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포커스] 지브리박물관 가봤더니... 어른도 '좋아요'

입력 2013-07-28 11:36  

일본 도쿄도 미타카시 이노카시라 공원 내에 위치한 지브리 박물관(Ghibli Museum). 2011년 개관된 지브리 박물관은 JR 츄오(中央)센 미타카(三鷹)역 남쪽출구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걷기 싫다면 왕복 300엔의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영화 ‘이웃집 토토로’ 속 토토로가 그려진 표지판이 미소를, 고양이 버스가 더욱 즐거움을 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세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지브리 박물관은 도쿄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쉽게 갈 수 없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브리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지브리 박물관의 티켓은 대한여행사(KTB)와 로손(Lawson)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대신, 로손의 자판기 로피(Loppi)에서는 일본어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준비 없이 무작정 찾아간다면? 다음 일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지브리 박물관 앞에 서면 탄성부터 흘러나온다. 오직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지브리 미술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숲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노랗고 아담한 건물, 유리관 안에 들어있는 토토로는 포토타임 단골 코스. 옥상에서는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거대한 로봇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약 6m 정도의 로봇 역시 지브리 미술관을 찾는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웃집 토토로’ 속 우물가, 메이와 사츠키가 열심히 퍼 나르던 물 양동이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브리 박물관의 출구로 들어가서 입장 교환권을 제시하면 티켓을 받을 수 있다. 티켓은 영화 촬영에 사용된 35mm 필름으로 랜덤으로 지급된다. 티켓을 받고 난 후 이들의 모습은 한결같다. 다들 고개를 젖히고 필름을 하늘 위로. 그리고 영화 이름을 언급하게 된다. 이 궁금증은 지브리 박물관 안에서도 해소할 수 있다. 필름을 꽂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기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 하지만 그 곳 까지 가기 전에 미리 자신이 갖고 있는 필름의 제목을 확인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원추형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업실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연해 놓아 웃음을 준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업을 할 때 쓴 몽당연필도, 땅콩 부스러기도, 직접 그리던 스토리보드도 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를 감상할 수 있으며 신작 ‘바람이 분다’에 사용된 비행기의 설계도도 숨어 있어 궁금증을 자극한다. 나카지마 키요부미 관장의 말처럼 지브리 미술관은 현실에서 느끼는 비일상적인 공간, 그래서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동요되는 요술의 기운이 서려있다.

지브리 미술관 안에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몇 몇 공간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고양이 버스다. 취재에 앞서 받은 유인물에 ‘고양이 버스에는 탑승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사실, 이 정체에 대해 궁금함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는 ‘이웃집 토토로’ 속 고양이 버스를 크게 만들어 토토로 대신 어린이들을 탑승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깨알같이 반겨주는 먼지 요정들의 모습도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고양이 버스는 12세 이하만 탑승이 가능하다. 고양이 버스를 본 뒤 반갑다며 뛰어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지브리 박물관 지하 1층에는 약 8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영상전시실 토성좌(土星座)가 있다. 이곳에서는 오직 지브리 미술관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입장권을 보여주면 토성좌로 들어가게 되는데 영화관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한 부분들이 있다. 보통 영화관은 어둡지만 이곳은 무척이나 밝다. 창문에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장식돼 있다. 아기자기한 모습들은 두 눈을 크게 뜨게 만든다.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극장 토성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제대로 만들어졌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보물찾기’라는 10분 가량의 단편. 나카가와 레이코와 오무라 유리코의 그림 동화를 원작으로 한 ‘보물찾기’는 유지라가 토끼 기쿠와 우연히 찾아낸 막대기의 주인을 가리기 위해 씨름과 달리기를 하고 결국 승부가 나질 않자 기쿠의 할머니를 찾아가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따뜻한 배려, 동심으로 돌아가는 따뜻한 한 편의 동화가 박수와 함께 웃음을 만들어 낸다.

현재 지브리 박물관 기념품 가게에는 ‘바람이 분다’가 메인 모델로 전시돼 있다. 20일 일본에서 개봉된 이 작품은 폭발적인 관심을 얻으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20년대 가난, 병, 불경기, 대지진 등으로 살아가기 힘든 일본을 시대적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비행기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호리코시 지로는 가미가제 폭격기로 알려진 전투기 제로센을 만든 인물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9월 개봉될 예정이다.(사진=대원미디어)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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