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최완진> 지난 3월 법무부는 기업지배구조 상법개정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배주주의 부당한 사익추구행위를 견제하며 소액주주의 이익보호를 위한 취지로 네 개의 상법개정시안을 마련했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집행임원제와 다중대표소송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제도들의 쟁점들이 기업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정리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보자.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집행임원제와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 논의하겠다. 집행임원제도는 회사의 경영감독기능과 업무집행기능을 분리하게 하여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제도다. 현재 자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를 법으로 의무화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이며 이 제도를 도입할 시 기업경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건국대 권종호> 전통적인 회사에서는 업무 집행은 대표이사, 업무 집행에 대한 감독과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행하고 있다. 문제는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기관인 이사회가 업무 집행을 행하고 있는 이사와 대표이사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이사가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행한 업무집행에 대해 감독을 하는 자기감독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감독상의 문제와 업무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2011년 상법개정을 통해 도입된 집행임원제도다.
그런데 2011년에 도입된 집행임원제도는 회사가 원할 경우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선택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2011년 집행임원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집행임원제도를 기업실무에서 채택하고 있는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의 경우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반드시 집행임원제도를 선임하도록 하는 의무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현행 상법에 의하면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야만 하는 회사는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특징은 이사회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된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대규모 상장회사에 의무화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경영자인 집행임원을 선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이 점에서 최근 재계와 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집행임원제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분리형으로 경영지배구조를 획일하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보통 기업들의 경우 어떤 요소들의 영향을 통해 경영지배구조가 결정되고 그것이 획일화될 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가.
건국대 권종호> 이번 개정안은 이와 같은 기업환경적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업 규모가 자산을 기준으로 2조 원이 넘는 회사의 경우 특정의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외대 최완진> 새로 도입하는 집행임원제도는 결국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의 확보를 위한 것인데 그것이 도리어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부 의견을 보면 집행임원제는 그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된다면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건국대 권종호> 현행 이사제도가 업무집행기능과 감독기능이 한 기관에 집중된 것으로부터 분리해 업무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것이 집행임원제도 도입 취지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집행임원제도는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금융기관의 경우 회사의 지분적 이익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대표이사가 경영자를 선임함으로써 생기는 권력집중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이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에서 대표이사가 권력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로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집행임원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숭실대 전삼현> 집행임원제도는 결국 감독은 하지만 이사회 사람들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집행임원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이사회와 집행임원 간 동질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을 대상으로 집행임원제도를 강제화하겠다는 것은 감독이사회의 책임을 집행임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 집행임원제도의 의무화는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사회와 집행임원 간 갈등구조를 유발하게 된다. 그러므로 경영효율성이 떨어지며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건국대 권종호>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면 이사가 집행임원이 되어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가 우려된다. 그러나 현행 상법을 봤을 때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면 이사회는 오로지 감독기관의 역할을 하게 되고 집행임원은 이사회 책임에 대한 규정이 준용된다. 역할이 나누어지기 때문에 이사가 자신의 책임을 집행임원에게 전가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있으나 법률적으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강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결국 상무, 전무 등이 이사는 아니지만 집행에 직접 관여를 하고 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의 사각지대에서 빠지는 사람들을 집행임원이라는 제도 속, 울타리 안에 끌어들여 책임을 묻게 한다는 성격으로 집행임원제도를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의 몇 백명 가까이 되는 임원을 집행임원이라는 울타리 속에 제도화시켜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다.
건국대 권종호> 집행임원제도의 입법 취지에 대해 알아보자.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사회가 비대해지니 업무집행에 대한 의사결정이 굉장히 느려진다. 그래서 업무집행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기동적으로 하기 위해 집행임원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주장이다. 500명 되는 사람을 전부 집행임원으로 선임하면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이 기동적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500명 중 일부만 집행임원으로 선임하면 나머지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집행임원제도는 규제를 위해 도입된 제도는 아니다. 그와 같은 취지로 2011년에 도입된 제도가 바로 선택제다. 집행임원제도를 규제를 위한 제도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 입법내용이나 입법취지를 봤을 때 부당하다.
한국외대 최완진> 우리나라 기업은 가족기업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가 집행임원제도의 시행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건국대 권종호> 9988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9988이란 우리나라 회사의 99%가 주식회사고 주식회사의 88%가 중소기업이라는 의미다. 이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가족회사다. 가족회사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유와 경영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재벌의 경우에도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택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소유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가족기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지배구조에 관한 입법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외대 최완진> 집행임원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산대 김병태> 경제민주화 법안에는 집행임원제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왜 등장했는지 의문이다. 집행임원제는 경영효율을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이사 총수 과반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어야 한다.
만약 회사의 개별 사정을 무시하고 집행임원제가 의무화된다면 기업경영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비상근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중심이 될 것이고 이들이 정책결정을 하며 집행임원의 업무집행을 감독하게 된다. 이는 기업경영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의무와 취지와 달리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져야 하고 기업경쟁력 역시 저하시키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새 상법이 시행된 지 1년 3개월 정도 된 시점에서 왜 갑자기 이를 강제화하려는가.
