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오바마 경제 정책 배경‥양적완화 지속 전망"

입력 2013-04-22 08:07  

굿모닝 투자의 아침 1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크루그먼 교수의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는 책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국제컨퍼런스 등에서 초청할 때 비용을 가장 많이 들이는 사람이 크루그먼 교수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의 대표 경제학자다. 또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의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다. 학파 중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적극적 개입을 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더라도 경기부양이나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학파로 분류되기 때문에 신 케인지언으로 불린다.
미국의 4대 논쟁은 재정정책과 관련해 로고프 독트린과 크루그먼 독트린이 있다. 이는 학자들 사이에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다. 로고프 교수가 재정지출의 승수를 잘못 계산해 미국학계나 전세계 학계에서 굉장히 관심이 되고 있다. 미국도 인플레 타깃팅 논쟁에 대해 지난 주말 G20 회담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과 관련해 인플레 타깃팅 논쟁이 관심이 됐다.
미국 내에서도 인플레 타깃팅 관련해 현 버냉키 의장과 크루그먼 교수의 논쟁이 주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통화정책과 관련해 직접적인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자산시장을 포함시키는지 여부를 두고 그린스펀과 버냉키 독트린 간 논쟁이 있었다. 이것에도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최근 리쇼오링 관련해 이야기가 많다. 원래 리쇼오링 정책은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의 엔저 정책에 이어 지금 아베 정부에서는 산업정책에 일본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는 일본판 리쇼오링 정책을 하고 우리나라도 리쇼오링 정책을 추진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미국 내에서도 글로벌화, 리쇼오링 등이 산업정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여기에도 크루그먼 교수가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미국의 학계나 정계, 시장에서 논란이 되는 중요한 네 가지 논쟁을 전부 크루그먼 교수가 주도하고 있다.
이것은 증시 입장에서 돈의 공급과 관련되어 있어 증시 참여자 입장에서는 가장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 논쟁이 어디까지 진행됐느냐면 미국 내에서는 크루그먼 교수가 현재 인플레 타깃팅선 2%를 4%로 조정하자고 했는데 버냉키 의장은 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시라카와는 인플레 타깃팅을 올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편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가 들어오면서 이 인플레 타깃팅선을 대폭 상향해 2%로 조정했다.
유럽은 인플레 타깃팅 문제에 대한 명시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유럽은 피셔의 방식으로 통화공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결정이나 통화공급의 준칙이 바뀌어야 한다. 상당 부분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입장 변화로 인플레 타깃팅의 논쟁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트리셰는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것에 반해 현 ECB 총재는 성장을 중시했는데 드라기가 현 총재이니 인플레 타깃팅선을 올린 것이 간접적으로 시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김중수 총재와 관련된 사람들은 고수하는 입장인 반면 반 김중수파는 인플레 타깃팅선을 올려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플레 타깃팅 논쟁이 전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이것이 지난 주말에 열렸던 G20 회담의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다.
이 논쟁은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 있었지만 지금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인플레 타깃팅 관련 버냉키 의장과 크루그먼 교수의 논쟁에서 시장은 정책적인 입장에서는 크루그먼 교수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플레 타깃팅선을 명시적으로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목표를 작년 12월 FRB 회의에서 인플레 타깃팅에서 임플로이먼트 타깃팅으로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이 인플레 타깃팅 논쟁으로 미국 내에서는 크루그먼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크루그먼 교수도 버냉키 의장도 유명한 학자다. 이 둘이 대립하면 누가 승리자이고 누가 실패자인지 이야기를 한다. 크루그먼 교수의 입장이 반영될 때는 버냉키 의장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미국의 물가가 굉장히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플레 타깃팅선을 올리지 않더라도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명시적으로 외형상 나타난 것은 크루그먼 교수의 입장대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버냉키 의장은 중앙은행의 목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는 성장 우선으로 고용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기존의 통화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것을 버냉키 의장의 실패로 이해하면 안 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까지 훼손시키면서 인플레 타깃팅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 보면 상당히 문제가 된다. 일본이 초창기에 성과를 거둬 엔달러환율이 80엔대 근처에서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G20 회담에서 일본의 인플레 타깃팅 상향 조정 여부, 엔저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는데 이에 대한 결과를 언론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일본의 엔저 정책에 면죄부를 줬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이번 G20 회담을 통해 일본의 인플레 타깃팅과 엔저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을 명확화하는 것이 이번 성과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번 엔저 정책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엔저가 급속히 진행됐다는 의미다. 그래서 G20회담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이다. 선진국, 브릭스 국가 등은 굉장히 반발했다. 공동선언문의 엔저 관련해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자국의 경기부양만 이해해야 하며 남의 국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며 공동선언문에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는 상태다. 엔저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기 보다 엔저를 추진하되 일본경기 목적에만 사용하고 다른 나라에는 사용하지 않는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근린을 풍요하게 하면 된다는 입장이 공동선언문에 담겨 있다.
유럽과 한국은 명시적으로는 인플레 타깃팅선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은 드라기 총재가 나온 뒤부터 긴축에서 성장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가지면서 유럽의 위기가 소강 국면에 진입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유럽의 위기와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소강 상태다.
한국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가장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기나 증시, 부동산에 트리플 디커플링이 나오는 상태다. 국제회의에서도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금리동결 문제, 여러 통화 공급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에 반해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은 굉장히 경기부양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동일한 한국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달리 나오고 있다. 경기를 풀어갈 때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조화되지 않는 모습을 굳이 국제사회에까지 비칠 필요가 있었을까. 대부분 국가들은 정부의 정책과 맞는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이 논쟁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거시경제학의 화폐환상 때문이다. 명목가치가 변할 때, 실질가치가 변할 때 이를 인정할 것이냐, 인정하지 않을 것이냐에 달렸다. 크루그먼 교수는 화폐환상에 의해 인플레 타깃팅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한 것이고 버냉키 의장은 화폐환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는 책의 골자는 정부도 풀고 통화도 풀어라, 즉 모든 것을 풀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지출도 적자를 생각하지 말고 풀어라, 통화도 나중에 자산 부분의 거품을 생각하지 말고 풀어라, 경기를 먼저 살려야 하지 않느냐, 국민이 먹고 살 만한 뒤에 부작용을 생각해야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한국경제TV 국제금융컨퍼런스의 첫 포럼에서 크루그먼 교수를 개인적으로 만났었다.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지금 목표는 위기를 탈출하는 것이라고 그 목표를 우선해서 말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입장이 각종 논쟁에서 그대로 수용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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