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해금강에서

입력 2011-07-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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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못했던 단어 ‘어무이’. 언제나 불러보고 싶은 이름입니다. 옆에 있다면 서슴없이 젖무덤을 만지작거릴 것 같은데…. 적은 나이도 아닌데 이런 상상을 하다니 징그럽기는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본향’을 향한 그리움을 숨길 재간이 없으니 말입니다.



아래 시는 몇 년 전 금강산 관광때 떠올랐던 시상을 다듬은 작품입니다. 감정의 여과가 쉽지 않았던 탓에 그만 긴 사모곡(思母曲)이 되고 말았습니다. 흑인 영가 ‘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의 페르소나가 되어… 여전히 칭얼대는….





1

물결치는 모든 것은

바다를 향해 있대요

고성평야 보리밭

애타게 나부끼는 것도

여기 해금강 넓은 품

안기고 싶어 앓는

몸살이라는데요



어머니…

당신 등에 업혀

마을 고샅길 돌 때 듣던

한숨 소리

이곳에 내려놓았나요



물방울 무수히 깨뜨려 찰랑대는

파도의 삭신 속

고향 집 툇마루 삐걱거리고

문지방 넘던 사투리

왁자지껄 걸쭉하네요



2

우련 떠올라요

당신 나이 사십 가까워

활활 몸 섞은 북녘 사내

서산에 해 걸려 넘어가지 않는 날

다짜고짜 대문 두드려, 당신 찾으면

졸던 닭 때도 없이 홰 치고

나팔꽃잎 서둘러 하루 접었지요



그날 두 사람 말다툼

유자망에 걸려 튀어오르는

멸치 떼 비명 같았어요

썰물의 바짓가랑이 붙잡는 인력과

밀물의 치마폭 벗어나려는 원심력

당기고 밀치는 소리 같기도 했는데요

알 수 없던 건

언제 그랬나싶게 조용해진 후에야

걸려 있던 해 넘어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 남자 돋을볕에 비럭잠 깨어

피란살이 하는 몸, 형편 안되니

새끼 잘 키워달라 말했다나요

내 손에 지폐 한 장 쥐어주고

이승의 마지막 달빛 밟으며 떠나던 귀향 길엔

굿거리장단 떠들썩했어요



어찌 잊겠어요

문풍지 가늘게 떨리던 당신의 새벽

다듬이 소리 빨라지던 당신의 밤

숨 죽인 채 잠든 척하던 순간들을



당신 여읜 지 40여 년

노트르담 꼽추처럼 첨탑에 웅크린

위로받지 못한 유전자

슬몃 고개 들어 저녁 종 울렸으나

아침 머리맡은 늘 공포였어요

스스로와 척지는 병 깊어

마음 눙치는 침 맞고 부항 떴지만

굳은 어혈 풀리지 않았어요



어쩌면 욕망의 어설픈 세포 분열로

지나치게 떠들썩했던 젊음의

후폭풍 이기지 못하는

늙은 야수 한 마리 키우고 있는지도 몰라요

야성은 죽고 광기만 남아

발정난 고양이처럼 담벼락 긁으며

청춘의 지문 닳아 없어져도

지난 아픔이 그리움이라고

온 몸으로 우기는 놈 말이에요



3

외금강 만물상만으론 성이 차지 않아

속세의 바다 내려온 금강산

어제의 실개천과 오늘의 강줄기

굴곡진 이야기들 불러모아

세상에서 핍진한 것들일랑

서로 품지고 갚으며

고시랑고시랑 어울리게 했는데요



쌀뜨물에 머리 감고

참빗으로 곱게 빗어

쪽찐 어머니



한 발

두 발

외씨버선발

지난 세월 밟으며

백도라지 꽃대궁 속으로 들어가네요



- 졸시「어머니의 나라- 2008년 해금강에서」전문 (문학무크『시에티카』제3호, 2010)



글: 김홍조(한국경제TV 해설위원/ 시인)</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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