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낮은 신용등급자들의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급증했다.
카드론 등 비은행권 대출이 늘면서 가계의 채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반적으로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증가한 가운데 1~10등급 신용등급 분류에서 ''주의 등급''에 해당하는 7등급과 8등급의 신규 발급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주의 등급자들은 주로 저신용 업체와 거래가 많고 단기 연체 경험을 비교적 많이 갖고 있어 단기적인 신용도 하락이 예상되는 대상자들이다.
7등급의 2009년 3분기와 4분기 신용카드 신규 발급건 수는 11만2천건과 12만8천건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들어 1분기 14만2천건, 2분기 17만5천건, 3분기 18만건 등으로 크게 불었다.
8등급의 경우도 2009년 3분기와 4분기에는 2만건에도 못미쳤지만 지난해 1분기에는 2만3천건,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2만9천건 등으로 증가했다.
''위험 등급(9~10)'' 가운데 9등급은 2009년 3분기 신규 발급이 5천건에서 지난해 3분기에는 6천500건으로, 10등급은 1천700건에서 2천건으로 각각 늘었다.
신용상태가 좋은 1~6등급의 카드발급 건수도 큰 폭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2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3분기에는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같이 카드 신규 발급이 늘면서 1인당 평균 보유 카드도 대체로 증가했다.
3등급, 4등급, 6등급에서는 2009년 3분기보다 지난해 3분기에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7등급 이하 낮은 등급은 모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이용실적도 지난해 3분기까지(1~9월) 381조7천억원으로 2009년 같은 기간 347조2천억원에 비해 9.9% 증가했다.
특히 신용카드를 통한 신용대출인 카드론의 경우는 2009년 1~9월 12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17조9천억원으로 40.1%나 급증한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파악했다.
전체적인 카드론 가운데는 낮은 등급자들이 받은 대출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카드 신규 발급과 이용실적 증가세는 전반적인 가계대출의 채무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2003년 카드 대란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현재 가계가 보유한 전체 대출의 채무건전성지수는 ''위험(73.8)''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 지수는 2009년 말 80.3, 지난해 1분기 81.2, 2분기 74.8 등에 이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평가지수는 낮을수록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80 미만이면 ''위험''이고 80~100은 ''정밀관찰'', 100~120은 ''주의관찰'', 120 이상은 ''정상''이다.
NICE신용평가정보 관계자는 "2009년 이후 활성화된 카드론 등의 소액대출 비중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며 "은행의 상대적 의존도가 낮아지고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채무건전성지수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