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⑪ '붉은 여왕 효과'에 빠진 퇴직연금

입력 2013-06-19 09:40  

[조충현의 ‘펀드노트’] ⑪ `붉은 여왕의 효과`에 빠진 퇴직연금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속편『거울을 통하여』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도록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누구나 뛰어야한다.

가만히 제자리에 있으려 해도 주변이 가만있지 않고 뛰기 때문에 함께 열심히 뛰거나 더 빨리 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두고 시카고대학의 진화학자 밴 베일른(Leigh Van Valen)는 생태계의 쫓고 쫓기는 평형 관계를 생물학의 ‘붉은 여왕의 효과(Red Queen Effect)’라고 불렀다.

저성장 저금리시대로 접어든 국내 금융시장도 ‘붉은 여왕의 효과’에 빠졌다.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물가상승률 정도라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바쁘게 뛰어야한다. 그동안 안전자산에 돈을 넣어두고 이자로 돈을 불이던 시대에는 생각지 않았던 돈 불리기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하는 투자의 시대가 도래 했다.

지난주 초 원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올 1분기 평균수익률이 1% 미만(연 환산 4%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분석 기사가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연 4% 중반 대 수익률을 지켰던 평균수익률이 이처럼 떨어지자 노후대책의 마지노선이라 여기며 투자를 계속하던 가입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퇴직연금의 가입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퇴직 후 수령액이 정해진 확정급여형(DB형: Defined Benefit )과 회사가 일정액을 적립하면 근로자가 알아서 퇴직금 운용자를 선택하는 확정기여형(DC형: Defined Contribution)이다.

확정급여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퇴직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확정되는 제도다. 직장을 그만둘 때의 연봉 수준에 따라 퇴직 급여가 결정되므로 기존 퇴직금 제도와 비슷하다.

반면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부담해야 할 부담금을 사전에 정해 근로자의 개인별 계정에 적립시켜주는 제도다. 적립된 돈을 활용한 개인 포트폴리오의 선택권이 근로자에게 있어서 차별화된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운용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가입형태다.

평범한 일상의 선택과 달리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투자 상품을 선택하려 할 때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퇴직연금 가입자의 90% 이상이 원금보장형 퇴직연금을 선택을 하고 있다. 스스로 운용에 대한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에 대한 선택은 10%가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아직도 이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8년이 되어가는 데 아직도 70% 이상의 직장인들이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조사) 그간 금융당국의 홍보가 부족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근로자 스스로 알려고 하는 노력도 많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봐야한다.

퇴직연금펀드은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운용사의 안정성과 운용 철학, 중장기 성과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그리고 ‘붉은 여왕의 효과’를 극복하기 위한 수익률 향상 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각 금융기관에서 다양한 퇴직연금펀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업종별, 가입형태별, 운용형태별로 자신의 투자목적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투자해야할 것이다.

‘위험이 있는 곳에 수익이 있다’는 오래된 원칙이 퇴직연금에도 적용된다. 원금보장형, 확정급여형에만 쏠려있는 관심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분리해 실적배당형, 확정기여형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노후를 위한 재테크는 서두를수록 유리하고, 적절한 타이밍 포착이 무척 중요하다. 너무 늦거나 시기를 놓치면 비용만 많이 들고 효과는 반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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