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 악성민원 ‘쇄도’‥후유증?

김정필 부장

입력 2013-05-03 11:07   수정 2013-05-03 16:42

<앵커>
장기 연체 채무를 탕감해 주는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지만 우려했던 부작용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실히 빚을 갚아온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 등을 안겨주고 있고 자발적인 도덕적 해이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장기채무에 허덕이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 주겠다는 취지이지만 형평성,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며 또 다른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최근 금융권에 끊이지 않는 민원 중 국민행복기금 불만 토로가 다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채무 연체에 시달려 왔지만 그래도 납부해 온 사람들은 애써 돈 갚고 국민행복기금 대상자에서는 탈락됐기에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크다는 것입니다.

서울 시내 한 카드사 지점의 경우 관련 민원만 수 십여 건에 달한다며 “앞으로 돈을 갚지 않겠다” “갚은 돈을 다시 돌려 달라”는 악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또다른 지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카드사 지점 관계자
“행복기금 시작 전후로 괜히 돈 갚아서 대상자에서 탈락됐다는 둥 갚은 돈 다시 돌려달라는 등의 악성 민원이 빈번하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중반의 한 민원인은 “말이 안 되는 요구인 줄 알지만 열심히 갚았는 데 조금만 더 버텼다면 국민행복기금 대상자가 될 수 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고 신용회복지원 확대 차원에서 시작된 국민행복기금이 역차별 논란과 일부러 상환을 포기하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원 조달 우려도 끊이지 않는 논란거리입니다. 신청자가 폭증하면서 수혜 대상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고 유동성 문제라는 점, 국민행복 기금 운용과 제도, 시스템을 감안하면 재원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금융위원회 관계자 “공공기관이든 금융기관이 차입해 오면 채무 사오게 되고 그 부분은 채권회수로 다 갚을 수 있기 때문에 재원에는 문제가 없다”

재원 부족 우려에다 국민행복기금 자체가 대출조차 받지 못하는 빈곤층 저소득층의 경우 아예 혜택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점 등 각종 구설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국민행복기금 시행으로 일부 서민들은 분명 무거운 채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모든 제도에는 후유증이 있기 마련.

성실하게 룰을 지킨 사람이 피해 의식을 느끼고, 일부는 그 룰의 영역에 조차 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행복기금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행복’이라는 문구가 무색할 따름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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