건국대 권종호> 일본에서 집행임원제도가 도입된 직후 소니의 임원과 도요타자동차의 임원과 함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소니는 집행임원제도를 축으로 하는 위원회 설치회사라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고 도요타는 전통적인 이사회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소니의 경우 여러 가지 지배구조 정책을 폈고 그 결과 소니는 굉장히 추락을 하고 있다. 소니가 추락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배구조의 실패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도요타와 소니의 경우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자.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집행임원제도와 전통적인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 한 회사는 집행임원제도를 선택했으며 한 회사는 전통적인 제도를 선택했다. 그 결과 시장에 있어 지배구조를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로 보다 좋은 제도를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지배구조의 선택을 잘못하면 기업의 흥망을 가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와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 대해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하면 비록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 국한되지만 그 범주에 속하는 회사에 있어서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시장, 기업 간 경쟁은 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경영자의 역량을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편법적인 제도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신중해야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누구도 강요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설은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강요를 한 것 자체를 문제로 삼는다면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고 국제 경쟁을 고려했을 때 현재와 같이 선택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외대 최완진> 최근 복합금융그룹체제가 확산됨에 따라 지배회사 이사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종속회사 이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지배회사의 소수 주주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종속회사의 부정행위로 손해를 입은 지배회사 주주가 종속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법으로 의무화되면 금융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획일적으로 이 법안이 적용될 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다중대표소송, 혹은 이중대표소송이란 종속회사의 이사가 나쁜 짓을 했는데 그것을 종속회사의 주주들이 그 회사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지배회사의 소수 주주들이 종속회사의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인격을 건너뛰어 책임을 묻는 제도로 어떻게 보면 희한한 제도다. 상법에서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다른 주제와 달리 이번 다중대표소송은 재벌이라는 기업 집단을 염두에 두고 논의가 되는, 경제민주화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제도다.
이는 2006년 시민단체로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재벌에서 오너가 마치 그 계열사들을 자기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면서 이익을 빼돌렸다. 이러한 오너의 사익추구행위가 문제되면서부터 그 오너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의 주주들이 법인격을 건너뛴 다른 회사에서 책임을 물어야 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다중대표소송이다.
문제는 다중대표소송이 책임을 묻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보이나 그 개념에서 보듯 자기 회사의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 종속회사의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인격을 뚫고 지나가는 제도다.
주식회사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제도인 법인격이라는 부분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책임을 묻는 제도로 책임을 묻는다는 쪽에 방점을 두면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법인격을 뚫고 지나 법인격을 형해화시키는 정도의 제도라면 과연 이 제도가 바람직한가의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책임을 묻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법인격이라는 회사법상 근본, 이론, 체계도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과연 양자의 관계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다.
이런 다중대표소송에 대해 다른 회사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격을 무시하는 제도라고 언급하면 대다수는 이렇게 생각한다. 문제를 야기한 오너가 계열사들의 법인격을 무시하면서 마치 그것이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먼저 불공정거래행위나 부당행위를 하면서 사익추구행위를 했고, 그런 오너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법인격을 무시하면서 소송을 거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오너가 계열사의 법인격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기업집단 전체를 자신의 사적인 회사로 생각하고 재산을 빼돌리고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사익을 추구해 그것이 판례가 인정하는 법인격부인의 법리에 의해 법인격이 완전히 무시될 정도였다면 그에 따른 이중대표소송은 인정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먼저 법인격을 완전히 무시한 사람은 오너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게 한 수단인 다중대표소송이 법인격을 무시하는 속성이 있더라도 그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상법 개정시한에서 나오는 다중대표소송은 법인격이 부인될 정도에 이르는 경우에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자회사관계,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소송을 걸게끔 하기 때문에 상당히 남용의 위험이 크다.
숭실대 전삼현> 근본적으로 대표소송 자체가 양날의 칼이라고 본다. 소수 주주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대표소송이 남용되면 결국 기업의 매출 감소나 자금조달의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현재 입법안에 나와 있는 다중대표소송의 허용 범위를 보면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50% 이상만 소유하면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자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자회사의 소액주주들은 원하지 않는데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소송을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자회사의 주주보호 차원에서 대표소송을 케이스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입법적으로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이 자회사 임원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데 이 경우 피해자는 자회사의 소액주주가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자회사 이익보호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 정말로 이런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으면 도저히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판례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 마치 이것을 우리나라 현행법, 상법시한처럼 입법화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영산대 김병태> 우리 상법상 법인격의 내용을 부인하는 법인격부인이론도 판례로 인정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고 현행법상 모든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을 때 최후의 보루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요건도 엄격하다. 실제 인정되는 경우도 아주 예외적이다.
이와 동등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상법상 도입한다는 것은 비록 기업 오너의 사익추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라는 장점은 있지만 법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된다면 아주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규제되어야 한다. 적어도 법인격부인이론에 해당하는 정도의 상황이나 여건이 이루어지는 경우로 국한해야 할 것이며 굉장히 제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도입 자체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외대 최완진>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오너의 사익추구행위를 실질적으로 잘 규제하는데 있어 실효성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이번에 들어온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계열사 간 거래규제는 경쟁을 훼손하는 조건을 떼고 회사법처럼 순수하게 오너가 사적인 이익을 취득하는 부분에서까지 경쟁법인 공법이 들어와 통제를 하게끔 만들었다.
