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잠재 위험요소 확인 필요”

입력 2013-02-14 11:39  

마켓포커스 1부 - 집중분석



교보증권 김형렬 > 항상 새해에는 한 해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 올해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 희망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환율, 경기, 기업실적 측면에서도 어닝 쇼크가 발목을 잡았다. 2011년은 글로벌경기의 정상화와 더불어 차화정 랠리가 있었고 지난해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은 강하지 않았지만 IT와 자동차로 필두되는 전차 랠리로 인해 명확한 주도주가 있어 왔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그런 점이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2013년 상반기 증시는 기대요인에 대한 점검보다 현재 잠재된 위험요인의 점검이 더 시급하다.

이번 주 엔화 약세는 조금 진정됐다. 지난 주말 ECB의 드라기 총재가 엔화 약세에 대한 좋지 않은 의견을 내놓았고 오늘부터 진행되는 G20 정상회담에서도 유럽 정상들은 당연히 엔화 문제를 시장에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달러 대비 95엔 수준까지 접근했던 엔화의 가치는 그 약세 정도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조적인 측면에서 당분간 엔화의 약세가 유지될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엔달러 차트를 보면 최근 엔화가 85엔대에서 95엔대까지 약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 정도면 약세가 다 반영된 것이 아니냐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엔달러환율의 20년 평균은 약 110엔, 10년 평균은 약 104엔 정도로 여전히 100엔 위에 위치해 있다. 결국 현재 엔화의 상황은 약세가 다 반영되었다는 측면보다 그동안 과도하게 고평가 되었던 것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더 엔화 약세는 이어질 여지가 있다.

또 주목할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엔화 약세에 대해 일본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재무장관이 현재 일본 통화정책에 대해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같은 양적완화 정책을 쓰는 일본과 같은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 공조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당분간 엔화 약세가 유지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채권시장은 이번 금통위에서 전격적으로 금리가 인하되지 않겠느냐는 점을 내심 기대했지만 긴축 완화에 대한 속도를 높이는 것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우리 정부가 조금 더 신속하고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꺼내 들어야 하는 명분에 쌓여 있는 상태다. 현재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한국증시가 유독 외면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정책 당국의 경기부양 의지가 조금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경제 성장률이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에 머물러 있고 여기에 만족한다면 이에 대한 불만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더 제기될 수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지 않게 되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여전히 선진국으로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아직까지 신흥국으로 분류되어 있는 우리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시기가 문제일 뿐 점진적으로 긴축 완화,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필수적인 상황이다.

IT라는 표현보다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기업들이 모두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4분기 실적 상황에 대해 다시 점검해보자. 지난 4분기 우리 기업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 추이를 나타내는 차트를 보면 지난해 10월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의 예상수준이 -16% 정도로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다. 현재까지 집계된 것으로는 약 30조 원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우리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36조 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어닝 쇼크에 가깝다.

문제는 계절적으로 성수기에 해당하는 4분기 실적이 부진했는데 1분기에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2013년 이익전망치가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다시 주식시장 측면에서 밸류에이션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어제 급등했기 때문에 희망적인 부분이 생길 수 있지만 이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여전히 종합주가지수 2000포인트에서의 저항이 상당히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엔화 약세의 지속 가능성,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하향되고 있다는 점을 종합해서 보면 당분간 디커플링 현상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원엔환율과 한일 증시의 상대수익률 차트를 보자. 우리 시장이 일본 주식시장에 비해 상당히 부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은 엔화 약세에서 비롯됐다.

또 주식시장 내에서의 외국인의 매수 규모를 살펴보면 한국시장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외국인이 일본시장에서는 엄청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8일을 기점으로 지난 3개월 조금 넘는 시간 동안 40조 원 넘게 외국인의 매수가 있었다. 이는 당분간 일본시장에서 웨이트를 높여 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당분간 시장의 정체 상태를 견제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제와 같이 1900선 초반에 갔을 때는 당연히 경기민감주에 대한 가격 매력이 커질 수 있지만 모멘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측면이 강하다. 여전히 시장의 관심은 경기방어주에 모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경기민감주나 경기방어주의 상대수익률을 보면 경기방어주의 상대수익률이 우상향되고 있다. 그 트렌드가 아직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시장은 경기방어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고 여기에 해당되는 종목의 저가 매수 타이밍, 이익의 극대화 시점을 노리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경기방어주를 생각할 때 필수소비재, 통신, 유틸리티 등과 같은 전통적인 경기방어주 업종을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종목들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럴 때는 경기방어주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결국 경기방어주란 경기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꾸준한 외형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기업 중 지난 10년 동안 매출액이 한 번도 감소하지 않은 종목들의 최근 성과가 좋다. 대략 상장기업 100개 기업 정도를 추릴 수 있는데 이들 중에서 현재 주도주 영역에 포함되어 있는 종목들은 대부분 제약이나 통신, 유틸리티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은 매출의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여러 가지 경기적인 전망, 모멘텀 영향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주가수익률이 부진한 업종이다. 여기 해당되는 종목은 대부분 내수 관련 업종이며 삼성전자도 여기 포함되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지금 당장은 수익성이 악화되어 실적이 나지 않는 것뿐이지 경기가 선순환적으로 회복되었을 때는 이익의 회복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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