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융위기 당시 긴급대출 세부내역 공개

입력 2011-04-0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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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급자금대출 창구를 통해 현금을 수혈받은 대형 금융회사들의 명단과 대출 현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연준이 1913년 출범 이후 재할인 창구를 통해 초단기 자금을 대출받은 금융회사의 이름과 대출액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은 2007년 8월8일부터 2010년 3월1일 사이에 재할인 창구와 여타 대출프로그램을 통해 총 3조달러 규모의 초단기자금을 지원한 상세내역을 담은 총 2만5천여쪽 분량의 자료를 31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와코비아은행과 모건스탠리가 2008년 가을 각각 60억달러와 12억5천만달러의 초단기자금을 연준으로부터 대출받았다.

워싱턴뮤추얼은행은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하루 전인 2008년 9월24일 20억달러를 대출받은데 이어 파산보호를 신청한 당일에도 20억달러를 대출받는 등 총 100억달러 상당의 초단기자금을 빌려갔다.

금융위기 당시 외국의 대형은행들도 연준의 재할인 창구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스트리아의 에르스테그룹뱅크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던 날인 2008년 9월15일 두 차례나 연준 재할인 창구의 문을 두드려 각 20억달러씩을 대출받았다.

리먼 파산 당일 연준의 긴급대출 규모는 485억달러에 달했다.

연준의 일일 재할인 대출 규모가 1천100억달러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던 2008년 10월29일에는 벨기에-프랑스 합작은행인 덱시아가 265억달러를,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데프파가 246억달러를 빌리는 등 이들 두 유럽은행이 연준 재할인 대출의 절반 가량을 점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덱시아는 10월20일부터 24일 사이에 총 1천억달러 이상을 빌려갔으며 데프파 역시 700억달러 이상을 대출받았다.

뱅크오브스코틀랜드는 10월21일 20억달러를 시작으로 22일 15억달러, 23일 15억달러, 24일 15억달러 등 한주일 사이에 총 65억달러를 꿔갔다.

이밖에 독일의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 영국의 바클레이즈, 중동의 아랍뱅킹코퍼레이션 등도 연준 창구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한 미국의 초대형 금융회사들은 재할인 창구 대신 기간입찰대출(TFA) 등과 같은 연준의 자금대출 프로그램에 주로 의존하면서 긴급자금을 수혈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이 재할인창구를 이용한 사례는 금융위기 발발 1년 전인 2007년 8월22일 5억달러를 대출받은 것이 처음이며 BoA의 경우 같은 해 8월23일과 24일 각 5억달러를 빌려갔다.

BoA는 금융위기 발발 이후 메릴린치와 컨트리사이드파이낸셜 등을 인수하면서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450억달러를 지원받았다.

연준과 미국내 대형 금융회사들은 연준 재할인 창구를 통한 긴급자금 대출 현황을 공개할 경우 거래내역의 비밀보장 원칙에 바탕을 둔 금융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하고 은행의 명성을 부당하게 훼손할 수 있는데다 연준의 최종대부자로서의 기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재할인 대출 내역의 공개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항소법원이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며 연준의 재할인 대출내역 공개를 명령했으며 이에 반발한 금융회사들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함에 따라 이날 연준 역사상 처음으로 재할인 대출 상세자료의 공개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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