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서 식사 중 국그릇에서 나온 정체 불명의 벌레(사진출처:직접촬영)
날도 무덥고 점심 약속도 없는 탓에 기자는 모처럼 홀로 느긋이 점심식사를 즐기고자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을 찾았습니다.
식권을 끊고 배식대 앞에 줄을 섰는데 아, 이런 쌀밥이 바닥났군요.
새로운 밥이 공수돼올 때까지 짧은 시간 기다립니다.
드디어 뜨거운 하얀 쌀밥이 공수돼 오고 배식판에 퍼 담습니다.
점심시간의 끝자락인 탓에 빈자리는 넘쳐나고, 멀리 가기도 귀찮고 해서 배식대 바로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오늘 따라 통 입밥맛이 없는 터라 국에다 밥을 말아넣고 두어 숟가락 뜹니다.
오랫맛에 맛보는 시래기국을 음미하며 두어 숟갈을 뜨던 저는 제 눈을 의심하고 맙니다.
뜨거운 불에 잘 익은 쌀나방 애벌레인 화랑곡나방 유충이 시래기국 위에 둥둥 떠다니는게 아닙니까?
쌀을 얼마나 많이도 먹었는지 토실토실 살까지 올라있습니다.
▲ 기자의 첫 번째 국그릇에서 나온 벌레와 동일한 쌀벌레 유충(사진출처:인터넷)
이걸 어떡할까.
순간 기자는 고민합니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집이 지방인 기자는 어렸을 때 집에서 해먹은 밥에서 이 녀석을 무척이나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 뭐 익히 봐오던 녀석이잖아. 대량으로 밥을 짓다보면 이런 녀석 하나 쯤은 나올 수 있겠지.`
기자는 배식대 앞에서 국을 떠주던 식당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새로운 국과 밥을 받아들고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상한 기분을 추스리고 있는 사이 얘기를 전해 들은 또 다른 직원이 달려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요. 저희가 죄송해서 도저히 식권을 받을 수 없네요."
이 직원은 식권 1장과 함께 요구르트 한 개를 내밉니다.
기자는 받을 수 없다며 실랑이 하던 끝에 직원의 사과를 받아주기로 합니다.
이렇게 해프닝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두어 숟갈 뜨던 기자는 다시 경악하고 맙니다.
새로 가져온 국과 밥에 또 다른 벌레가 덩그러니 누워 있는게 아닙니까?
이번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날개 달린 녀석입니다.
`이거 오늘 일진이 왜 이런 거지`
직원을 다시 불러 함께 확인 작업을 합니다.
틀림없는 날벌레입니다.
당황한 직원의 낯빛이 불그스레 달아오릅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기자는 일단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좀전에 건네준 쌀벌레 유충이 담긴 국그릇을 확보하기 위해 주방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국그릇은 있는데 벌레는 이미 건져내어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조리장에게 물었더니 건져서 버렸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조리 과정에서 벌레가 유입된건지, 아니면 식자재 유통 과정인지, 그것도 아니면 식자재 창고에서 유입된건지를 조사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의도는 애초에 없어 보였습니다.
상한 기분을 안고 기자실로 돌아온 기자는 째째하게(?) 이런 기사까지 써야 하나 무척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기자가 내린 결론은 기사를 내보내자는 거였습니다.
우선 가정집에선 밥이나 국에서 벌레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고 또 개선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수 천명이 한꺼번에 이용하는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선 결코 벌레가 나와서 안되고 또 원인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무더운 여름 전력난에 에어컨도 제대로 틀지 못하고 일하는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구내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줄을 주욱 늘어서서 순번을 기다려가며 먹어야 할 정도로 정부세종청사 구내청사에서 고객은 분명 `갑`이 아닌 `을`입니다.
비록 벌레 나온 식당이긴 하지만 `을`인 고객은 싫든 좋든 이 구내 식당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이 식당을 다시 찾았을 때 또 한번 벌레가 나오는 끔찍한 일은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게 고객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입니다.
참고로 정부세종청사에는 두개의 업체가 구내 식당을 운영중인데 이번 벌레 소동이 발생한 업체는 `동원홈푸드`입니다.
▲ 점심시간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무원들의 줄서기 모습(사진출처:인터넷)