만약 기존의 공정거래법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중대표소송이 들어와야 한다는 논리가 맞다면 공정거래법이 이미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오너의 사익추구행위, 계열사 간 거래 통제 제도를 6월에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기존에 있었던 이중대표소송 도입 논거는 많이 희석화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6월에 들어온 제도가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더 지켜본 후 그때 다중대표소송을 다시 논의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건국대 권종호> 다중대표소송제도의 현실적인 문제는 임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직접 피해를 입은 해당 회사의 주주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해당 임원을 제소할 수 있다는 점에 제도의 특징과 문제가 동시에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도의 실익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본다.
예컨대 100% 자회사나 모회사와 자회사가 손자회사 주식을 100%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이 실질적으로 모회사의 자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거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자가 없는 경우에는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것의 실익이 매우 크다고 본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미국에서 다중대표소송논의가 제기되고 그런 것이 발전한 것도 구체적인 케이스별로 보면서 그것이 누적되고 판례가 집적되고 논리가 개발되어 발생한 것이 다중대표소송의 법리다. 이를 입법화하는 것보다 그나마 지금의 완전모회사 등의 상황에 있어서는 법인격이 부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판례법으로 인정하면서 차츰 이론을 정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외대 최완진> 최근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끌어올리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 바 있다. 결국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확립이다. 이번에 경제민주화의 확립과 관련해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집중투표제도와 전자투표제도다. 과연 이러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도가 도입될시 우리 기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숭실대 전삼현> 원칙은 모든 회사가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3분의 2 이상 주주들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며 정부안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는 조항이 들어가면 그 회사는 실행하지 않는다. 그런데 1997년 상법을 개정하고 나서 시행 전 우리나라 상장사의 대부분 회사인 92%의 회사 주주가 모여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현재 92%의 주식회사는 집중투표제를 하지 않겠다고 해 정부안에 배제했다. 그런데 지금 법무부에서는 그것이 안 된다는 것이다. 주주들이 이미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강제로 하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집중투표제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진 간 갈등구조를 유발할 수 있다. 최대 주주와 2, 3대 주주 간 서로 원하는 사람들이 이사회에 구성되어 의사결정을 할 때 의견이 계속 불일치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회사 경영이란 논의하는 과정은 충분히 있어야 되지만 결정은 신속해야 되는데 자칫하면 이사회에서의 결정이 지연됨으로 인해 오히려 신속한 의사설정이 되지 않고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결국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꼭 법으로 강제해야 할까. 물론 합작법인의 경우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견제와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집중투표제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50%+1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도 없는 회사의 경우 많은 주주들이 이미 최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중투표제를 강제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영산대 김병태> 유의할 부분은 이사 선임의 수와 소수 주주의 비율이다. 이는 집중투표제를 달리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이고 획일적인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는 문제가 있다. 또 중요한 부분은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더라도 회사가 이를 피해갈 수 있는 편법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회에 시차임기제를 적용하면 이 이사를 1인을 선임하게 될 것이고 이때는 집중투표의 2인 이상이라는 요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집중투표제의 의무화에서도 분명히 회사는 그 의무화의 효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편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대변자로 누가 선정될 것인가.
숭실대 전삼현> 만약 이것이 강제되는 경우 대립각을 세우는 이사가 들어가 그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경우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그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할 것인가의 추가적인 입법논의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항상 지배주주의 남용을 이야기하지만 소수주주는 남용의 위험성에 대해 잊기 쉽다. 집중투표제라는 제도를 강화하고 강제했을 때 소수 주주권의 남용, 회사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펀드 수익률, 단기 주가 등에 몰입될 수 있는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고려하며 제도화의 강제는 유보해야 한다.
한국외대 최완진>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알고 있는가.
숭실대 전삼현> 집중투표제를 남용화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SK다. 다른 나라의 경우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제를 통한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법으로 반강제를 했다. 그 당시 법 시행 전 미처 주주들이 모여 주총을 통해 해제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현재 집중투표제라는 전면적이고 외부적인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은 SK다. SK는 소버린이 16%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2대 주주였다. 그런데 소버린이 그 당시에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했다. 어찌보면 시민단체와 연대해 회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동의 대상이 됐다. 그 당시 경영권이 안정되지 않다 보니 SK가 당시 특별한 신사업에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최근 2005년에 소버린이 계속 경영을 하면서 주가를 올린 후 1조 원의 차익을 내고 매각했다. 그 이후 SK가 경영 안정을 찾은 것이다.
