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군, 아프리카 중재안 거부

입력 2011-04-1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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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반군은 11일 아프리카연합(AU)이 제시한 리비아 정부와의 정전 중재안을 거부했다.

반군의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의 무스타파 압둘 잘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AU 중재안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 조건이 누락돼 있다면서 중재안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직 법무장관인 압둘 잘릴 위원장은 AU의 중재안이 리비아 국민의 열망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정치개혁 일정만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압둘 잘릴 위원장을 비롯한 반군 지도자들은 이날 벵가지를 방문한 AU 대표단과 회담을 열고 리비아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카다피는 전날 트리폴리에서 남아공과 모리타니, 콩고, 우간다 등 5개국 정상으로 구성된 대표단에 AU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AU 대표단의 일원인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리비아 정부가 AU의 중재안인 `로드맵''을 받아들였다면서 정전이 성사될 수 있도록 공습을 중단해달라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요구했다.

AU의 중재안에는 즉각적인 정전과 양측간의 대화 개시, 정치개혁 추진, 인도적 구호품의 반입 허용, 리비아에 주재하는 외국인 보호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카다피 부대는 이날 서부의 격전지 미스라타에서 반군 세력에 대한 포격을 이어갔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알-자지라는 반군 대변인을 인용, 카다피 부대가 6주간 포위한 미스라타에서 포탄 공격을 퍼부어 5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나토의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토군은 카다피 부대가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한 공습을 계속할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또 "정전 합의는 신뢰할 수 있고, 입증이 가능해야 한다"면서 "폭력 사태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모든 공격 행위가 완전히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작전 속도는 모든 공격행위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한다는 명백한 목적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프랑코 프라티니 외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라디오 방송인 `유럽1''에 출연, 카다피와 그의 아들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프라티니 장관은 "카다피 일가는 미래의 리비아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며 "그는 퇴진해야 하고, 이는 리비아 내 국가적 화합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리비아에 대한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을 주도하는 영국과 프랑스도 이런 견해에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AU의 중재안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AU 중재안의) 세부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내용이 완전히 파악될 때까지 중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거부했다.

클린턴 장관은 회견에서 카다피가 권력을 내놓고 리비아를 떠나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지만, 카다피 퇴진이 `협상불가''라는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다.

미 국무부 관리는 이와 관련, "고의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클린턴 장관이 AU 중재안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있다.

카다피 차남 세이프 알 이슬람은 국제사회와 반군의 카다피 퇴진 요구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그는 프랑스의 BFM TV와 인터뷰에서 "리비아 지도자(카다피)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며 그는 나이가 많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젊은 엘리트가 국가를이끌고 지역 현안을 총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지만, 지도자(카다피)의 퇴진 요구는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벵가지에서는 이날 3천여 명의 시민이 AU 대표단과 반군 지도자들 간의 협상이 열린 시내의 한 호텔 앞에서 과거 왕정 시대의 국기를 든 채 카다피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 시위대는 또 AU 대표단 소속 정상들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그들은 각자 자국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한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위원회의 아흐메드 알-아드보르 위원은 "카다피와 그의 아들들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카다피 부자의 퇴진을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리비아 정부의 초청으로 수도 트리폴리에 사무실을열었으며 조만간 미스라타에 구호팀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ICRC는 이미 리비아 동부 지역에 구호팀을 파견해 의약품과 식량을 나눠주고 있다.

또 기초식품과 의약품, 물과 전기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미스라타를 비롯해 리비아 서부 지역에도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CRC의 지역국장인 장 미셸 모노는 열흘 전부터 리비아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며 "카다피군과 반군 모두 국제 인도주의 법률이 규정한 기초 원칙들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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