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입력 2013-02-18 10:14   수정 2013-02-18 10:41

[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 11편. 우리에게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레지오 에밀리아 방문기

레지오접근법, 레지오 교육 혹은 레지오 어프로치라는 용어로 한국에 알려진 유아 교육은 이태리 레지오 에밀리아라는 도시의 공교육을 일컫는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교육철학이 바로 레지오 어프로치(Reggio Approach)라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2월 4일부터 4일간 ‘레지오 접근법’이 시작된 도시, 레지오 에밀리아에 약40명의 한국교육자들이 방문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태리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간지 4년, 이 도시를 마지막으로 방문한지 약 6년만의 일이다. 레지오의 교육자들을 만날 생각 때문인지 설레임과 긴장감이 내 주변을 맴돈다. 이 번엔 또 얼마나 많은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지며 생각해보라고 할지 말이다.

우리에게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레지오 에밀리아를 방문한 첫 날 이바나라는 심리학자가 한국팀을 위해 오전 강의를 시작한다. 자료를 보기 전, 이바나는 ‘우리에게 아이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에게 아이들이란 어떤 존재일까? 사실 교사로서 그리고 현장의 교사들을 지원해주는 일을 하면서 나에게 있어 아이들은 점점 더 흥미로운 존재이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느껴왔다. 그런 나에게 이바나가 던진 내용은 뜻밖이었다.

이바나는 레지오 교육자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어린이들은 능력있는 존재이다.”라는 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하였다. 너무나 자주 이야기 해서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고나 할까? 대체 어떤 면에서 어떤 능력을 가진 존재인지 우리는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한국의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 수업을 듣게 하면서 “아이들은 능력있는 존재니 괜찮다.”고 말했다는 예화가 있다. 아이들은 능력있으니 놀고 싶은 마음을 잘 참아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세상에 태어난지 겨우 4,5년된 아이에게 말이다. 아마 레지오 교육자들은 이와 유사하게 그들의 생각과 철학이 하나의 문장이나 언어에 함몰되고 새로운 오해를 낳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프란체스코라는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소개하였다.

조금 다른 외모의 프란체스코

실제 초기 영상 속에서 영상을 소개하는 교사가 프란체스코는 거의 앉아 있었고, 이동할 때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밀면서 이동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프란체스코 특별한 점은 걷는 일이나 주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앉아만 있는 프란체스코… 부모와 교사들은 당황했고 의사는 아이가 말할 수 없을 것이며,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프란체스코가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지에 대해서 차분히 기록해 나갔다.

다행히 프란체스코는 친구랑 같이 앉아 있는 것은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교사는 또래들과 앉아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작은 그룹 안에서 시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OHP 위에 작은 동물이나 모형들을 올려 놓고 벽에 비춰보기 놀이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물론 아이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 아이들의 관심은 빠르게 흐르게 때문에 아이들과 프란체스코 사이에는 놀이의 내용에서 차이가 나지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흐르고… OHP위에 올려 놓은 물건들을 보고 프란체스코는 흐릿한 목소리로 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Bello~라고 말한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아름답다라는 뜻을 지낸 이태리 말을 연신 말한다. 걷지도 못할거라던 프란체스코는 두 다리로 서서 친구들의 놀이를 보고 처음으로 한 말은 “아름답다”였다.

그리고 이바나는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 일들을 일어나게 된다고 말이다. 의사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던 일들을 프란체스코는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고 그건 교사와 프란체스코뿐 아니라 친구가 함께 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프란체스코의 부모와 의사의 태도는 조금씩 변해갔다. 일 년이 지난 후, 프란체스코의 눈빛은 보다 선명하고 무엇인가를 바라고 원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영상속에 담겨진 내용들을 레지오 교육자들은 한국팀이 오기 훨씬 전부터 함께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방식들에 대해서 반성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들의 하고 있는 교육활동에 대해 더 큰 확신을 얻은 것으로 보였다.

기대하고 바라보면 된다

이바나의 이야기 중에서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면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그 말 은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일어날 것이라고 혼자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고 함께 꿈꾸면 실제로 그 일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사이 사람들 마음 속에선 믿음을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이 조금씩 조금씩 찾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사들이 아이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을 믿고 기다린다면, 아이들은 실제로 능력 있는 아이들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들을 이루기 위해서 교사도 아이들과 함께 대화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강의가 끝난 뒤에 한국의 교사들은 질문과 코멘트들을 주고 받으며 레지오 교육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어떻게 아이들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레지오 교육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현장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우리가 하는 말들을 적어나갔다. 그리고 우리의 코멘트에 또 다른 코멘트들을 하면서 우리는 함께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이뤄가기 위해서 더 많은 교육자들과 서로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서로의 다름이 내가 가진 생각들을 더 확연하게 하기도 할 것이며 때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나가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곤 우리는 “아이들은 능력있는 존재”라는 믿음들을 이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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