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금융권, 사정칼날에 '조마조마'

최진욱 기자

입력 2013-04-19 11:15  

<앵커>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사의표명과 실적악화로 안그래도 뒤숭숭한 금융권이 또 다른 악재를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과 국세청도 금융권에 사정의 칼날을 겨눌 태세입니다. 숨죽인 금융권은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모습입니다. 최진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조직정비가 한창인 검찰은 조만간 금융권 압박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수부가 폐지됐지만 중수부 핵심인력이 고스란히 특수부로 이동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임박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위기입니다.

검찰은 관행적으로 굳어진 대출금리 산정과정이나 대출을 조건으로 각종 상품가입을 유도하는 행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부실대기업 처리과정에서 채권단과 대주주가 소액주주나 소액채권자들에게만 피해를 떠넘기는 사례는 없었는지도 확인합니다.

특히 검찰은 부실화된 건설사의 PF사업장이나 미분양물량 처리과정에서 기존 경영자였던 일부 법정관리인이나 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본인이나 지인을 앞세운 유령회사를 세운뒤 자산을 이 유령회사에 헐값에 팔아 자신들의 주머니만 채웠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채권단 담당자들이 이를 묵인하거나 동조하면서 횡령에 일조하거나 기업의 부실을 더욱 키웠는지 여부에 대한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청탁이나 압력을 받아 대출을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확보돼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감사원은 3월 한달간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 3종세트`인 미소금융과 햇살론, 새희망홀씨의 지원과 운영과정에 대해 감사를 벌였습니다. 시기도 시기이지만 지난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이다 보니 관련 기관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 등이 휴면예금을 활용해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고 서민금융을 지원해왔습니다. 이들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행된 사업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1년말 미소금융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억대의 뇌물을 받은 재단 간부와 지원금 수십억원 가운데 일부를 횡령한 사업자가 모두 구속됐습니다. 감사원은 사업자 선정 과정 뿐만아니라 대출심사와 대출금 사용처에도 문제가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세청도 경제민주화 실천과 세원발굴을 앞세워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올해 들어 이미 2개 은행이 세무조사를 받은 가운데 정부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활용해 탈루의심이 있을 경우 거액고액을 곧바로 국세청이 조사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안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이른바 `큰 손`들의 금융권 이탈도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은행과 VIP고객이 동시에 불안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셈입니다.

금융권은 정권교체 시기면 으례 있는 일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조마조마한 속내는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대형은행 고위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분위기로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그 범위와 강도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힘깨나 쓴다는 사정기관들이 그 칼날을 겨누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에 빠져있습니다. 한국경제TV 최진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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