한국외대 최완진>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 일본, 러시아, 대만 등 여러 국가가 있다. 그러나 강행법규로 채택한 국가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3개 국에 불과하다. 미국은 아리조나주 등 5개 주만 강행규정으로 되어 있고 일본은 주주 간 파벌싸움으로 회사 경영상 혼란만 제기된다는 문제가 있어 집중투표를 배제한 경우에는 아예 이 제도를 청구할 수 없도록 상법을 개정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건국대 권종호> 소수 주주를 대표하는 자가 집중투표제도를 통해 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가 소수를 구성하고 있는 한 이사회 다수결에 의해 다수의 의견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집중투표제도의 도입을 기업 실무에서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다 보니 그 타협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감사위원의 선임에 있어 집중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숭실대 전삼현> 상당히 합리적인 안이다. 다만 대립관계에 있는 이사가 감사위원회가 되어야만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회사에 대한 감독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치다. 현행 제도만으로도 충분하게 감사위원회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전자투표제도는 주주총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소수 주주, 또는 비지배주주가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배주주의 일반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면서 소수 주주들의 참여방법을 확대해주는 매우 유용한 제도다. 현재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회사들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자투표제도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며 입법화될 경우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영산대 김병태>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도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시행됐다. 주주는 본인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겠지만 대리인을 통하거나 서면투표방법에 의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간편한 방법인 전자투표제도는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현행법상 전자투표제도는 회사 자율로 선택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회사의 수는 40개 사에 불과하다. 그마저 대부분이 페이퍼컴퍼니인 선박투표회사다. 작년 상반기 상장회사 중 단 한 곳, 그것도 중국투자기업이 있었고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은 전무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전자투표제도 자체를 의무화하자는 상법개정안 움직임이 있는 것이고 이대로 간다면 일정한 기준의 상장회사는 전자투표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의무화라는 방법이 과연 바람직할지는 찬반 양론이 극하게 대립되어 있다.
전자투표제도는 물론 주총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특히 소액주주가 인터넷 등을 통해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 특별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주총이 특정일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 다수의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제도다. 그런데 이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하자는 주장들은 기본적으로 소액 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도모하고 그에 따라 지배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며 궁극적으로 주주총회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해 이를 의무화하자는 방법과 수단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기업 민주주의에 반한다. 강제적이라는 규제수단이 기업의 자율과 민주주의의 질서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동안 주총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기업이 외면한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주가 회사의 경영에 무관심하거나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앞으로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도를 더욱더 잘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영산대 김병태> 섀도보팅이란 주권 발행회사가 요청하는 경우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예탁된 주식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제도로 지난 91년 12월에 처음 도입됐다. 실제 이 섀도보팅 제도가 개별적인 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투표 결과가 일어나기도 하고 주주총회를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장애가 된다는 문제점이 지금까지 계속 지적됐다.
그 문제를 푸는 것이 바로 이 전자투표제도다. 섀도보팅 폐지는 어차피 전자투표제를 활성화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며 이 부분이 분명히 기대되기 때문에 이와 병행해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하는 것까지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의무화는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
건국대 권종호>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주주가 서면투표 등 위임장권유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대주주든 소수주주든 다 포함하고 있다. 그 후 전자투표 여부는 회사가 선택적으로 하도록 한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면투표든 위임장권유든 이사회에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투표까지 이사회에서 선택하도록 하면 소수주주는 실질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위임장권유제도와 서면투표제도에 손을 대지 않고 입법을 한다면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을 강제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는 입법이다.
영산대 김병태> 원하는 주주는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는 굉장히 공감한다. 이번 상법개정안의 법안 내용으로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상법상 인정되고 있는 소수 주주권의 형식처럼 아예 주주에게 전자투표 청구권을 인정하는 별도의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볼 수 있다.
숭실대 전삼현> 1900년대 후반에 전자서명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여전히 아직 우리는 인감증명을 떼고 인감도장을 찍고 있다. 그 이야기는 여전히 전자시스템상 전자서명법을 시행하기에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주주가 몇 명 안 되고 수백 명에 불과하며 국내에만 주주가 있는 경우 주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서 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 수십만 명, 수만 명에 달하는 주주를 가진 기업들에게 의무적으로 전자투표를 실시하라고 하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 전자서명제도가 완벽하게 시행되고 나면 그때는 아마 전자선거, 전자투표도 우리에게 믿을 만하게 정착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한국외대 최완진>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기에 앞으로 새로 도입될 회사법 개정 방안의 기본적인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
건국대 권종호> 2011년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할 때 실무에서는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오너의 경영권 상실로 받아들였다. 이와 같은 실무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회사의 선택제로 하고 이사와 집행임원의 겸임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상법개정안이 기업 실무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실무에서의 우려를 불식하는 입법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기업공개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게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물론 소수주주를 보호하고 이사회의 감독을 강화하는 이법 상법개정의 큰 취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한편 경영권이라는 것이 과연 규제의 대상만일까. 그 경영권의 남용에 대한 규제를 이미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라는 흐름 속 공정거래법에서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까지 강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조금 더 기능적, 효율적으로 보면서 경영권의 안정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상법개정이 필요하다.
숭실대 전삼현> 기업의 경쟁력이란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틈새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는데 너무 법으로 통제를 하다 보면 창의적 경영, 창조 경제, 기업 경쟁력 강화와 반대된다. 이번 상법을 개정할 때 사적 자치를 통제하기 보다 사적 자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입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산대 김병태> 다양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전자투표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는 전혀 이의가 없고 오히려 찬성한다. 다만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의무화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오히려 회사의 자율로 맡겨 그 채택 여부를 회사가 스스로 결정해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더욱이 2015년부터 새도보팅이 폐지되기 때문에 전자투표제도의 채택 분위기가 더욱더 조성되고 있는 이 마당에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외대 최완진> 상법은 결코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기업활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해줌으로써 국가의 균형발전을 이루도록 하는 것에 주 목적이 있다. 획일화된 형태로 회사법을 강제 시행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 맞는 해답이 될 수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기업들도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의견만 제시하기 보다 상호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수주주의 권리만 보호하는 것은 결코 경제민주화가 아니다. 모든 주주를 보호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정부당국에 부탁한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집행임원제와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 논의하겠다. 집행임원제도는 회사의 경영감독기능과 업무집행기능을 분리하게 하여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제도다. 현재 자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를 법으로 의무화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이며 이 제도를 도입할 시 기업경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건국대 권종호> 전통적인 회사에서는 업무 집행은 대표이사, 업무 집행에 대한 감독과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행하고 있다. 문제는 업무집행에 대한 감독기관인 이사회가 업무 집행을 행하고 있는 이사와 대표이사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이사가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행한 업무집행에 대해 감독을 하는 자기감독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같은 감독상의 문제와 업무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2011년 상법개정을 통해 도입된 집행임원제도다.
