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② 맞서니 두렵지 않다

입력 2013-04-16 12:55  

[조충현의 `펀드노트`] ② 맞서니 두렵지 않다.

2008년 하반기 미국 발 금융위기로 찾아온 극심한 주식시장 위축은 펀드시장을 빙하기로 내몰았다. 특히 국내펀드시장은 시장에 대한 신뢰마저 사라져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나가는 돈이 많은 자금 수급이 엉켜 순환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수익률도 저조하다. 유행을 탄 몇몇 유형의 국내펀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펀드들이 제대로 된 수익을 투자자에게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펀드의 절반을 차지하는 차이나펀드의 경우 대부분의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어서 수익률 개선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에게 ‘피눈물 나는 차이나 펀드’라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하면 4월15일 기준, 379개 국내주식형펀드의 3년 수익률은 8.73%, 5년은 10.29%, 113개 차이나 해외주식형펀드의 3년 수익률은 ―8.18%, 5년은 ―16.89% 다)

손실 앞에서 투자자는 한없이 위축된다. 특히 손실이 나는 것이 죽기보다도 싫은 사람에게 투자자에게 손실은 악몽이다. 그래서 우유부단하고 지나치게 겁이 많은 사람이나 인내심이 없고 자기 확신이 부족한 사람은 처음부터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만만한 투자는 어디에도 없다. 투자로 성공하고 싶다면 손실에 대한 두려움부터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견기기 힘든 위기를 겪을 때 마다 앞서간 영웅들에게서 지혜를 찾곤 한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펀드시장의 위기도 몽골의 위대한 정복자 ‘태무진’의 위기 앞에서 취한 담대한 행동에서 우리가 나아갈 지혜의 한 자락을 얻을 수 있다. 어느 전투에선가 ‘태무진’은 전투 중에 벌판 한가운데서 엄청난 천둥 번개를 만났다.

적과 아군 모두가 천재지변의 두려움앞에 벌벌 떨며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할 때 그는 미동도 없이 앞으로 전진해나갔다. 이를 숨죽이고 바라보던 병사들은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고 그는 결국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잡혀온 적장과 태무진의 대화가 압권이다. 잡혀온 적장이 태무진에게 묻는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두렵지 않았는가?” 이에 태무진은 “맞서니 두렵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렇다 맞서면 두렵지 않다.

펀드 시장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시장 고비 때마다 쏟아지는 환매물량으로 운용자도 투자자도 모두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최근 몇 년째 환매가 환매를 부르고 있는 환매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대량 환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난다.”는 투자자의 지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책 없이 끌어안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환매를 하고 시장을 떠나는 것도 성급한 면도 적지 않다.

맞서면 두렵지 않다. 환매를 하고 시장을 떠나면 잠시 조바심에서 벗어나 개운한 맘은 들겠지만 알토란같은 투자 자금은 손실로 확정된다. 환매는 손실의 확정이다. 펀드판매사나 운용사에 지불하는 비싼 펀드비용 속에는 투자자가 어려울 때 조언을 얻기 위한 상담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시장을 떠나기에 앞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들이 떠나간 자리에 수익을 만회할 기회는 없는지, 갈아탈만한 상품은 없는 지 등등을 상담 직원에게 구체적으로 따져 묻고 다른 대안이 없다는 확신이 들 때 시장을 빠져나가도 늦지 않다. 펀드는 중장기 상품으로 잠시 타이밍을 놓친다고 크게 문제될 것 없다. 일반 투자자가 펀드를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비싼 수수료 물어가며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여유를 갖고 궁금함이 해소될 때까지 묻고 또 묻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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