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와 하위문화 사이의 위험한 동거 '여가의 새발견' 展

입력 2013-04-04 18:05   수정 2013-04-04 18:09



[한국경제TV 윤은호 인턴기자] 구 서울역을 개조한 새로운 공간인 문화역서울284 앞은 한산한 편이었다. 그러나 <여가의 새발견>전이 가지고 있는 내용과 그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구 서울역 건물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수줍게 기대하고 있는 한 편의 서사시처럼 보였다. 과거의 서울역이 보여준 모습을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문화적 공간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분위기를 분명히 밝혀주는 듯 했다.

이번 <여가의 새발견>전은 서브컬쳐 익스프레스, 즉 하위문화 특급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김상윤 기획자는 발제문에서 수집가들의 행태는 수집을 통한 지식의 구축을 통해 다시 개인이 사회를 인지하고 이를 통해 개인의 사회화를 통한 개인의 성장을 이루는 인문학적 사회화 활동으로 재해석되어야 하며, 따라서 기존에는 ‘쓸데 없는 사람’으로 해석되었던 ‘오타쿠’라는 이름을 재해석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즉 기존의 미술계가 전시회나 전시 출품 자격을 일련의 검증된 작가군에서만 했던 모습을 벗어나서, 여가를 통해서 발생하는 ‘하위문화’를 새롭게 발견해서, 하위문화군의 수집가들도 일련의 전시회 작품을 출품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로 받아들이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문화경영을 통한 창조경제적 분위기가 대한민국 안에서 쇄신되어야 할 현재 시점에서, 정부주도적인 과거의 작가주의적 예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문화예술적 도전에 대응하겠다는 정부차원의 선언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실제로 전시회는 기존의 전시회에서는 보기 힘든 전시품을 당당한 전시회의 구성 전시품으로 승격해 놓았다. 추형범 씨의 스타벅스 텀블러 컬렉션이나 김근영 씨의 코카콜라 컬렉션은 일반 미술 전시회였다면 아무도 봐주지 않았을 단순한 수집품의 연속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의 컬렉션은 전시회장의 한 방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다양한 개수의 전시품으로 당당하게 전시되었다. 또한 일반 전시회에서 레고 컬렉션이 전시회에 전시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클리앙의 <레고당>과 <브릭마스터>가 전시회에 올린 방대한 작품들은 2층의 큰 중앙홀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살사, 탱고, 블루스 등의 다양한 춤을 배울 기회를 오픈 클래스를 통하여 제공함과 동시에 오픈 스테이지 행사를 통해 전시회 공간에서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예술 발표 참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폐쇄적인 전시 형태를 완전히 깨부순 새로운 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가의 새발견>전이 하위문화라는 개념을 다루는 데에서 가지고 있는 한계는 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전시회를 준비한 김노암 문화역서울284 감독은 발제문에서 하위문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중문화로 전환되었고, 이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문화 활동과 서브컬쳐가 경계 없이 융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의 주장과는 달리 많은 하위문화들이 공식적인 대중문화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현상은 지금까지도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3월 초 KBS의 <안녕하세요>에서 화제가 되었던 코스어 어머니의 고민은 코스프레와 같이 아직까지 대중에 의해 공감되는 문화로 인식되지 않는 여러 가지의 하위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오타쿠라는 말의 유래가 된 만화-애니메이션 수집 문화, 그리고 많은 수집품을 가지고 있을 상당한 컬렉터들 또한 이 전시회에서 다루는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하위문화를 다루었던 이 전시에서 보다 더 넓은 하위문화를 커버 대상으로 포함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사에 있어서 하나의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던 동시에 그만큼의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문화역서울284에서 이루어놓은 새로운 합의가 단 한 순간의 기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기를 바란다. 또한 가능하다면 보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본 전시회를 문화역서울284라는 색다른 공간에서 또 한 번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최범 작가의 모형 군용 전차 컬렉션

> 여가의 새발견 전은 안미현, 현태준, 정문경, 최범, 마리킴, 유진상의 6명의 작가와 함께 4명의 컬렉터, 그리고 두 개의 레고 동호회가 손을 잡았다. 전시회는 다음 주인 4월 14일(일)까지 이어진다. 앞으로 4월 5일과 4월 6일, 4월 12일에 삼바 댄스, 블루스, 탱고 등의 오픈 클래스가 진행될 예정이고, 4월 5일 저녁 7시에는 삼바공연이, 4월 6일에는 블루스 공연이, 4월 12일 (금)에는 탱고 공연이, 4월 13일(토)에는 대공연을 마무리하는 직장인 밴드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4월 6일과 4월 13일 2시에는 로비에서 특별 초청공연이 예비되어 있으니 꼭 참가해볼 것.

서울메트로 1호선과 4호선이 겹치는 서울역에서 내려서 1호선 쪽의 2번 출구를 이용해 지상으로 나온 다음 뒤돌아서면 된다. 한국철도공사의 KTX, 기차나 경의선, 공항철도에서 나갈 경우 1번 출구 쪽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가 왼쪽으로 돌아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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