그런데 2011년에 도입된 집행임원제도는 회사가 원할 경우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선택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2011년 집행임원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집행임원제도를 기업실무에서 채택하고 있는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의 경우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반드시 집행임원제도를 선임하도록 하는 의무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현행 상법에 의하면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야만 하는 회사는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특징은 이사회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된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대규모 상장회사에 의무화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경영자인 집행임원을 선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이 점에서 최근 재계와 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집행임원제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분리형으로 경영지배구조를 획일하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보통 기업들의 경우 어떤 요소들의 영향을 통해 경영지배구조가 결정되고 그것이 획일화될 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가.
건국대 권종호> 이번 개정안은 이와 같은 기업환경적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업 규모가 자산을 기준으로 2조 원이 넘는 회사의 경우 특정의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외대 최완진> 새로 도입하는 집행임원제도는 결국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의 확보를 위한 것인데 그것이 도리어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부 의견을 보면 집행임원제는 그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된다면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건국대 권종호> 현행 이사제도가 업무집행기능과 감독기능이 한 기관에 집중된 것으로부터 분리해 업무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것이 집행임원제도 도입 취지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집행임원제도는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금융기관의 경우 회사의 지분적 이익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대표이사가 경영자를 선임함으로써 생기는 권력집중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이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에서 대표이사가 권력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로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집행임원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숭실대 전삼현> 집행임원제도는 결국 감독은 하지만 이사회 사람들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집행임원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이사회와 집행임원 간 동질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을 대상으로 집행임원제도를 강제화하겠다는 것은 감독이사회의 책임을 집행임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 집행임원제도의 의무화는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사회와 집행임원 간 갈등구조를 유발하게 된다. 그러므로 경영효율성이 떨어지며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건국대 권종호>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면 이사가 집행임원이 되어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가 우려된다. 그러나 현행 상법을 봤을 때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면 이사회는 오로지 감독기관의 역할을 하게 되고 집행임원은 이사회 책임에 대한 규정이 준용된다. 역할이 나누어지기 때문에 이사가 자신의 책임을 집행임원에게 전가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있으나 법률적으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강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결국 상무, 전무 등이 이사는 아니지만 집행에 직접 관여를 하고 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의 사각지대에서 빠지는 사람들을 집행임원이라는 제도 속, 울타리 안에 끌어들여 책임을 묻게 한다는 성격으로 집행임원제도를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그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의 몇 백명 가까이 되는 임원을 집행임원이라는 울타리 속에 제도화시켜 책임을 묻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다.
건국대 권종호> 집행임원제도의 입법 취지에 대해 알아보자.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사회가 비대해지니 업무집행에 대한 의사결정이 굉장히 느려진다. 그래서 업무집행에 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기동적으로 하기 위해 집행임원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주장이다. 500명 되는 사람을 전부 집행임원으로 선임하면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이 기동적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500명 중 일부만 집행임원으로 선임하면 나머지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집행임원제도는 규제를 위해 도입된 제도는 아니다. 그와 같은 취지로 2011년에 도입된 제도가 바로 선택제다. 집행임원제도를 규제를 위한 제도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 입법내용이나 입법취지를 봤을 때 부당하다.
한국외대 최완진> 우리나라 기업은 가족기업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가 집행임원제도의 시행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건국대 권종호> 9988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9988이란 우리나라 회사의 99%가 주식회사고 주식회사의 88%가 중소기업이라는 의미다. 이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가족회사다. 가족회사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유와 경영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재벌의 경우에도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택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소유구조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가족기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지배구조에 관한 입법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외대 최완진> 집행임원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산대 김병태> 경제민주화 법안에는 집행임원제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왜 등장했는지 의문이다. 집행임원제는 경영효율을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제도다. 현재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이사 총수 과반수 이상이 사외이사로 구성되어야 한다.
만약 회사의 개별 사정을 무시하고 집행임원제가 의무화된다면 기업경영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비상근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중심이 될 것이고 이들이 정책결정을 하며 집행임원의 업무집행을 감독하게 된다. 이는 기업경영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의무와 취지와 달리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져야 하고 기업경쟁력 역시 저하시키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새 상법이 시행된 지 1년 3개월 정도 된 시점에서 왜 갑자기 이를 강제화하려는가.
