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三風’에 흔들리는 재계

박병연 부장 (부국장)

입력 2013-07-22 17:14  

<앵커>

새 정부들어 국세청과 검찰 등 사정당국은 물론 입법기구인 국회까지 나서 대기업에 대한 사정을 강화하고 있는 데요. 세풍과 검풍에 이어 법풍까지 이른바 삼풍이 휘몰아치면서 우리 경제가 붕괴 직전에 놓였습니다. 박병연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기업에 대한 사정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새 정부들어 대기업에 대한 정책기조가 180도 바뀐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합니다.

낙수효과는 그릇에 물이차면 결국 흘러넘치듯 대기업들이 돈을 잘 벌면 이 돈이 중소기업과 서민, 나아가 정부로 흘러들어와 모두가 잘 살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과거 5년간의 실험결과 대기업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돈은 아래로 흐르지 않았고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새 정부가 주요 정책과제로 경제민주화를 천명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릇에서 물이 흘러넘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릇에 구멍을 뚫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게 하겠다는 게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입니다.

대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다 보니 대기업에 대한 각종 정책도 바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대폭 확대됐다는 점입니다.

삼성과 LG, SK, 한화, 효성, CJ, OCI, 롯데 등이 세무조사를 받았고,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으로 지목된 수 많은 기업들이 증여세를 물게 됐습니다.

게다가 다음달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에는 그동안 대기업에게 주어졌던 각종 공제, 감면제도를 일몰 도래와 함께 폐지한다는 내용(사실상 증세)이 담길 예정이어서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전화인터뷰> 재계 고위 관계자
"기업들은 조세감면 공제제도를 감안해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조세감면 제도를 대폭 축소한다면 그 감소분만큼 투자가 줄어들 뿐만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기업 사주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전과는 달리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띱니다. 단순히 정권 초기 반복됐던 기업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새 정부들어 SK와 한화, 태광, CJ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 기소됐고, 하반기에도 그룹 총수 서너 명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궜던 경제민주화 입법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늘리겠다는 기세인데다, 법무부는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전삼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특히 50% + 1주가 안되는 상장 대기업 중 집중투표제 시행을 배제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는 엄청난 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신봉했던 낙수효과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새 정부의 대기업 정책.

그릇이 넘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릇에 구멍을 뚫다가 자칫 그릇이 깨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입니다.

한국경제TV 박병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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