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천정유, SK그룹 내 '계륵' 전락

입력 2013-01-17 16:08   수정 2013-01-17 17:17

<앵커> SK가 지난 2006년에 인수한 인천정유가 그룹 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유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또 다른 사업분야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보도에 박현각 기자입니다.

<기자>

SK인천정유의 가장 큰 고민은 시설이 노후화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6년 SK가 인수 당시 1조6천억 원의 거금을 들였지만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40년이 넘은 낡은 시설이다 보니 `고도화설비`를 갖출 수 없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없는 구조인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SK인천정유 공장이 위치한 곳이 조수간만이 큰 서해안이라는 점도 지리적 악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대형 유조선 정박이 어려워 70만 배럴급의 유조선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인천공장의 하루 생산 케파(capacity)가 27만5천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2~3일이면 소진하는 물량입니다.

시설 노후 여부를 떠나 정제량을 늘리고 싶어도 더 늘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3분기 인천공장의 가동률은 울산 공장(9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정유화학분야 애널리스트

"인천정유가 수익이 안 나고 있고.. 고도화설비도 없는 상황에서 이익이 날리는 만무하거든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인천공장을 분할한 뒤 기업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이같은 고민이 깃들여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인천공장을 정유보다는 합성섬유의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전문으로 특화시키겠다는 복안입니다.

SK는 이를 위해 8천억 원을 유상증자하는 등 모두 1조6천억 원 가량을 수혈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1조6천억 원이나 들여 산 공장이 제 몸값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재투자가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PX시장 자체가 공급과잉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인천정유가 PX 시장에 진출하는 내년 전세계적으로 600만 톤의 증설이 예정돼 있는 반면, 수요증가량은 200만 톤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S-oil은 이미 PX 연산 170만 톤 체제를 갖췄고, GS칼텍스도 120만 톤의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삼성토탈도 170만 톤 증설계획을 세운 상태입니다.

<인터뷰> 정유화학분야 애널리스트

"SK의 PX 증설이 나오는 2014년, 2015년 이후에는 연간 600만 톤 이상의 증설량이 쏟아지다 보니 PX 시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정유사업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PX를 선택한 SK인천정유.

하지만 돌파구로 찾은 사업마저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SK그룹에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현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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