건국대 권종호> 일본에서 집행임원제도가 도입된 직후 소니의 임원과 도요타자동차의 임원과 함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소니는 집행임원제도를 축으로 하는 위원회 설치회사라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고 도요타는 전통적인 이사회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소니의 경우 여러 가지 지배구조 정책을 폈고 그 결과 소니는 굉장히 추락을 하고 있다. 소니가 추락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배구조의 실패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도요타와 소니의 경우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자.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집행임원제도와 전통적인 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 한 회사는 집행임원제도를 선택했으며 한 회사는 전통적인 제도를 선택했다. 그 결과 시장에 있어 지배구조를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로 보다 좋은 제도를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지배구조의 선택을 잘못하면 기업의 흥망을 가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와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 대해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하면 비록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 국한되지만 그 범주에 속하는 회사에 있어서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시장, 기업 간 경쟁은 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경영자의 역량을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편법적인 제도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신중해야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누구도 강요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설은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강요를 한 것 자체를 문제로 삼는다면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고 국제 경쟁을 고려했을 때 현재와 같이 선택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외대 최완진> 최근 복합금융그룹체제가 확산됨에 따라 지배회사 이사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종속회사 이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지배회사의 소수 주주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종속회사의 부정행위로 손해를 입은 지배회사 주주가 종속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법으로 의무화되면 금융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획일적으로 이 법안이 적용될 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다중대표소송, 혹은 이중대표소송이란 종속회사의 이사가 나쁜 짓을 했는데 그것을 종속회사의 주주들이 그 회사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지배회사의 소수 주주들이 종속회사의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인격을 건너뛰어 책임을 묻는 제도로 어떻게 보면 희한한 제도다. 상법에서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다른 주제와 달리 이번 다중대표소송은 재벌이라는 기업 집단을 염두에 두고 논의가 되는, 경제민주화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제도다.
이는 2006년 시민단체로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재벌에서 오너가 마치 그 계열사들을 자기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면서 이익을 빼돌렸다. 이러한 오너의 사익추구행위가 문제되면서부터 그 오너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의 주주들이 법인격을 건너뛴 다른 회사에서 책임을 물어야 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다중대표소송이다.
문제는 다중대표소송이 책임을 묻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보이나 그 개념에서 보듯 자기 회사의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 종속회사의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인격을 뚫고 지나가는 제도다.
주식회사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제도인 법인격이라는 부분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책임을 묻는 제도로 책임을 묻는다는 쪽에 방점을 두면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법인격을 뚫고 지나 법인격을 형해화시키는 정도의 제도라면 과연 이 제도가 바람직한가의 또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책임을 묻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법인격이라는 회사법상 근본, 이론, 체계도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과연 양자의 관계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다.
이런 다중대표소송에 대해 다른 회사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격을 무시하는 제도라고 언급하면 대다수는 이렇게 생각한다. 문제를 야기한 오너가 계열사들의 법인격을 무시하면서 마치 그것이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먼저 불공정거래행위나 부당행위를 하면서 사익추구행위를 했고, 그런 오너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법인격을 무시하면서 소송을 거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오너가 계열사의 법인격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기업집단 전체를 자신의 사적인 회사로 생각하고 재산을 빼돌리고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사익을 추구해 그것이 판례가 인정하는 법인격부인의 법리에 의해 법인격이 완전히 무시될 정도였다면 그에 따른 이중대표소송은 인정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먼저 법인격을 완전히 무시한 사람은 오너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게 한 수단인 다중대표소송이 법인격을 무시하는 속성이 있더라도 그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상법 개정시한에서 나오는 다중대표소송은 법인격이 부인될 정도에 이르는 경우에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자회사관계,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소송을 걸게끔 하기 때문에 상당히 남용의 위험이 크다.
숭실대 전삼현> 근본적으로 대표소송 자체가 양날의 칼이라고 본다. 소수 주주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대표소송이 남용되면 결국 기업의 매출 감소나 자금조달의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현재 입법안에 나와 있는 다중대표소송의 허용 범위를 보면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50% 이상만 소유하면 모회사 소액주주들이 자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자회사의 소액주주들은 원하지 않는데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소송을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자회사의 주주보호 차원에서 대표소송을 케이스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입법적으로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이 자회사 임원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데 이 경우 피해자는 자회사의 소액주주가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자회사 이익보호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 정말로 이런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으면 도저히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판례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 마치 이것을 우리나라 현행법, 상법시한처럼 입법화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영산대 김병태> 우리 상법상 법인격의 내용을 부인하는 법인격부인이론도 판례로 인정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고 현행법상 모든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을 때 최후의 보루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요건도 엄격하다. 실제 인정되는 경우도 아주 예외적이다.
이와 동등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상법상 도입한다는 것은 비록 기업 오너의 사익추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라는 장점은 있지만 법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된다면 아주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규제되어야 한다. 적어도 법인격부인이론에 해당하는 정도의 상황이나 여건이 이루어지는 경우로 국한해야 할 것이며 굉장히 제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도입 자체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외대 최완진>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오너의 사익추구행위를 실질적으로 잘 규제하는데 있어 실효성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이번에 들어온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계열사 간 거래규제는 경쟁을 훼손하는 조건을 떼고 회사법처럼 순수하게 오너가 사적인 이익을 취득하는 부분에서까지 경쟁법인 공법이 들어와 통제를 하게끔 만들었다.
