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며 인건비는 고공행진‥금감원, 은행연봉에 제동

이근형 기자

입력 2013-07-21 13:43   수정 2013-07-21 13:43

국내 한 대형 시중은행에 다니는 10년차 은행원 A씨의 연봉은 6천800만원입니다. 3년전에 10년차였던 선배 은행원 B씨보다 200만원 정도 더 올랐습니다. 그동안 두 차례 동결됐던 임금이 올들어 인상된 결과입니다. 은행산업이 최근 수익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말이 무색합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A씨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지난해 1분기 전년 같은 기간(1조9천200억원)에 비해 12%이상 오른 2조1천600억원을 급여액으로 지급했고 올해 1분기 급여액 역시 2조3천300억원으로 그보다 8% 올랐습니다.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 반토막 수준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한차례 삭감 이후 계속해서 증가해 온 것입니다.
이처럼 은행들이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을 동원하지 않는 까닭은 강성노조의 저항에 직면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침체로 은행들이 수익을 늘리기 어려워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인원구조조정을 할 경우에는 파장이 굉장히 심각해 점포 축소와 같은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감독원이 제동에 나섰습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수익 급감에 따른 후속조치로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전면적인 성과체계 점검에 돌입했습니다. 은행에 점포정리와 인원감축, 인건비 효율화를 압박하겠다는 제스쳐입니다. 당국 관계자는 “은행 수익성 악화에 은행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며 “비용절감을 통해 건전성 악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임금문제는 감독당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지만 연봉성과체계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문제 적발시 임원의 연봉이 조정되고 일부 직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따라 올해 은행권은 팀장이나 부장급 등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성과급과 기본급 등에서 최대 10% 정도 연봉삭감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은행의 비노조원은 약 5만8천명 수준입니다. 아울러 금감원은 하반기 적자점포 정리와 통폐합을 통한 경영효율화를 활발히 추진하도록 은행들을 독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전국금융산업노조의 반발 등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임금삭감은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입니다. 한 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권 연봉이 무조건 높다고 평가하면 안된다. 돈을 만지는 업종이라 리스크에 관한 것도 들어있다"며 "대부분의 외국 금융기관도 임금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국내 은행원의 평균 급여는 남자 직원을 기준으로 외환은행이 평균 1억2천220만원, 하나은행이 1억400만원, 국민은행이 1억원, 신한은행이 9천500만원, 우리은행이 9천100만원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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