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최강희가 말하는 ‘자체 검열된 아름다움’이란?②

입력 2013-05-06 11:31   수정 2013-06-28 17:32

-1편에서 계속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햇살 좋은 5월의 한낮에 만난 최강희는 구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지고 인터뷰 자리에 나타났다. 대화를 나누는 짬짬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주변을 촬영하던 최강희는 옆에 놓아두었던 ‘결과물’ 한 장을 뒤집으며 “이건 망친 거예요”라고 수줍은 듯 말했다. “최근 필름이 단종됐다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거든요. 반가운 마음에 들고 나왔어요.”

며칠 전 그가 SNS에 올린 독특한 ‘셀카(셀프 카메라)’ 사진이 문득 떠올랐다. 늘 조금은 특이한 셀프 카메라로 화제가 되는 그는 검은색 매니큐어가 돋보이는 네일 아트가 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안경을 낀 채 눈만 내놓은 사진을 공개했다. 최강희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이 웃음을 자아냈다. 최강희와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올리는 ‘요상한’ 사진, 전부 자체 검열 완료했어요

“셀카 사진들을 보면, 굳이 예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멍한 눈빛의 초근접 셀카와 최강희의 실물보다 못한(?) SNS 상 셀카들은 최강희의 팬이라면 다 안다.

최강희는 “내가 올리는 사진들은 전부 내 자체 검열에서 예쁘다고 통과가 돼서 올라온 것들”이라고 응수했다. 그리고 연기뿐 아니라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도 모두 ‘자체 검열’을 통과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은, 비호감 캐릭터를 제가 연기해서 호감으로 바꾸어 놨다는 칭찬을 들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캐릭터들이 전부 매력있어서 출연을 허락한 거예요. 제 자체 기준에서는 그 캐릭터들이 무조건 호감인 거죠. 보는 눈이 좀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저는 칭찬으로 들어요.”

새 영화 ‘미나문방구’도 마찬가지다. 아직 시사회도 하지 않은 ‘미나문방구’ 대본은 최강희를 완전히 사로잡았다고. “저는 대본에 너무 심취해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직은 가편집본만 봤는데 대본과 달라진 부분이 많을까 해서 불안감이 굉장히 커요. 영화는 대본보다 감동을 강요하는 요소나 설명적인 부분이 많이 빠질 것 같아요.”

그는 ‘미나문방구’를 “예쁜 노란빛 영화”라고 표현했다. “확 눈에 들어오는 색깔은 아니지만, 햇볕에 잘 익은 듯한 뭔가 정겨운 느낌이 드는 그런 노란빛이랄까요. 제가 받은 그 아름다운 느낌 그대로 관객도 느낀다면 좋겠어요.”

최강희의 ‘자체 검열’은 얼른 보면 대중적이지 않을 듯하지만, 이미 많은 성공 사례를 갖고 있다. 영화 전작인 ‘쩨쩨한 로맨스’가 19금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기대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를 가져온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연기 정통파’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 연출 욕심의 시작 됐죠

‘자체 검열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요즘 꿈꾸고 있는 연출 공부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계속됐다.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마니아적인 팬이에요.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영화화된 경우에는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영화가 실망스러운 경우가 참 많아요. 그래서 연출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원작을 읽고 상상한 결과물에 못 미치는 영화가 나올 위험성이 늘 있는 것이 바로 연출이다.

그럼에도 연출에 대한 꿈을 꾸는 이유는 연기자로서 ‘최강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연기’를 계속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연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연기에서도 남이 못 보는 아름다움을 잡아내고 싶다는 것.

“어떤 사람의 보통 연기할 때 표정 말고, 뭔가 다른 모습을 잡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들어요. 당장 연출을 하고 싶단 게 아니고, ‘연출을 배우는 대학생이 돼 보고 싶다’가 정확한 심정일까요?”

그는 연출 공부 욕심을 품은 계기에 대해 한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대한 판타지를 품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저는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나는 트인 사람이야’라는 자부심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할 때 처음으로 연기를 정통으로 배운 사람들과 함께하게 됐는데, 깜짝 놀랐어요. 주-조연들 전부, 어떤 상황이든 연기가 기본 이상은 나오는 거예요. 저는 잘 될 때는 아주 잘 되지만 안 될 때는 정말 안 나오거든요. 저처럼 많은 오디션만을 차근차근 밟고 올라온 사람과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단 걸 깨달았어요.”

최강희는 하루에 100개 이상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연출자로서의 공부를 한다면 ‘늘 기본 이상은 나오는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감독님들 보면서 저건 아무나 못하는 일이라고 늘 생각했는데, 제가 배워보고 싶은 생각을 하니 놀랍죠. 하지만 공부를 하려면 활동도 제대로 못할 테고 군대 간다는 생각으로 몇 년 배우기만 해야 할 텐데 당장은 어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만추’ 같은 멜로, 더 늦게 전에 꼭 한 번...

늘 통통 튀고 밝은 역할을 주로 해 온 최강희는 “이제 코미디가 빠진 멜로 영화를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좋아하는 멜로 영화로는 탕웨이-현빈 주연의 ‘만추’, 심은하가 출연한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등을 들었다.

“제가 입봉(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 전문 배우예요(웃음).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님, ‘애자’의 정기훈 감독님, 이번 ‘미나문방구’의 정익환 감독님까지 전부 저와 함께 감독 데뷔를 하시네요. 그런데 기존 감독님들하고 작업을 별로 안 하다 보니 저한테 멜로영화 시나리오가 잘 안 오는 걸까요? 더 늦기 전에 꼭 한 번 아련한 멜로 영화를 해 보고 싶네요.”

그는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만추’의 김태용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한 번쯤 꼭 같이 작업해 보고 싶어요. 전 메이킹 필름 보는 게 취미인데, ‘만추’는 다른 나라 배우에게서 그 정도의 감정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서 더 유심히 봤어요. 그냥 영화를 보기만 해도 저도 그 속의 공기나 느낌을 다 알 것 같은 기분? 정말 좋더라고요.”

하고 싶고 만족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여배우로서 아름다워 보이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당연히 저도 예뻐 보이고 싶지만 ‘자체 검열’의 기준이 달라요. 꼭 눈 크고, 잡티 하나 없는 피부만이 예쁜 게 아니잖아요. ‘애자’를 할 때 일부러 거친 조명 아래에서 ‘날 것’의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막 세수를 한 얼굴로 연기한 적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표정이 잘 안 드러난다’고 화를 내셔서 세수를 하고 온 거였는데, 정말 표정이 더 생생하게 나오더군요.”

그는 “감독의 재능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영화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그 영화의 광고 문구에 ‘감독, 배우의 재능과 사랑에 빠지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저도 감독의 재능과 사랑에 빠지고 싶어요. 그런 사랑은 운명 같은 것 아니겠어요?”

수많은 히트작, 충무로와 브라운관을 모두 책임지는 스타의 위치를 가졌지만 최강희는 연기의 아름다움 추구하기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yeeune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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