건보 재정이 앞으로는 적자 규모를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 대한 건보 수가를 물가인상 수준에 맞춰 매년 2.5%씩 인상한다고 가정할 때 전체 지출은 2022년 100조원을 넘어서 2030년에는 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기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2011년 5.64%였던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을 2030년에는 11.69%까지 올려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소득의 10% 이상을 건보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수가를 3%씩 인상하게 되면 2021년 전체 지출이 100조원을 초과하고 2030년에는 190조원에 이르게 되는데 당기수지 균형을 위해서는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을 2021년 8.67%, 2030년 12.41%까지 올려야 한다.
이 경우 직장가입자가 월평균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가 2010년 8만원에서 2020년 19만원, 2030년 36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물가상승 수준대로 수가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수지균형을 위해서는 매년 3∼5%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셈이다.
보고서는 건보제도의 지속 가능성의 핵심은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에 있고 이를 위한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재정수입을 확대하고 재정지출을 합리적으로 절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적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전제된 가운데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주류 등 목적세 신설, 국고보조방식 개선 등을 통해 추가 수입을 확보하고 부당청구방지시스템 개발,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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