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믿고보는 하정우, 김병우의 상관관계(더테러라이브)

입력 2013-07-23 17:57   수정 2013-07-23 19:31

“단독샷만 나와서 지루해 하시지는 않을까, 중반부가 지났을 때 그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도대체 하정우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왜 그런 쓸모없는 일로 고민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하정우 단독 주연 영화 ‘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 씨네2000 제작). 베일을 벗고 나니 ‘믿고 보는 하정우’라는 말이 더욱 실감이 난다. 그야말로 하정우의 디테일이 살아 숨 쉰다. 감독계에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 있다면 배우계에는 하테일이 있다.

이 작품은 평화로운 일상의 공간인 한강 마포대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된다는 현실적 공포와 재난 사태를 뉴스 생중계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를 드라이빙으로 비유했을 때 주차장에서 차가 나가 다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라면 ‘더 테러 라이브’는 시작부터 고속도로를 끝없이 질주하다 정면충돌을 하는 느낌이다. 김병우 감독의 비유가 참으로 적절하고 절묘하다.

연쇄 살인범, 스키점프 국가대표, 조직 보스, 연애초보 소설가, 비밀요원, 그리고 국민 앵커 윤영화. 넥타이를 고쳐 맨 뒤 안경을 쓰고 세차게 물을 마신 뒤 카메라를 응시하는 하정우의 모습은 그야말로 흥미진진. 조근 거리는 낮은 목소리, 설득력 있는 말투, 살아 움직이는 얼굴 근육, 계산된 듯 돌아가는 눈동자 까지. 그리고 생활 속에서 생긴 피부 트러블까지 연기로 승화시켜버린 하정우의 모습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가장 힘든 점은 피부 트러블이었어요.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거슬렸어요. 편집 본을 보고 모니터를 봤는데 티가 확 나는 거죠. 그런데 김병우 감독님이 ‘자연스러운 피부 트러블의 표현이 아닌가. 윤영화가 속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용기를 얻어 피부과를 찾지 않고 방치했죠. 자세히 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피부 트러블이 심해져요.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어 ‘주사를 한 대 맞아야 되나’ 생각했어요. 그러나 피부 트러블 또한 영화에 자신 있게 내보내게 됐죠.”



서울 한 가운데에 있는 마포대교가 폭발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 금융 정치 언론 등 국가의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 집결돼 있는 곳이라 효과는 배가 된다. 사실감과 현장감을 최우선으로 전달하기 위해 수차례의 폭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쳤고 이는 생생하게 다가왔다. 일상의 공간이 테러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지금 자신의 사무실 혹은 집 창문 밖에 보이는 다리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상상, 아마 한 번 쯤은 해보지 않았던가?

첫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김병우와 하정우의 만남. 윤종빈 나홍진 감독의 첫 작품을 같이 했던 하정우의 매직이 아마 김병우에게도 통할 조짐이다. 개성 있는 스타일과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새로운 장을 연 김병우. “주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관객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포괄적으로 시스템의 문제를 전달했다는 김병우의 말에 믿음이 간다.

내달 1일 개봉될 ‘더 테러 라이브’는 제작비 400억 원의 ‘설국열차’와 맞붙게 됐다. 영화 팬들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 여기에 투입한 많은 배우들까지. 어쩌면 ‘더 테러 라이브’는 도전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 아니겠는가. 이는 하정우에게 흥행이라는 질문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골 때리는 질문에 하정우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설국열차’와 같은 날 개봉한다는 건 참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모두가 다 보람된 결과를 얻었으면 참 좋겠어요. 흥행이요? 그 부분은 제가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재미로 보는 기자 생각
관객은 영화의 시작에 집중하고 끝 부분에서 늘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잠시 이 생각을 잊고 끝까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생각의 끝과 영화의 끝이 일치할 때, 그리고 그 끝이 허무하지 않을 때 비로소 관객은 통쾌함을 느낀다. 그야말로 심장을 찌른다. 그렇다고 해서 결말을 보기 위해 97분 동안 스크린을 노려보지는 말라. 소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거침없는 사회 풍자는 시원하다. 여기에 하정우와 김병우의 조합, 소소한 디테일도 기다리고 있으니 더할 나위 있으랴.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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