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조경제向’ 투자 전환

박병연 부장 (부국장)

입력 2013-04-03 15:52  

<앵커>
삼성그룹이 올해 49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잠정 결정했습니다. 역대 정부 출범 초기와 비교하면 투자 증가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인데요. 삼성이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은 무엇인지 박병연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삼성그룹이 기존 주력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대신 미래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이른바 ‘창조경제向’ 투자로 전환합니다.

삼성그룹은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3% 가량 늘어난 49조원 수준으로 잠정 결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49조원이라는 수치는 정부 제출용 잠정치에 불과하다”며 “올해는 투자계획을 미리 확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초 재계에서는 지난해 47조8천억원을 투자했던 삼성이 올해는 50조원이 훌쩍 넘는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만큼, 섭섭지 않은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삼성은 과거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28조원대의 투자를 단행했고, 리먼 사태가 있었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두 자릿수의 투자증가율을 보여 왔습니다.(2010년 64%, 2011년 23%, 2012년 11% 등)

새 정부 출범 초기 삼성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투자방침을 정한 것은 글로벌 경기 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고,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규모 설비투자도 상당부분 마무리된 만큼 더 이상 무리하게 투자를 늘릴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습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인 ‘창조경제’에 일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미래 신사업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그룹 수뇌부의 정치적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앞으로 태양전지와 자동차용전지, LED, 바이오,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포함한 미래 신사업 분아에 당초 계획(2020년까지 23조3천억원 투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0조원을 쏟아 부을 계획입니다.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삼성의 변화는 글로벌 M&A 시장의 판도변화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기술력 있는 국내외 기업에 대한 대규모 M&A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해외에 머물면서 수시로 그룹 수뇌부들을 불러 전략회의를 갖은 것을 보면 이미 상당히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희 회장이 이번 주말 일본에서 귀국하는 즉시 출근경영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구상한 창조경제向 경영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재계는 물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병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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