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올해 9월, 새신랑이 되는 배우 배수빈(37). 영화 ‘마이 라띠마’(유지태 감독, (주)유무비 제작) 개봉까지 더해지며 겹경사를 맞게 됐다. 그래서일까? 한층 여유로워지고 더욱 멋있어졌다. “많이 늙지 않았나?”라고 물으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일도, 사랑도 이렇게 순탄하게 이어지니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야말로 요즘 최고의 복(福)남이다.
배수빈은 ‘마이 라띠마’에서 가진 것도, 기댈 것도 없이 세상에 뛰어 드는 수영을 연기했다. 가족, 직장에 돈까지 없는 수영은 자신감 하나로 무작정 상경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과정에서 수영은 마이 라띠마(박지수)에게 마음을 주게 되지만 결국 남들과 똑같이 현실에 굴복하며 자책하게 된다. 이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무척이나 가까이 있는 이야기인 것만 같다. 그래서 우리는 수영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 “어차피 다 사람사는 이야기 아니겠어요?”
2011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부집행위원장과 홍보대사로 인연을 맺은 유지태와 배수빈은 ‘마이 라띠마’로 의기투합했다. 유지태는 배수빈에게 15년 전부터 계획해온 시나리오를 읽어봐달라며 부탁했다. 배수빈은 이걸 덥석 물었다. 그가 직접 하겠다고 나서자 캐릭터는 어촌마을 소년에서 30대 수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소녀는 태국 이주 여성 마이 라띠마가 됐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배수빈이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배우가 변신을 한다는 건 겉모습을 바꾸는 게 아니라 마음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게 되면 그에 따른 행동이 정해지죠. 그 행동들에 의해서 캐릭터가 굳혀져요. 수영의 마음과 제 마음이 다르지 않았어요. 수영처럼 노숙자 생활을 하고 호스트바에서 일을 해본 건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상처를 입히고, 받으며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은 제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었을 때 ‘이 사람,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인인가? 해탈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근 조근한 말투로 사람을 설득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연륜 속에서 나오는 경험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한다. 그래서일까? 보통 이들이 느끼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배우 겸 감독 유지태의 편견’ 앞에서도 아주 유연한 모습이었다.
“유지태 감독은 연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배우를 생각해줬어요. 물론, 배우를 존중해주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기다림의 시간 없이 ‘훅’ 해버리기를 원해요. 유지태라는 사람은 영화를 찍고 안 찍고를 떠나 그냥 유지태였어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연기를 해왔던 그의 생각이 투영된 작품인데 뭐가 다르겠어요? 그 또한 똑같아요.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후에 편견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인정했으니 ‘볼만 한가봐’라는 반응이 나오는 거죠. 사람이 갖는 편견이라는 게 참 그렇죠?”
◆ “20대? 좋죠, 하지만 돌아가긴 싫어요”
마이 라띠마와 함께 상경한 수영은 서울 한복판에서 외친다. “여기 있는 빌딩 내가 다 사겠노라”고 말이다. 배수빈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즉흥적인 행동들, 그리고 충동적인 감정들이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아니 새내기 배우 배수빈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얼핏 보기에 그다지 엄청난 꿈이나 이상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조금은 기대를 했다고 해야될까? 하지만 그의 대답은 여느 배우들과 같았다. 하긴, 그도 사람이었으니. 내가 이 사람을 계속 도인으로 몰고 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생겼다.
“주인공을 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그리 멀지 않아 주인공이 됐어요. 그게 2002년 중국 CCTV에서 방송된 29부작 드라마 ‘기억의 증명’이에요. 작품을 하고 난 후 ‘주인공도 좋은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그 때 부터 ‘어떻게 살아야하지? 어떤 배우가 돼야 할까? 지금 해야 될 건 뭐지?’라는 생각이 마구 자라났어요. 정말 `멘붕(멘탈 붕괴)`이었죠. 의도하지 않은 딜레마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그렇게 배수빈이 여기까지 왔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의 민 회장, ‘26년’의 김주안, ‘마이 라띠마’의 수영까지. 최근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에 안도감이 생겼다. 배수빈 만의 작품 세계, 그가 선택한 캐릭터가 스친다. 꿈이 아닌 방향성에 무게를 두고 꿈이 있을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간다는 그의 대답은 힐끗 넘겨다보는 모범답안 같았다. 뻔하면서도 꼭 확인을 해야 속이 후련해지는 그 느낌, 누구나 한번씩은 느껴본 확인 사살의 쾌감 아닌가.
