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스페인 악재, 증시 영향력 점차 소멸"

입력 2012-05-29 14:52  

<성공투자 오후증시 2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오늘은 호재부터 보자. 지금까지 그리스에서 긴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많아지면서 급진 좌파연합 시리자가 다크호스로 등장한 것이 시장 변동성을 키운 요소 중 하나였다. 이후 그리스 경제에는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대출이 어려워졌다. 누가 돈을 빌려주겠는가. 해외에서 물건을 사오려고 해도 그리스 이외의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지 않으면 물건조차 사올 수 없었다. 결국 그리스의 긴축에 반대하는 표가 많아질수록 그리스의 경제 역시 덩달아 목이 점점 조여오게 된다는 것을 그리스 국민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쇠는 두들기면 단단해진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뱅크런이 벌어지고 그리스 경제가 붕괴될 조짐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리스 국민들의 표심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총선 이후 지금까지 9번 정도의 설문조사가 있었다. 그 중 2번만 시리자가 이겼을 뿐이고 가장 최근 조사치를 포함해 모두 7회가 신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고 굳혀진다면 지금까지 긴축에 찬성했던 신민당과 사회당 연정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어 국제사회의 약속이 이행 가능하게 되는 모습이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오늘 새벽에 그리스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그리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신 재정협약이 25개국에서 통과됐을 때 아일랜드는 조건부로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었다. 그 조건이 바로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들의 의중을 물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주 목요일이 바로 신 재정협약의 찬성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일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역시 아주 근소한 차이이지만 유럽증시 폭락이 진행되면서 찬성 쪽으로 움직이는 표가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찬성과 반대가 약 9%p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차이를 계속 벌려주고 있는 추세라면 이번 주 목요일에 예정되어 있는 아일랜드의 국민투표 결과도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 모처럼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최근 주가 급락이 없었다면 과연 그리스의 표심이 돌아설 수 있었을까. 만약 돌아서지 않았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됐을까. 또 아일랜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긴축에 찬성표를 던졌을까.

스페인 때문이었다. 오늘 유럽증시 대다수가 보합권에서 마감됐지만 스페인은 2%대 낙폭을 보였으니 당연히 원인은 스페인에서 찾아야 한다. 스페인의 3위 은행 방키아가 국유화 수순을 밟고 있다. 국유화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소식이지만 그 외의 2가지 문제가 시장을 괴롭히고 있다.

첫 번째는 불신이다. 국유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투입을 했던 모습이었는데 자금 투입규모가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나면서 점점 시장에 불신을 가져오게 됐다. 실망한 것이다. 지금까지 방키아에 대한 지원금액은 총 235억 유로까지 늘어났고 정부 지분이 2배까지 늘어나면서 전체 지분율 90%까지 확대됐다.

두 번째 이유는 스페인 정부의 방키아 처리에 대한 방법이 조금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스페인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려고 해도 돈이 없다. 또 발권력도 없으니 돈을 찍어낼 수도 없다.

그러니까 국채를 발행해 놓고 그것으로 직접 방키아에 투입하고 방키아는 그 국채를 담보로 ECB로부터 유로화를 대출받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쉽게 돌려 말하면 ‘저는 지금 돈이 없거든요, 저 말고 제 친구 돈 좀 빌려주세요. 나중에 제가 갚을게요.’ 와 같다. 물론 ECB에서 대출을 거절하기는 어렵겠지만 ECB 입장에서도 이런 방식의 대출에 대해 독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은 ECB에서 빌려준다, 만다는 말은 없다. 하지만 스페인은 유로존 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다. 죽어서는 안 되는 소위 대마에 속한다. 그리스처럼 작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스페인만큼은 보호해야 된다는 것을 독일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주가가 급락하고 채권가격이 또 다시 속락해 6.5% 수준까지 다가서는 상황이었지만 불신지표라고 할 수 있는 유리보-OIS 스프레드가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금융시장에서도 스페인은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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