만약 기존의 공정거래법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중대표소송이 들어와야 한다는 논리가 맞다면 공정거래법이 이미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오너의 사익추구행위, 계열사 간 거래 통제 제도를 6월에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기존에 있었던 이중대표소송 도입 논거는 많이 희석화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6월에 들어온 제도가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더 지켜본 후 그때 다중대표소송을 다시 논의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건국대 권종호> 다중대표소송제도의 현실적인 문제는 임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직접 피해를 입은 해당 회사의 주주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해당 임원을 제소할 수 있다는 점에 제도의 특징과 문제가 동시에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도의 실익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본다.
예컨대 100% 자회사나 모회사와 자회사가 손자회사 주식을 100%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이 실질적으로 모회사의 자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거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자가 없는 경우에는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것의 실익이 매우 크다고 본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미국에서 다중대표소송논의가 제기되고 그런 것이 발전한 것도 구체적인 케이스별로 보면서 그것이 누적되고 판례가 집적되고 논리가 개발되어 발생한 것이 다중대표소송의 법리다. 이를 입법화하는 것보다 그나마 지금의 완전모회사 등의 상황에 있어서는 법인격이 부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판례법으로 인정하면서 차츰 이론을 정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외대 최완진> 최근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끌어올리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 바 있다. 결국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확립이다. 이번에 경제민주화의 확립과 관련해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집중투표제도와 전자투표제도다. 과연 이러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도가 도입될시 우리 기업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숭실대 전삼현> 원칙은 모든 회사가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3분의 2 이상 주주들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며 정부안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는 조항이 들어가면 그 회사는 실행하지 않는다. 그런데 1997년 상법을 개정하고 나서 시행 전 우리나라 상장사의 대부분 회사인 92%의 회사 주주가 모여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현재 92%의 주식회사는 집중투표제를 하지 않겠다고 해 정부안에 배제했다. 그런데 지금 법무부에서는 그것이 안 된다는 것이다. 주주들이 이미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강제로 하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집중투표제의 가장 큰 문제는 경영진 간 갈등구조를 유발할 수 있다. 최대 주주와 2, 3대 주주 간 서로 원하는 사람들이 이사회에 구성되어 의사결정을 할 때 의견이 계속 불일치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회사 경영이란 논의하는 과정은 충분히 있어야 되지만 결정은 신속해야 되는데 자칫하면 이사회에서의 결정이 지연됨으로 인해 오히려 신속한 의사설정이 되지 않고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결국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꼭 법으로 강제해야 할까. 물론 합작법인의 경우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견제와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집중투표제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50%+1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도 없는 회사의 경우 많은 주주들이 이미 최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중투표제를 강제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영산대 김병태> 유의할 부분은 이사 선임의 수와 소수 주주의 비율이다. 이는 집중투표제를 달리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이고 획일적인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는 문제가 있다. 또 중요한 부분은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더라도 회사가 이를 피해갈 수 있는 편법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회에 시차임기제를 적용하면 이 이사를 1인을 선임하게 될 것이고 이때는 집중투표의 2인 이상이라는 요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집중투표제의 의무화에서도 분명히 회사는 그 의무화의 효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편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대변자로 누가 선정될 것인가.
숭실대 전삼현> 만약 이것이 강제되는 경우 대립각을 세우는 이사가 들어가 그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경우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그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할 것인가의 추가적인 입법논의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항상 지배주주의 남용을 이야기하지만 소수주주는 남용의 위험성에 대해 잊기 쉽다. 집중투표제라는 제도를 강화하고 강제했을 때 소수 주주권의 남용, 회사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펀드 수익률, 단기 주가 등에 몰입될 수 있는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고려하며 제도화의 강제는 유보해야 한다.
한국외대 최완진>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알고 있는가.
숭실대 전삼현> 집중투표제를 남용화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SK다. 다른 나라의 경우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제를 통한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법으로 반강제를 했다. 그 당시 법 시행 전 미처 주주들이 모여 주총을 통해 해제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현재 집중투표제라는 전면적이고 외부적인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은 SK다. SK는 소버린이 16% 이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2대 주주였다. 그런데 소버린이 그 당시에 시민단체들과 연대를 했다. 어찌보면 시민단체와 연대해 회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동의 대상이 됐다. 그 당시 경영권이 안정되지 않다 보니 SK가 당시 특별한 신사업에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최근 2005년에 소버린이 계속 경영을 하면서 주가를 올린 후 1조 원의 차익을 내고 매각했다. 그 이후 SK가 경영 안정을 찾은 것이다.
한국외대 최완진>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 일본, 러시아, 대만 등 여러 국가가 있다. 그러나 강행법규로 채택한 국가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3개 국에 불과하다. 미국은 아리조나주 등 5개 주만 강행규정으로 되어 있고 일본은 주주 간 파벌싸움으로 회사 경영상 혼란만 제기된다는 문제가 있어 집중투표를 배제한 경우에는 아예 이 제도를 청구할 수 없도록 상법을 개정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건국대 권종호> 소수 주주를 대표하는 자가 집중투표제도를 통해 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가 소수를 구성하고 있는 한 이사회 다수결에 의해 다수의 의견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집중투표제도의 도입을 기업 실무에서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다 보니 그 타협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감사위원의 선임에 있어 집중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숭실대 전삼현> 상당히 합리적인 안이다. 다만 대립관계에 있는 이사가 감사위원회가 되어야만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회사에 대한 감독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치다. 현행 제도만으로도 충분하게 감사위원회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전자투표제도는 주주총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소수 주주, 또는 비지배주주가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배주주의 일반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면서 소수 주주들의 참여방법을 확대해주는 매우 유용한 제도다. 현재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회사들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자투표제도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며 입법화될 경우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영산대 김병태>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도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시행됐다. 주주는 본인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겠지만 대리인을 통하거나 서면투표방법에 의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간편한 방법인 전자투표제도는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현행법상 전자투표제도는 회사 자율로 선택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투표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회사의 수는 40개 사에 불과하다. 그마저 대부분이 페이퍼컴퍼니인 선박투표회사다. 작년 상반기 상장회사 중 단 한 곳, 그것도 중국투자기업이 있었고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은 전무한 상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전자투표제도 자체를 의무화하자는 상법개정안 움직임이 있는 것이고 이대로 간다면 일정한 기준의 상장회사는 전자투표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의무화라는 방법이 과연 바람직할지는 찬반 양론이 극하게 대립되어 있다.
