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 15편. BLUE MONDAY : 어린이들의 월요병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월요일 아침’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하게 공통된 감정이 밀려오지 않을까 싶다. 그건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성인들은 너무 오랜 시간동안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어 주말이라는 휴식시간 이후에 몰려오는 긴박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는 일요일 밤 아니 일요일 오후부터 이미 월요일을 맞이하며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어린이들에게도 월요일 아침의 시작은 언제나 활기차고 기대에 부풀어 있지는 않다. 엄마와 집에서 더 놀고 싶거나, 잠을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부모 모두 일하는 자녀의 아이들은 어떨까? 사실은 어떨지에 대해서는 일반화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내가 기록을 위해 나가 만났던 한 아이의 일이 부단 한 사람의 일화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한국 나이로 4살이 된 도현이는 영아들만 다니는 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지 이제 꼭 한 달 반이 되었다. 이제 적응이 되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새로운 월요일 아침이 되자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것인지, 아니면 그 날 따라 어린이집이 낯설게 느껴진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몰려왔는지 엄마의 목에 팔을 감고 놓아줄 생각이 없다.
이런 도현이의 등장에 이미 등원을 마치고 책을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 아이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교실의 문 근처로 모여든다. 아마 도현이는 이 교실의 인기가 많은 남자 어린이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관심을 교실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지만 도현이의 팔은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출근을 해야하는 엄마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도현이의 팔을 풀고 인사를 건넨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도현이는 끝내 눈물을 더뜨리고 담임 교사는 능숙하게 이런 도현이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담임교사 : 도현아 머리 바뀌었네? 선생님도 어제 앞머리 잘랐는데…
으앙~하고 울던 도현이의 표정이 담임교사의 머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 정말 이 사람도 나처럼 머리 좀 잘랐나?’하고 살피는 듯한 표정이다. 이를 놓치지 않고 여자 어린이들은 도현이의 머리에 관심을 보인다. 도현이의 머리에 잠깐 손을 대보기도 하고, ‘머리~’하는 한 마디로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담임 교사는 도현이가 눈물을 멈추고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하자 한 걸음 물러나 이 상황을 바라보다 오전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간식트레이로 다가간다.
도현이는 친구들이 보이는 관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중인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싫진 않지만, 머리를 만지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은지 표정이 오락가락 한다. 그러다 한 여자 친구가 머리를 좀 세게 만지자 눈이 다기 빨개지며 곧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난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지켜보다 이제 성인이 나설 때가 되었구나 싶어 담임 교사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너무 분주해 보여 인사도 건네본적 없는 도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 : 도현아~ 안녕~ 너 혹시 파워레인져 좋아해?
도현 : (약간 놀란 표정으로) 어 (도윤이는 왜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일까?)
나 : 그렇구나 나도 좋아하는데…. 너 어떤거 좋아해?
도현 : 음… (상기된 목소리가 되어 빠르게 말한다.)
나 : 오…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으나 맞장구를 친다.)
도현이의 표정은 약간 생기가 나기 시작한다.
나 : 근데 파워레인져 왜 좋아해?
도현 : 멋있어~ 힘쎄고…
나 : 오.. 힘쎄고 멋진거 좋아하는구나?
도현 : 어~
나 : 나도 그래서 좋아하는 거 같다.
도현 :
나 : 응? 파워레인저가 뭐 같다고?
도현 : 자동차 부딪힌거 봤어?
나 : 그게 재밌었어?
도현 : 비가 와서….
…. 나는 갑자기 도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것을 눈치챈 이유를 정확하게 들 수는 없지만, 도현이가 갑자기 ‘비가 왔다’고 말과 파워레인져와 잘 연결이 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나 : 너 비오는데 자동차 이렇게 꽈당 사고나는 거 봤어?
도현 : (교사가 말하는 동안 동시에) 토요일날
나 : 헛~ 누구랑?
도현 : 엄마랑
나 : 지나가다가?
도현 : 어~
나 : (옆에 앉아 있는 지윤, 지민이를 향해서…) 얘들아~ 도현이 비오는 날 차 미끄러져서 차끼리 꽈당하는 거 봤었대. 차 부딪쳤어?
도현 : 어~
나 : 차 많이 망가졌어 쪼끔 망가졌어?
도현 : 쪼끔 망가졌어
나 : 아 다행이다 사람들 많이 안 다쳤겠네?
도현 : 아빠 차가 긁혔어 차~
나 : 아.. 니네 차가 사고가 났던거야?
도현 : 어.. 긁혔어
나 : 차가 긁혔어?
도현 : 아니 긁혔어 아빠차가… (교사의 말을 다시 정정해 준다.)
나 : (왜 정정한 것인지지 이유를 몰라.. 약간 조심스럽게…) 아 그랬구나. (목소리 톤을 바꾸어) 다행이다 그래도 도현이도 안 다치고?
