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Listening의 어려움과 오해들

입력 2013-01-07 10:30  

[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9편. Listening의 어려움과 오해들

“제가 hearing이 잘 안 되요.” 수강생들로부터 종종 듣는 얘기입니다. 영어를 습득하는데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리라 생각하는데요, 혹시 여러분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하기 전에 우선 간단한 질문을 먼저 해보겠습니다. Hearing과 listening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Hearing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행위를 뜻하는 반면 listening은 상대의 얘기에 주의를 기울여 듣는 것을 뜻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listening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수동적 행위가 아닌, 듣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수반하는 능동적 행위라는 것입니다.

외국어 능력시험에 L/C (Listening Comprehension)영역은 있어도 H/C (Hearing Comprehension) 영역은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아마도 hearing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수강생들도 단순히 청력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말하는 누군가의 얘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 짐작 됩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듣기 능력은 아무런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이 아니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들어도 그것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listening을 어려워하는 데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speaker의 말하는 속도와 우리가 이해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speaker가 빨리 말한다고 느끼거나 단어 몇 개만 겨우 들었다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두 경우를 경험한다고 해서 우리의 listening 능력이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요? 몇 가지 핵심 단어를 듣고 speaker의 톤과 강세를 통해 내용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떨까요? 이런 경우에 listening능력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어와 영어 listening을 하는 우리의 자세도 서로 다릅니다.

일상에서도 그런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우리는 종종 지하철 이용 중 안내방송을 듣게 되지만, 안내 방송을 첫 단어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빠짐없이 들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지하철 내 소음으로 방송을 제대로 듣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단어 몇 개만 이해해도 방송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대개 지하철 운행 관련 정보인지라 몇 단어만으로도 내용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혹여 못 알아 듣더라도 우리는 크게 염려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영어 듣기는 어떻습니까? 단어 하나를 놓칠 때 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나무라며 자신의 듣기 실력이 형편없음을 한탄하곤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평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어를 배워왔기 때문에 단 하나의 결점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 성인들은 학교에서 reading 위주의 영어 수업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러니 listening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간혹 수업시간에 listening 능력 향상을 위해 교과서 지문을 읽는 원어민의 목소리가 녹음된 자료를 듣고 따라 하는 훈련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listening능력을 향상 시키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실생활에서는 cd에 녹음된 원어민과 똑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혹은 또박또박 발음하여 천천히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실제 생황에서 제대로 listening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interaction이 없는 단순한 듣고 따라 하기 식의 훈련을 받아왔으니 실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오히려 기적에 가까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listening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부족함을 자책하곤 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동영상을 이용한 강의 중 “너무 빨리 말하네요. 단어 몇 개 밖에 못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수강생들을 자주 보곤 합니다. 때문에 저는 동영상을 보여주기 전에 항상 강조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speaker의 의도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지 빠짐없이 단어를 듣는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듣기 훈련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우선 본인의 관심사에 관련된 영어 동영상 또는 음성 자료를 찾아 꾸준히 접할 것을 조언합니다. 흥미가 있어야 동기부여도 되어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도 강의를 하며 단어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듣는 것보다는 내용의 핵심 단어를 파악하여 내용을 이해하고, 그 다음에는 phrase단위로, 그 다음에는 clause단위로 나누어서 그 이후에는 문장 단위로 듣는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listening 훈련을 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한 번에 모든 단계를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한 단계씩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들리는 대로 소리 내어 말해도 좋고 받아 적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영어는 한국어와 달리 중요한 단어들에 강세를 두기 때문에 크고 또렷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는 반면 잘 들리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몇 단어를 못 들었다고 해도 크게 낙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의 억양과 강세에 유의하여 자주 듣다 보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Listening 훈련이 부족한 영어 교육을 받아왔던 우리 성인들이 listening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단어 하나를 놓칠 때 마다 자책하기 보다는 speaker가 말하는 의도를 그리고 그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speaker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 못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Pardon?” 한 마디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말해주기 때문이지요. 영어는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클수록 그 도구를 사용하기 더욱 어려워집니다. 효율적인 영어 학습을 위해서는 성인답게 자신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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