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경고로 본 차기 금융위기 어디서 발생할 것인가?

입력 2013-07-29 09:36   수정 2013-07-29 10:08

최근 크리스틴 리가르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차기 위기 경고로 각종 위기설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모기지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 JP 모건 등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봐 리가르도 총재의 위기 경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차기 금융위기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6년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이후 금융시장 구성원과 금융상품, 금융감독 등에서 발생하게 될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화제가 됐던 ‘JP모건 보고서’의 내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보고서의 핵심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금융위기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탐욕과 공포의 줄 달리기에서 탐욕이 승리할 때 또 다른 버블이 형성되고, 공포가 탐욕을 누를 때 시장은 위기를 맞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다음 금융위기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하이먼-민스키 모델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도를 넘어 탐욕수준으로 변질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변하면서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돼 결국은 버블이 붕괴되면서 또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대표적으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1997년 10월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10월 서브 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 등과 같은 10년 주기설을 들 수 있다.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금융위기의 시장별 발생 패턴을 종합해 볼 때 차기 금융위기는 신흥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게 나온다. 최근 리가르도 총재의 신흥국발 차기 위기 경고가 설들력있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흥국에서 발생했던 마지막 위기는 1990년대 후반에 발생했던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로 10년이 넘으면서 신흥국은 공포의 기억이 잊혀져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6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선진국에서 발생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풀린 돈이 유입되면서 신흥국 자산가격은 과도하게 오르고 거품이 많이 끼었다. 또 선진국에서 위기가 발생한 관계로 선택대상이 적어 금과 선진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면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거품이 심하게 발생했다.


앞으로 출구전략이 추진돼 유동성이 회수될 경우 미국 금융사들은 자금부족에 따른 마진 콜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디레버리지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로 고객의 신뢰를 크게 저버린 경험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이 국면이 빨리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이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 10년 이상 동안 세계경제 중심축을 담당해 왔던 브릭스 경제가 최근 들어 녹록치 않음에 따라 ‘브릭스 추락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 6월 이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이 잇달아 내놓은 성장률을 보면 가장 잘 나갔던 때에 비해 절반 내외로 예상된다. 지금 전 세계인의 관심이 출구전략과 아베노믹스에 쏠려 있지만 21세기 들어 또 하나의 성장축을 담당했던 브릭스가 추락한다면 세계경제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


브릭스 중 선두격인 중국 경제는 실물경기 둔화,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세 가지 커다란 현안에 당면해 있다. 특히 감독권 범위에서 벗어난 모든 금융을 통칭하는 그림자 금융규모가 워낙 커 이러다간 ‘중국판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인 아닌가 하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당면한 그림자 금융을 제때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나선형 악순환 위기고리(spiral vicious circle)`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국제 금값의 추세적인 하락이 차기 ‘금융위기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강세국면을 펼쳐왔던 금을 비롯한 각종 신흥국 상품시장이 오래전부터 차기 금융위기 후보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정도 차가 있긴 하지만 상품시장은 각 섹터별로 가격상승이 빠른 ‘슈퍼 스파이크’, 가격상승국면이 오래 지속되는 ‘슈퍼 사이클’, 모든 상품 값이 오르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해 거품 형성기에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났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으나 미국 달러 가치 향방이 차기 금융위기 발생 여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처럼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회복될 경우 그 자체가 금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양적완화로 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에 유입됐던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올 경우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금값 폭락 사태 이전까지 원자재 시장의 강세행진이 신흥국 시장과 연결돼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 상품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의 대부분이 매수에 치중(long-only)하는 자금 또는 국내 예금이라는 점은 이 시장의 과열양상을 보여주는 증표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자국 중심의 세계경제질서인 ‘팍스 시니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부존자원 싹쓸이에 나서면서 금융위기 이후 주도권 확보에 위협을 느낀 다른 국가들도 이 전쟁에 뛰어들면서 차기 위기의 성격이 ‘상품위기’가 귀결되고, 그 시기도 10년 주기론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에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을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로 알아보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당장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게 나온다. 이 지표는 단기 통화방어능력, 중장기 위기방어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조달과 국내저축능력, 자본유출 가능성 등으로 특정국의 위기발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아직까지 이머징 마켓과 상품시장 등에 낀 버블이 극에 달한 상황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과거 주기적으로 위기가 발생할 당시처럼 금융시장 붕괴 직전 극에 달하는 시장 모멘텀과 차입비율이 관찰되지 않는 것도 당장 이머징 마켓과 상품시장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다.


하지만 정책적으로나 시장 면에서 신흥국발 위기설이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가르도 IMF 총재의 경고를 계기로 각종 위기설의 실제 발생여부를 검토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 놓을 때다. 특히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최근 들어 위기설이 잇달아 제기되는 그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하반기 이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는 우리 정책당국의 낙관적인 예상과 다른 환경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하반기 이후에도 그 어느 때보다 위험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투자자들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예기치 못하는 상황에서 닥치는 재산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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