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조상이 '쥐'?...美과학자 DNA분석

입력 2013-02-08 11:21   수정 2013-02-08 13:53

사람에서부터 고래, 박쥐, 쥐에 이르기까지 새끼를 낳는 모든 태생(胎生) 포유동물의 발생 계보를 유전자와 형태의 두 가지 갈래로 추적한 방대한 `생명의 나무`가 완성됐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7일 보도했다.

`생명의 나무 짜맞추기`(Assembling the Tree of Life) 프로그램은 미국 과학재단(NSF)이 지원하는 연구 사업으로 DNA를 분석하는 분자 연구와 해부학적 특징을 조사하는 형태 연구가 동시에 진행되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유전자 연구의 경우 3만 년 이상 된 화석에서는 유전 물질을 채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대 계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형태 연구가 지극히 중요하다.



23명의 국제 연구진이 6년의 연구 끝에 완성,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이 포유류 계보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현존 태생 포유동물 5천100여 종의 조상은 쥐 만한 크기의 네발 동물로 백악기 말 공룡 멸종 직후에 등장했으며 털이 북실북실한 긴 꼬리를 갖고 재빠르게 움직이며 벌레를 잡아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우원숭이와 원숭이, 사람 등 현생 영장류와 이들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날다람쥐원숭이, 나무두더지 등의 해부학적 구조와 DNA를 분석해 분자적 특징과 형태상의 특징을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이들은 이어 진화, 특히 계통발생에 관한 세계적 공동 연구 웹 애플리케이션 `모포뱅크`(MorphoBank)의 자료를 이용해 이들의 조상의 모습을 하나하나 재구성해 나갔다. 형태학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해부학적 특징 500개의 정보가 있으면 대규모 DB로 여겨진다. 하지만 연구진은 모포뱅크 덕분에 날개나 치아, 특정 뼈의 유무, 몸을 덮고 있는 털의 형태와 뇌의 구조 등 무려 4천500개의 특징을 생성할 수 있었다.

이들은 여기에 86종의 태생 포유동물로부터 얻은 DNA와 형태 정보를 합쳐 1만 2천 개의 이미지 정보를 구축해 포유류 공동 조상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은 긴 꼬리가 달린 몸무게 6~245g의 뾰족뒤쥐 만한 네발동물이었다. 이 동물은 재빨리 움직이며 벌레를 잡아 먹었는데 나무 사이로 그네 타기 같은 보다 특수화된 움직임보다는 일반적으로 재빨리 몸을 놀리는데 더 적합한 형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고도의 사고 능력과 관련된 대뇌피질은 활발한 활동을 말해주는 돌돌 말린 회선상(回旋狀)이고 자궁은 뿔이 두 개 달린 형태이며 사람처럼 태반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태생 포유동물은 6천500만 년 전 공룡시대가 끝난 지 20만~40만 년 후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순수하게 유전적인 자료만을 추적했을 때 나온 연대보다 약 3천600만 년 늦은 것이다. 과학자들은 포유동물 진화 역사에 공룡 대멸종이 결정적인 사건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태생 포유동물의 분기가 초대륙 곤드와나가 갈라진 것과는 무관함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들은 기존 연구와 연대 면에서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유전자만을 이용한 연구에서 유전자 변화 속도에 많은 추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 라이브사이언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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