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뒤 국제금융시장은 갑자기 고요함에 빠졌다.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만한 초대형 이벤트가 사라진 것이 원인이겠지만 이번 고요함이 마냥 편안한 느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자고나면 터지는 대형 악재와 불확실성이 어느덧 시장참가자들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초에 전해진 국제금융계의 두 가지 소식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 수세에 몰렸던 글로벌 금융(은행)업계가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번 소식도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스위스 바젤에 27개 나라 중앙은행 총재와 감독당국이 모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서 은행의 단기유동성비율(LCR) 규제를 2014년부터 적용하려던 계획을 2019년까지 5년 연기하기로 결정됐다. LCR은 그 유명한 바젤3의 일부분이다. 바젤3는 지난 외환위기 당시 `BIS자기자본비율(바젤1)`이 진화된 것이다. 바젤1이 신용위험을, 96년 개정된 바젤1 수정안이 시장위험을 은행의 자기자본요건에 적용한 것이라면 2007년부터 적용된 `바젤2`는 여기에 은행의 운영리스크까지 포함시키도록 강화된 것이었다.
물론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바젤2가 사실상 무력화되자 BIS는 서둘러 `바젤3`를 마련했다. 바젤3의 핵심은 자기자본비율 산출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 보다는 분자인 `규제자기자본`에 맞춰져있다. 은행(금융회사)의 마지막 보루인 자기자본의 질(質)을 높이지 않을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또 하나는 은행의 무분별한 레버리지를 규제해 파산위험을 적정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바젤에서 결정된 LCR규제는 바로 이 두번째 레버리지 규제의 핵심 조항인데 바로 이 부분의 적용을 5년간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레버리지 규제가 계획처럼 강화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기의 원인이었던 `탐욕`이 여전히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준 셈이다. 바젤3를 맞추기 어려운 유럽과 일부 미국 대형은행의 어려움이라는 현실론도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두번째는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이 있다. 7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의 국책 주택저당업체인 패니 메이(Fannie Mae)와의 불량 MBS 판매 소송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금액은 무려 100억달러(원화 약 10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부동산 거품을 일으켰던 무차별적인 모기지대출을 패니 메이(사실상 美정부)의 보증하에 MBS로 유동화시키는 과정에서 BOA가 제대로 된 신용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소송의 포인트였다.
오마바의 재선 직후에 양측이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월가의 초대형 은행들이 진행중인 소송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월가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신호(signal)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월가를 압박하던 오바마 정부가 규제를 일부 강화하기는 했지만 결국 금융자본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줬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로서는 확실한 경제회복을 위해선 금융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2008년 직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월가로서는 큰 짐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두 가지 소식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결정은 전 세계 경제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주름살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총알에 여유가 생긴 전 세계 대형은행들이 눌렸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위험한 매매에 또 다시 몰입한다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낮아지고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넉넉해진 곶간의 돈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경제부문에 투입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자산가들이 세금을 내느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고액자산가들의 입맛에 맞는 투자상품을 추천하며 고객잡기에 들어갔다. 물론 골치 아픈 투자를 하느니 그냥 세금을 내고 속편하게 지내겠다는 자산자들도 적지 않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요한 점은 국내외에서 이들 큰 손들의 돈이 언제,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돈은 국경도 없고 잠도 없다. 안전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곳으로 몰린다. 2013년 새해 벽두에 들려온 나라밖 소식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얼굴을 가지고 사람이 드나드는 문(門)을 지키는 수호신인 야누스가 또 다시 자유롭게(물론 이전보다는 자유가 제한됐지만) 돈의 출입을 결정하게 됐다.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만한 초대형 이벤트가 사라진 것이 원인이겠지만 이번 고요함이 마냥 편안한 느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자고나면 터지는 대형 악재와 불확실성이 어느덧 시장참가자들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초에 전해진 국제금융계의 두 가지 소식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 수세에 몰렸던 글로벌 금융(은행)업계가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번 소식도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스위스 바젤에 27개 나라 중앙은행 총재와 감독당국이 모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서 은행의 단기유동성비율(LCR) 규제를 2014년부터 적용하려던 계획을 2019년까지 5년 연기하기로 결정됐다. LCR은 그 유명한 바젤3의 일부분이다. 바젤3는 지난 외환위기 당시 `BIS자기자본비율(바젤1)`이 진화된 것이다. 바젤1이 신용위험을, 96년 개정된 바젤1 수정안이 시장위험을 은행의 자기자본요건에 적용한 것이라면 2007년부터 적용된 `바젤2`는 여기에 은행의 운영리스크까지 포함시키도록 강화된 것이었다.
물론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바젤2가 사실상 무력화되자 BIS는 서둘러 `바젤3`를 마련했다. 바젤3의 핵심은 자기자본비율 산출식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 보다는 분자인 `규제자기자본`에 맞춰져있다. 은행(금융회사)의 마지막 보루인 자기자본의 질(質)을 높이지 않을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또 하나는 은행의 무분별한 레버리지를 규제해 파산위험을 적정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바젤에서 결정된 LCR규제는 바로 이 두번째 레버리지 규제의 핵심 조항인데 바로 이 부분의 적용을 5년간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레버리지 규제가 계획처럼 강화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기의 원인이었던 `탐욕`이 여전히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준 셈이다. 바젤3를 맞추기 어려운 유럽과 일부 미국 대형은행의 어려움이라는 현실론도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두번째는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이 있다. 7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의 국책 주택저당업체인 패니 메이(Fannie Mae)와의 불량 MBS 판매 소송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금액은 무려 100억달러(원화 약 10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부동산 거품을 일으켰던 무차별적인 모기지대출을 패니 메이(사실상 美정부)의 보증하에 MBS로 유동화시키는 과정에서 BOA가 제대로 된 신용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소송의 포인트였다.
오마바의 재선 직후에 양측이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월가의 초대형 은행들이 진행중인 소송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월가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신호(signal)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월가를 압박하던 오바마 정부가 규제를 일부 강화하기는 했지만 결국 금융자본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줬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로서는 확실한 경제회복을 위해선 금융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 2008년 직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월가로서는 큰 짐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두 가지 소식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결정은 전 세계 경제 회복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주름살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총알에 여유가 생긴 전 세계 대형은행들이 눌렸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위험한 매매에 또 다시 몰입한다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낮아지고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넉넉해진 곶간의 돈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경제부문에 투입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자산가들이 세금을 내느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고액자산가들의 입맛에 맞는 투자상품을 추천하며 고객잡기에 들어갔다. 물론 골치 아픈 투자를 하느니 그냥 세금을 내고 속편하게 지내겠다는 자산자들도 적지 않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요한 점은 국내외에서 이들 큰 손들의 돈이 언제,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돈은 국경도 없고 잠도 없다. 안전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곳으로 몰린다. 2013년 새해 벽두에 들려온 나라밖 소식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얼굴을 가지고 사람이 드나드는 문(門)을 지키는 수호신인 야누스가 또 다시 자유롭게(물론 이전보다는 자유가 제한됐지만) 돈의 출입을 결정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