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채권시장 일본 자금 유입 가능성 커"

입력 2013-05-14 14:46   수정 2013-05-14 14:48

마켓포커스 2부- 이슈진단-엔저가 만드는 고민

삼성증권 정미영> 이번에 달러엔환율이 100엔으로 올라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은 달러 지수의 상승이었다. 지난 3월만 해도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하면서 그 이후로 달러화가 조정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5월 초에 발표된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고 소매판매 등 여타 지표들도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 달러화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고 미국의 재정수지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달러화를 움직이면서 현재 달러 지수가 83대로 상승하며 지난 고점까지 올라왔다. 이러한 부분이 달러화 강세의 배경이다.

70엔대에서 100엔까지 순식간에 올라왔기 때문에 120엔까지 전망하는 것 자체를 무리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120엔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베노믹스 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120엔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오히려 실패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펀더멘탈 문제가 드러날 때 가능한 시나리오로 본다.

현재 아베노믹스 만으로는 추가적인 엔 약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로는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고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채권을 매입하고 있지만 완만하고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G7에서는 엔 약세를 용인했지만 G20 차원에서는 논의가 상당히 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일본의 정부 담당자도 엔화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이면 경기에 부정적일 수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추가적인 엔 약세에 대한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기술적인 저항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월간 차트상으로 보면 102엔에서 105엔 정도의 저항이 상당히 강하다. 따라서 아베노믹스 재료 하나만 가지고 120엔 돌파를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과거 2000년대 중반의 엔 캐리 트레이딩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유발하는 굉장히 큰 흐름이었다. 현재 여건은 주요국이 모두 초저금리 상태이고 신흥국도 부채 조정에 시달리고 있으며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 금융기관들의 레버리지 규제 등을 감안하면 2000년대 중반과 같은 강력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현재 엔화 약세와 관련해 시장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일본 투자자들이 어느 쪽으로 자산 매입의 물꼬를 틀 것인가다. 과거 엔 캐리 자금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엔 캐리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일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 투자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면 이 역시 경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금감원 데이터로는 외국인이 올해 4월까지 주식을 2700억 정도 매도했고 채권은 20억 정도 보유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본에서 나타난 데이터를 보면 2, 3월 동안 우리나라 채권을 250억 엔 정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채권 매수에 대해 일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향후 일본 자금의 유입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시장이 당국에 대해 상당히 경계를 많이 했었는데 지난주에 1100원이 하향 돌파되면서 당국이 구두개입과 함께 스무딩 오퍼레이션 시장 개입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하자면 달러원 매수 개입을 통한 엔원환율 하락의 방어, 자본유입에 대한 규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실제로 엔원환율 하락에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본 자본유입 가능성이 본격화된다면 정부에서 자본유입을 규제하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올해 외환시장이 너무 어렵다. 변수들이 매우 복잡하고 일률적이지 않으며 다양하다.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는 미국 쪽에서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달러에 대한 전망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맞다`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부채 조정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한 성장률 개선이 이루어지다 보니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를 배경으로 미 달러는 완만하지만 꾸준한 강세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존도 금리인하를 했지만 그 이후 유로화가 별로 빠지지 않았다.

첫 번째는 EU와 ECB의 강력한 시장안정 의지 덕에 유로존의 금융 리스크가 크게 완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최근 재정긴축 달성 시한을 연장해주는 등 재정긴축 완화 움직임이 유로존에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재정긴축 일변도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유로존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유로화를 지지해주고 있다.

유로화가 강세로 가기는 어렵겠지만 성장률 저하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약세는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은 추가적인 약세 폭은 작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말에 참의원 선거가 있다. 따라서 참의원 선거 전까지 일본정부도 엔화 약세 유도에 매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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