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⑤ 꼼수 부리지 말자

입력 2013-05-07 09:53  

[조충현의 ‘펀드노트’] ⑤ 꼼수 부리지 말자

펀드 산업의 궁극적 목적은 투자자들의 부를 늘려주는 것이다. 이외에 모든 것은 부수적일 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핵심적 본질을 까먹고 투자자가 맡긴 투자자금을 운용사나 판매사가 자신들의 잇속(운용자산, 판매규모 늘리기) 챙기기에 열중한다면 투자자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투자자가 운용사/ 판매사에 돈을 맡기는 것은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 내 대신 투자를 잘 해달라고 위탁한 것(주주)이지, 판매사가 판매하는 마케팅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판매사 일선창구에서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 판매’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의 행태일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올바른 선택을 제한하는 나쁜 관행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도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와 같은 불공정한 판매관행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극성을 부리는 지경에 이르러 금융당국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말 2년 동안 한시적으로 계열운용사 펀드 신규 판매금액을 연간 총 펀드판매 금액의 50%이하로 제한하는 비율규제를 도입키로 조치를 취했다. 운용사가 계열사인 증권회사에 펀드 매매주문을 위탁할 수 있는 한도도 연간 총 위탁금액의 50%로 정했다.

스스로 자제가 안 되면 외부에 힘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배경인 듯하다. 은행 등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춘 판매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운용사들은 계열 판매사들의 도움으로 쉽게 펀드 운용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비 계열 중소형 운용사들의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짜내 펀드상품을 만들어도 판매처조차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 우선이라는 대원칙이 훼손되는 나쁜 관행인 것이다.

실제로 2월말 기준으로 펀드판매액의 절반 이상이 계열사 상품인 금융사가 28%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45곳 중 13곳)에 달했다. 심지어 계열사 펀드만 전적으로 팔다시피 한 금융사도 여럿 있었다.

물건을 파는 상인에게 판매할 물건의 구매처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자유경제체제를 신봉하는 국가에서 상식적인 일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재산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할 금융기관이 자기들의 우월적 지위와 배타적 힘을 이용해 이기적(그룹, 지주사 수익 극대화)으로 영업을 계속하도록 방관할 수는 없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한 현실주의의 창시자 투키디데스(Thukydides)는 “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결부된 경우를 맞이하면 정의나 도덕 같은 이상을 추구하기보다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고 했다. 왜곡된 ‘계열사 몰아주기 판매 관행’의 당사자인 금융회사나 일선 영업 창구 직원들이라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발적 펀드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실적에 쫒기고 경쟁에 내몰리다보면 옳은 방향을 알면서도 투키디데스가 말한 현실적 선택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래도 그릇된 관행은 고쳐야한다. 비록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구조적인 문제라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하더라도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고칠 것은 서둘러 고쳐야 한다. 금융당국의 이번 판매비율규제 50% 조치는 업계가 잘했다고 내린 상이 아니다. 업계전체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혜를 본 업체나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업체 구분 없이 모두가 성실한 참여로 제도 정착에 힘을 모아야 한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예전 같지 않다. 불필요한 꼼수 마케팅(예: 판매사끼리 교차판매, 고수익 상품 우선판매 등)으로 이 국면을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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