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월을 정점으로 내려가겠지만, 4분기부터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는 역전현상이 발생, 기조적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히려 내년 물가가 더 걱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근원물가란 곡물을 뺀 농산물과 석유류 등 일시적인 외부충격에 의해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장기적이고 기조적인 물가로 일반적으로 소비자물가를 밑돌고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일단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고 정책적으로도 잡기가 어렵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2011년 경제전망(수정)''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분기 4.5%에서 3.4%로 하락세를 보이는 한편 근원물가는 1분기 2.9%에서 4분기 3.6%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4분기부터 전세가 바뀔 것으로 본다"면서"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적 충격이 일반물가로 이어지는 2차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올해 말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역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리정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총재는 "현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지만 연말쯤 되면 역전되겠다"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와 함께 근원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되는지를 분석해가면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원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근의 물가상승은 유가와 채소류가 견인했기 때문에 정부가 이들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근원물가는 품목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정책적 대응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근원물가가 오르게 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더욱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올해는 기름값, 채소값을 중심으로 물가가 올랐다면 올해 말 또는 내년부터는 과잣값부터 외식비, 통신비, 이.미용비까지 전반적인 부분에서 본격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체감물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특히 "올 초 물가를 잡으려고 많은 진통 끝에 유류비 인하 등의 정책이 나왔는데, 방대한 품목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근원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진영 수석연구원은 "근원물가의 높은 상승세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물가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특히 개인 서비스 부문에서의 오름세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근원물가로 인한 기조적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 역시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안에 두세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있겠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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