“20대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냐는 질문을 하잖아요. 저는 싫어요. 대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가지고 돌아가는 건 좋아요. 하지만 그건 반칙 아니겠어요? 본질을 버릴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 이게 참 어려운거잖아요. 세월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삶의 노하우가 생겨요. 결혼을 하게 되면 더욱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 가장 좋아요.”
min@wowtv.co.kr
배수빈은 ‘마이 라띠마’에서 가진 것도, 기댈 것도 없이 세상에 뛰어 드는 수영을 연기했다. 가족, 직장에 돈까지 없는 수영은 자신감 하나로 무작정 상경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과정에서 수영은 마이 라띠마(박지수)에게 마음을 주게 되지만 결국 남들과 똑같이 현실에 굴복하며 자책하게 된다. 이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무척이나 가까이 있는 이야기인 것만 같다. 그래서 우리는 수영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 “어차피 다 사람사는 이야기 아니겠어요?”
2011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부집행위원장과 홍보대사로 인연을 맺은 유지태와 배수빈은 ‘마이 라띠마’로 의기투합했다. 유지태는 배수빈에게 15년 전부터 계획해온 시나리오를 읽어봐달라며 부탁했다. 배수빈은 이걸 덥석 물었다. 그가 직접 하겠다고 나서자 캐릭터는 어촌마을 소년에서 30대 수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소녀는 태국 이주 여성 마이 라띠마가 됐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배수빈이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배우가 변신을 한다는 건 겉모습을 바꾸는 게 아니라 마음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게 되면 그에 따른 행동이 정해지죠. 그 행동들에 의해서 캐릭터가 굳혀져요. 수영의 마음과 제 마음이 다르지 않았어요. 수영처럼 노숙자 생활을 하고 호스트바에서 일을 해본 건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상처를 입히고, 받으며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은 제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었을 때 ‘이 사람,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인인가? 해탈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근 조근한 말투로 사람을 설득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연륜 속에서 나오는 경험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한다. 그래서일까? 보통 이들이 느끼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배우 겸 감독 유지태의 편견’ 앞에서도 아주 유연한 모습이었다.
“유지태 감독은 연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배우를 생각해줬어요. 물론, 배우를 존중해주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기다림의 시간 없이 ‘훅’ 해버리기를 원해요. 유지태라는 사람은 영화를 찍고 안 찍고를 떠나 그냥 유지태였어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연기를 해왔던 그의 생각이 투영된 작품인데 뭐가 다르겠어요? 그 또한 똑같아요.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후에 편견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인정했으니 ‘볼만 한가봐’라는 반응이 나오는 거죠. 사람이 갖는 편견이라는 게 참 그렇죠?”
◆ “20대? 좋죠, 하지만 돌아가긴 싫어요”
마이 라띠마와 함께 상경한 수영은 서울 한복판에서 외친다. “여기 있는 빌딩 내가 다 사겠노라”고 말이다. 배수빈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즉흥적인 행동들, 그리고 충동적인 감정들이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아니 새내기 배우 배수빈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얼핏 보기에 그다지 엄청난 꿈이나 이상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조금은 기대를 했다고 해야될까? 하지만 그의 대답은 여느 배우들과 같았다. 하긴, 그도 사람이었으니. 내가 이 사람을 계속 도인으로 몰고 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생겼다.
“주인공을 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그리 멀지 않아 주인공이 됐어요. 그게 2002년 중국 CCTV에서 방송된 29부작 드라마 ‘기억의 증명’이에요. 작품을 하고 난 후 ‘주인공도 좋은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그 때 부터 ‘어떻게 살아야하지? 어떤 배우가 돼야 할까? 지금 해야 될 건 뭐지?’라는 생각이 마구 자라났어요. 정말 `멘붕(멘탈 붕괴)`이었죠. 의도하지 않은 딜레마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그렇게 배수빈이 여기까지 왔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의 민 회장, ‘26년’의 김주안, ‘마이 라띠마’의 수영까지. 최근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에 안도감이 생겼다. 배수빈 만의 작품 세계, 그가 선택한 캐릭터가 스친다. 꿈이 아닌 방향성에 무게를 두고 꿈이 있을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간다는 그의 대답은 힐끗 넘겨다보는 모범답안 같았다. 뻔하면서도 꼭 확인을 해야 속이 후련해지는 그 느낌, 누구나 한번씩은 느껴본 확인 사살의 쾌감 아닌가.
“20대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냐는 질문을 하잖아요. 저는 싫어요. 대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가지고 돌아가는 건 좋아요. 하지만 그건 반칙 아니겠어요? 본질을 버릴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 이게 참 어려운거잖아요. 세월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삶의 노하우가 생겨요. 결혼을 하게 되면 더욱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 가장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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