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공개적 주주권 행사’ 언급한 이유>

입력 2011-04-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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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10일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한 것과는 뉘앙스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자칫 연기금을 활용한 정부의 대기업 통제를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말을 곰곰이 되씹어 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별로 신경 안쓴다"는 말은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문제가 과거 정권에서도 수 차례 추진됐던 사안인 만큼, 특별히 새로울 게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또 "공개적으로 행사되는 것은 오히려 환영한다"는 말은 연기금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비판에 대해 "파괴력은 컸으나 얻는 게 없었다"는 주위의 평가를 의식해 완곡하게 표현한 것일 뿐,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입니다.

연기금이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통해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대기업을 좀 더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은 환영할만 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연기금이 주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기업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발상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연기금이 동반성장을 명목으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높여주도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전망이 불투명한 대규모 투자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주주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게 아닙니다.

또 연기금이 본연의 목적인 투자수익률을 포기하고,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연금 가입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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