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 급증

30대 재벌그룹이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 국외법인을 올해 대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스위스에서 출처가 의심스러운 약 1조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 나온 결과라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증설한 배경이 주목된다.

조세조약은 국가 간 이중과세를 방지하려고 체결하는 국제조약으로 정보교환을 통해 탈세를 막는 목적도 있다.

22일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의 국외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5월 말 1천942개로 지난해 1천812개보다 7.2% 늘었다.

이 중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있는 법인은 141개에서 167개로 18.4%나 급증했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등 77개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정한 케이만군도와 버진아일랜드, 마셜군도 등 조세피난처 국가와는 조약을 맺지 않았다. 홍콩과 파나마 등도 조세조약 미체결국이다.

조세피난처는 기업 소득에 세금을 거의 매기지 않고 회사 설립이나 외국환 업무를 규제하지 않아 다국적 기업들의 돈세탁 또는 비자금 은신처로 자주 이용된다.

30대 재벌 중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법인이 가장 많은 곳은 롯데그룹이다. 지난해 29개보다 4개 증가한 33개였다. 케이만군도에 2개, 버진아일랜드와 모리셔스에 각각 1개 신설했다.

롯데는 전세계 다국적 기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가 집중된 버진아일랜드, 모리셔스, 파나마, 케이만군도, 버뮤다, 마샬군도 등 5개국에 모두 13개의 법인을 둔 점이 눈에 띈다.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법인을 두 번째로 많이 둔 재벌은 삼성그룹이었다. 조세조약 체결을 앞둔 홍콩(4곳 신설) 등에 모두 7개 늘어나 30개에 달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대중국 교역 등 정상적인 글로벌 기업활동을 하려고 홍콩 등지에 국외 법인을 뒀으며, 필리핀은 외국인 토지 소유가 법적으로 금지돼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진출했을 뿐 탈세 등의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LG그룹은 지난해 13개에서 올해 21개로 8개 증가했다. 30대 재벌그룹 중 가장 많이 불어났다. SK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 등에 3개 늘어난 20개로 파악됐다.

현대그룹은 2개 늘어난 8개, 동양그룹은 7개, 한화그룹과 STX그룹, 한진그룹 각각 5개로 나타났다. GS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각각 4개, OCI그룹과 금호, 두산, 한진중공업, 대한전선그룹이 각각 3개의 법인을 조세조약 미체결국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