도현 : 어~
나 : 차만 쪼끔 이렇게 까졌어?
도현 : 어~ 어~
나 :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 다쳤을 때처럼 차도 약 발라주면서 아프지 마라 하면 괜찮아질 거 같아.
도현 : 어
나 : 다행이다~ 우리 이제 뭐하고 놀까?
도현 : (기운없이…) 몰라
나 : (신념에 찬 목소리로 “어”라고 대답할 때와 달리 약긴 기운엇에 “몰라”라고 말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으며) 모르겠어? 나도 생각 좀 해봐야겠다. 잘 모르겠다.
(목소리 톤을 다시 바꾸어 활발하게) 그럼… 우리 자동차 사고 났던거 그림 좀 그려볼까?
도현 : (기운차게) 어
아이들, 특히 어린 영아들이 또래와 상호작용을 할 때 보면 가끔은 매우 아슬아슬하다. 이제 곧 한 명이 울 것만 같은 상황인데 어떨 때는 부드럽게 넘어가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오늘처럼 한 명이 눈물을 터뜨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명을 울렸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저런 상황을 맞이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알게 되고, 또 이런 사람은 이렇게 해야하고 또 저런 사람에게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그 상황 안에서 경험을 통해 (case by case) 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의 중재와 조율과정은 매우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도현이와 상호작용을 시작할 때 ‘파워레인져’를 대화의 소재로 건넨 이유는 다름 아닌 도현이와의 공통분모로 적당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시장에서 물건 하나를 고르듯 이 시기의 많은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파워레인져, 자동차, 공룡 등’과 같이 뭔가 힘있는 존재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잡아 본 것이다. 심지어 난 도현이에게 ‘잘 모르고 낯선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회적인 권위를 내려놓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예절 교육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는 교육적이지 못한 교사였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담임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조금은 자유를 누려본다. 교사 대신 말이 좀 어른이자 친구같은 존재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면 아이들 역시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나에게 속깊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진짜 자신이 관심있는 것이나 궁금한 점들을 내게 털어놓으며 대화 상대자로서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궁금해 하기까지 한다.
결국 영아들이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는 것은 내용과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 성인의 사회적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서 교사가 교실에 존재하기 때문에 앎과 배움의 과정 속에서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지지와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조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월요일 상큼하게 시작한 도현이의 하루가 친구들과의 또 다른 앎의 과정으로 이어졌길 바라며 다음 만남에서 도현이에게 존댓말로 이야기 하자고 권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나 스스로에게 해본다.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월요일 아침’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하게 공통된 감정이 밀려오지 않을까 싶다. 그건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성인들은 너무 오랜 시간동안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어 주말이라는 휴식시간 이후에 몰려오는 긴박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는 일요일 밤 아니 일요일 오후부터 이미 월요일을 맞이하며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어린이들에게도 월요일 아침의 시작은 언제나 활기차고 기대에 부풀어 있지는 않다. 엄마와 집에서 더 놀고 싶거나, 잠을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부모 모두 일하는 자녀의 아이들은 어떨까? 사실은 어떨지에 대해서는 일반화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내가 기록을 위해 나가 만났던 한 아이의 일이 부단 한 사람의 일화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한국 나이로 4살이 된 도현이는 영아들만 다니는 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지 이제 꼭 한 달 반이 되었다. 이제 적응이 되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새로운 월요일 아침이 되자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것인지, 아니면 그 날 따라 어린이집이 낯설게 느껴진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몰려왔는지 엄마의 목에 팔을 감고 놓아줄 생각이 없다.
이런 도현이의 등장에 이미 등원을 마치고 책을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 아이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교실의 문 근처로 모여든다. 아마 도현이는 이 교실의 인기가 많은 남자 어린이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관심을 교실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지만 도현이의 팔은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출근을 해야하는 엄마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도현이의 팔을 풀고 인사를 건넨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도현이는 끝내 눈물을 더뜨리고 담임 교사는 능숙하게 이런 도현이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담임교사 : 도현아 머리 바뀌었네? 선생님도 어제 앞머리 잘랐는데…
으앙~하고 울던 도현이의 표정이 담임교사의 머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 정말 이 사람도 나처럼 머리 좀 잘랐나?’하고 살피는 듯한 표정이다. 이를 놓치지 않고 여자 어린이들은 도현이의 머리에 관심을 보인다. 도현이의 머리에 잠깐 손을 대보기도 하고, ‘머리~’하는 한 마디로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담임 교사는 도현이가 눈물을 멈추고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하자 한 걸음 물러나 이 상황을 바라보다 오전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간식트레이로 다가간다.
도현이는 친구들이 보이는 관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중인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싫진 않지만, 머리를 만지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은지 표정이 오락가락 한다. 그러다 한 여자 친구가 머리를 좀 세게 만지자 눈이 다기 빨개지며 곧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난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지켜보다 이제 성인이 나설 때가 되었구나 싶어 담임 교사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너무 분주해 보여 인사도 건네본적 없는 도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 : 도현아~ 안녕~ 너 혹시 파워레인져 좋아해?