전자투표제도는 물론 주총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 특히 소액주주가 인터넷 등을 통해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고 우리나라에 특별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주총이 특정일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 다수의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제도다. 그런데 이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하자는 주장들은 기본적으로 소액 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도모하고 그에 따라 지배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며 궁극적으로 주주총회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해 이를 의무화하자는 방법과 수단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기업 민주주의에 반한다. 강제적이라는 규제수단이 기업의 자율과 민주주의의 질서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동안 주총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기업이 외면한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주가 회사의 경영에 무관심하거나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외대 최완진> 앞으로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도를 더욱더 잘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영산대 김병태> 섀도보팅이란 주권 발행회사가 요청하는 경우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예탁된 주식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제도로 지난 91년 12월에 처음 도입됐다. 실제 이 섀도보팅 제도가 개별적인 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투표 결과가 일어나기도 하고 주주총회를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장애가 된다는 문제점이 지금까지 계속 지적됐다.
그 문제를 푸는 것이 바로 이 전자투표제도다. 섀도보팅 폐지는 어차피 전자투표제를 활성화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며 이 부분이 분명히 기대되기 때문에 이와 병행해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하는 것까지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의무화는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
건국대 권종호>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주주가 서면투표 등 위임장권유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대주주든 소수주주든 다 포함하고 있다. 그 후 전자투표 여부는 회사가 선택적으로 하도록 한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면투표든 위임장권유든 이사회에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투표까지 이사회에서 선택하도록 하면 소수주주는 실질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위임장권유제도와 서면투표제도에 손을 대지 않고 입법을 한다면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을 강제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는 입법이다.
영산대 김병태> 원하는 주주는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는 굉장히 공감한다. 이번 상법개정안의 법안 내용으로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상법상 인정되고 있는 소수 주주권의 형식처럼 아예 주주에게 전자투표 청구권을 인정하는 별도의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볼 수 있다.
숭실대 전삼현> 1900년대 후반에 전자서명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여전히 아직 우리는 인감증명을 떼고 인감도장을 찍고 있다. 그 이야기는 여전히 전자시스템상 전자서명법을 시행하기에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주주가 몇 명 안 되고 수백 명에 불과하며 국내에만 주주가 있는 경우 주주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서 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 수십만 명, 수만 명에 달하는 주주를 가진 기업들에게 의무적으로 전자투표를 실시하라고 하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 전자서명제도가 완벽하게 시행되고 나면 그때는 아마 전자선거, 전자투표도 우리에게 믿을 만하게 정착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한국외대 최완진>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기에 앞으로 새로 도입될 회사법 개정 방안의 기본적인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
건국대 권종호> 2011년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할 때 실무에서는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오너의 경영권 상실로 받아들였다. 이와 같은 실무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을 회사의 선택제로 하고 이사와 집행임원의 겸임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상법개정안이 기업 실무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실무에서의 우려를 불식하는 입법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신석훈> 기업공개를 하더라도 너무 지나치게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물론 소수주주를 보호하고 이사회의 감독을 강화하는 이법 상법개정의 큰 취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한편 경영권이라는 것이 과연 규제의 대상만일까. 그 경영권의 남용에 대한 규제를 이미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라는 흐름 속 공정거래법에서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까지 강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조금 더 기능적, 효율적으로 보면서 경영권의 안정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상법개정이 필요하다.
숭실대 전삼현> 기업의 경쟁력이란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틈새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는데 너무 법으로 통제를 하다 보면 창의적 경영, 창조 경제, 기업 경쟁력 강화와 반대된다. 이번 상법을 개정할 때 사적 자치를 통제하기 보다 사적 자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입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산대 김병태> 다양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전자투표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는 전혀 이의가 없고 오히려 찬성한다. 다만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의무화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오히려 회사의 자율로 맡겨 그 채택 여부를 회사가 스스로 결정해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더욱이 2015년부터 새도보팅이 폐지되기 때문에 전자투표제도의 채택 분위기가 더욱더 조성되고 있는 이 마당에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외대 최완진> 상법은 결코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기업활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해줌으로써 국가의 균형발전을 이루도록 하는 것에 주 목적이 있다. 획일화된 형태로 회사법을 강제 시행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 맞는 해답이 될 수 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기업들도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의견만 제시하기 보다 상호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수주주의 권리만 보호하는 것은 결코 경제민주화가 아니다. 모든 주주를 보호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정부당국에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