도현 : (약간 놀란 표정으로) 어 (도윤이는 왜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일까?)
나 : 그렇구나 나도 좋아하는데…. 너 어떤거 좋아해?
도현 : 음… (상기된 목소리가 되어 빠르게 말한다.)
나 : 오…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으나 맞장구를 친다.)
도현이의 표정은 약간 생기가 나기 시작한다.
나 : 근데 파워레인져 왜 좋아해?
도현 : 멋있어~ 힘쎄고…
나 : 오.. 힘쎄고 멋진거 좋아하는구나?
도현 : 어~
나 : 나도 그래서 좋아하는 거 같다.
도현 :
나 : 응? 파워레인저가 뭐 같다고?
도현 : 자동차 부딪힌거 봤어?
나 : 그게 재밌었어?
도현 : 비가 와서….
…. 나는 갑자기 도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것을 눈치챈 이유를 정확하게 들 수는 없지만, 도현이가 갑자기 ‘비가 왔다’고 말과 파워레인져와 잘 연결이 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나 : 너 비오는데 자동차 이렇게 꽈당 사고나는 거 봤어?
도현 : (교사가 말하는 동안 동시에) 토요일날
나 : 헛~ 누구랑?
도현 : 엄마랑
나 : 지나가다가?
도현 : 어~
나 : (옆에 앉아 있는 지윤, 지민이를 향해서…) 얘들아~ 도현이 비오는 날 차 미끄러져서 차끼리 꽈당하는 거 봤었대. 차 부딪쳤어?
도현 : 어~
나 : 차 많이 망가졌어 쪼끔 망가졌어?
도현 : 쪼끔 망가졌어
나 : 아 다행이다 사람들 많이 안 다쳤겠네?
도현 : 아빠 차가 긁혔어 차~
나 : 아.. 니네 차가 사고가 났던거야?
도현 : 어.. 긁혔어
나 : 차가 긁혔어?
도현 : 아니 긁혔어 아빠차가… (교사의 말을 다시 정정해 준다.)
나 : (왜 정정한 것인지지 이유를 몰라.. 약간 조심스럽게…) 아 그랬구나. (목소리 톤을 바꾸어) 다행이다 그래도 도현이도 안 다치고?
도현 : 어~
나 : 차만 쪼끔 이렇게 까졌어?
도현 : 어~ 어~
나 :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 다쳤을 때처럼 차도 약 발라주면서 아프지 마라 하면 괜찮아질 거 같아.
도현 : 어
나 : 다행이다~ 우리 이제 뭐하고 놀까?
도현 : (기운없이…) 몰라
나 : (신념에 찬 목소리로 “어”라고 대답할 때와 달리 약긴 기운엇에 “몰라”라고 말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으며) 모르겠어? 나도 생각 좀 해봐야겠다. 잘 모르겠다.
(목소리 톤을 다시 바꾸어 활발하게) 그럼… 우리 자동차 사고 났던거 그림 좀 그려볼까?
도현 : (기운차게) 어
아이들, 특히 어린 영아들이 또래와 상호작용을 할 때 보면 가끔은 매우 아슬아슬하다. 이제 곧 한 명이 울 것만 같은 상황인데 어떨 때는 부드럽게 넘어가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오늘처럼 한 명이 눈물을 터뜨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명을 울렸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저런 상황을 맞이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알게 되고, 또 이런 사람은 이렇게 해야하고 또 저런 사람에게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그 상황 안에서 경험을 통해 (case by case) 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의 중재와 조율과정은 매우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도현이와 상호작용을 시작할 때 ‘파워레인져’를 대화의 소재로 건넨 이유는 다름 아닌 도현이와의 공통분모로 적당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시장에서 물건 하나를 고르듯 이 시기의 많은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파워레인져, 자동차, 공룡 등’과 같이 뭔가 힘있는 존재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잡아 본 것이다. 심지어 난 도현이에게 ‘잘 모르고 낯선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회적인 권위를 내려놓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예절 교육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는 교육적이지 못한 교사였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담임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조금은 자유를 누려본다. 교사 대신 말이 좀 어른이자 친구같은 존재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면 아이들 역시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나에게 속깊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진짜 자신이 관심있는 것이나 궁금한 점들을 내게 털어놓으며 대화 상대자로서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궁금해 하기까지 한다.
결국 영아들이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는 것은 내용과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심리적인 측면에서 성인의 사회적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서 교사가 교실에 존재하기 때문에 앎과 배움의 과정 속에서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은 교사로부터 지지와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조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월요일 상큼하게 시작한 도현이의 하루가 친구들과의 또 다른 앎의 과정으로 이어졌길 바라며 다음 만남에서 도현이에게 존댓말로 이야기 하자고 권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나 스스로에게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